부유하는 유부

50. 일단 기록합니다!

목표는 모르겠고, 루틴은 있습니다.

2024.06.14 | 조회 164 |
0
|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지난달 저희 일류여성은 발행 1주년 기념으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오늘은 그 질문들에 답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답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질문을 곱씹으며 과거 일기장들을 들춰보니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질문은 나를 정지하게도 나아가게도 한다’던 이승희 마케터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참고사항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래 두 질문에 대한 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질문자님들께 감사드리고, 다른 구독자님들도 언제든 편하게 궁금한 내용 남겨 주시길 바랄게요!
  • 매일 일기를 쓴다고 하는데, 습관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따우니 님) 
  • 뉴스레터를 쓰는 데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시나요? 1년 동안 작업하면서 소요 시간이 루틴해졌는지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editorwisdom 님)

 

내가 생각하는 나는 대체적으로 불만족스럽다. 특히 일과 관련된 능력에 있어서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이러한 마음이 더 커져가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어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뭐라도 해야지하는 생각이 서로 꼬리를 물고 나오며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가 계속되고 있다. 이 상태는 요즘 들어 생긴 현상인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이 마음은 일기 쓰기의 씨앗이었다.

2020 1 1, 입사한지 만 10년이 됐던 해. 새해를 맞아 야심차게? 결심한 것이 일기 쓰기였다. 그 무렵 같이 공부하던 친구와 지인들의 소식이 들리고, 각자 자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걸 보면서 나는 왜 고여 있지?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었다. 더불어 당시 내가 품고 있던 키워드는 꾸준함’. 연차가 쌓일수록 이 생활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과 열정과 꾸준함은 같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탁월하게 업무를 해내는 것도 멋있고 부럽지만 꾸준히 해내는 사람에게는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당장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순 없지만, 꾸준함의 영역은 어떻게든 노력하면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이 마음을 포장해 무엇이든 꾸준하게 하면 성과를 만들 것이고, 큰 성과가 없다 해도 그 과정들은 내게 남는 것이니까 일기라도 써보자 했다. 완전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것은 겁이 나니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어떤 일이라도 필요했다. 일기 쓰기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보자는 나름의 포부자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작심삼일은 사자성어가 아니라 과학이었다. 2020 1 3일 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작심삼일이라고 하는데 정말이다. 오늘은 깜빡하고 넘어갈 뻔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오늘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잠들 뻔했다가 일기의 첫 문장이다. 110일 일기에는 )오늘도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뛰쳐나옴이라는 문장이 일기 마지막에 덧붙여져 있었다. 아무튼 일기에 따르면 그렇게 잠자리에 누웠다가 일기 써야지!’ 하며 이불을 박차고 나오길 수차례, 두 달쯤 되니 일기 쓰기를 잊지 않게 되었다.

이불을 박차고 나온 덕분에 5권의 일기장이 모이게 됐다.
이불을 박차고 나온 덕분에 5권의 일기장이 모이게 됐다.

이런 습관이 형성된 데는 나의 융통성 없음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5년째 사용 중인 일기장은 예스24 굿즈인 데일리 다이어리. 연간 달력과 월간 달력 다음 매일의 날짜가 적힌 일간 페이지가 나오는 구성이다. 다이어리에 인쇄 된 매일의 날짜는 이 날의 일기를 꼭 채우라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냥 무시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걸 무시할 수 없었다. 일기를 깜박해 이불 속에서 뛰쳐나왔던 시간들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쓰게 됐다. 난 일기를 쓰기 위해 일기를 쓰고 있다. (물론 모두에게 권하지는 않는다.)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도 가져가 일단 몇 줄이라도 적고, 아파트 단지 전체가 정전이 됐을 때도 휴대폰 손전등과 초를 켜 놓고 당시의 어이없던 상황을 글로 적었다. 때때로 저녁에 일기를 쓰지 못할 것 같으면 낮에 미리 적어 두기도 했다. 왜 이렇게 까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지식하게 적었다. ‘너무 피곤하다’, ‘우선은 좀 쉬자’,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같은 별 내용 없는 문장일지라도.

동일한 다이어리를 반복해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볼펜 잉크에도 무게가 존재한다는 것. 지난해 말 새 다이어리를 받아 비교하는데 현재 쓰고 있는 일기장과 같은 재질에 같은 두께임에도 묘하게 무게가 달랐다. 쓰고 있는 일기장이 더 무거웠다.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봐 무게도 재봤다. 2023년 다이어리 무게는 587g, 20246 13일까지 쓴 다이어리는 574g이다. 연초에 쟀을 때는 분명 더 가벼웠을텐데 찍어둔 사진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진짜다! 2023년 다이어리는 587g, 2024년 다이어리는 현재 574g이다!
진짜다! 2023년 다이어리는 587g, 2024년 다이어리는 현재 574g이다!

똥 같은 글이라 여겼지만 매일 쓰다 보니 무게도 나름의 의미도 발견됐다. 코로나로 변해가던 주변과 일상에 대한 기록, 꽃에서 식물로 관심사가 확장되던 행보, 퇴사를 결심하던 무렵 나를 훑고 간 말들, 회사 밖에서 만난 다양한 배움의 기록들. 잊고 싶지 않아 기록했지만, 깜박했던 순간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 내가 거쳐온 시간들이었지만, 때때로 낯설고 지금은 또 새롭게 읽히는 생각이었다. 기록을 하고 일기를 보면서 덕분에 일상에 대한 애착이 아주 조금은 는 것 같다. 

그렇게 혼자만의 에피소드를 쌓아갈 무렵, ‘일류여성뉴스레터를 만났다. 여러 날들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주워담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일기장을 들춰보며 글감을 찾았다. 꾸역꾸역 하나의 글로 다듬어 가며 생각을 보탰다. 그렇게 뉴스레터를 시작한 지 벌써 1. 여전히 뉴스레터 발행은 압박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일을 만들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일상을 살기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스케줄표를 채워 가고 있다. 

뉴스레터를 쓰지 않는 주에도 무엇이 글감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올해부터는 비워 뒀던 일기장 월간 달력에 하루의 키워드를 적기 시작했다. 키워드를 적기 시작하니 일기에 주제 비슷한 것이 생기고, 글감을 찾아 헤매는 스스로에게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아직 엄청난 효용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이걸 생각해 내고는 엄청 뿌듯해 했다ㅎㅎ. 적어도 미래의 날 위한 일기장 목차가 생겼다. 물론 글감을 모아둔다고 글이 바로 써지진 않는다. 보통 마감주 내내 끙끙거리며 고민하다가 마감일에 닥쳐서 겨우겨우 발행하곤 한다. 그래도 일기처럼 매번 쓰고는 있으니 어떤 면이라도 조금은 성장하리라 기대를 품어본다.(프로페셔널한 루틴을 기대하신 질문이었다면 죄송합니다ㅠ 다른 에디터가 좀 더 기대에 상응하는 답변을 해줄거라 예상해봅니다ㅎㅎ)

부끄러운 글씨지만, 이렇게 하루의 키워드를 적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글씨지만, 이렇게 하루의 키워드를 적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가 뭐예요?”

지난 달 수목원 봉사활동을 갔다가 담당 주무관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조경을 비롯해 이것저것 배우고 있다는 내게 던진 말이었다. 글쎄요저도 모르겠어요.” 얼버무리듯 답했다.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한달이 지난 지금 다시 대답할 수 있다면 거창한 목표는 없고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걸 하고, 할 수 있는 걸 해요.”라고 말하고 싶다무엇이라도 하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기를 쓰고, 뉴스레터도 발행해본다.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뭐라도 하다 보면 매일이 쌓여 두툼해 진 일기장처럼 십 년쯤 뒤엔 묵직한 목표가 생길지!


<코너 코너> 계절산보🚶 그림자 파도를 있나요?

햇볕이 따가운 요즘은 나무 그늘을 찾아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구축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어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주변에 많은데요, 이 계절이 되니 더더욱 고마워집니다. 특히 저희 집에서 헬스장으로 가는 길에는 짧지만 알차게 조성된 메타세콰이아길이 있는데요, 길을 지켜주는 나무들 덕분에 바로 옆에 왕복 10차선의 도로가 있지만 숲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지난주에도 그 길에 들어섰는데 나뭇잎들이 바람에 일렁이면서 만들어 낸 그림자들이 윤슬처럼 빛나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잠시 잊고 멍하게 바라봤습니다. 이번 주말은 동네 나무 그늘에서 잠시 그림자 멍 때려보는 건 어떨까요? 신선놀음, 생각보다 쉽습니다! ㅎㅎ
주변에서 일렁이는 해의 그림자, 나뭇잎들의 파도를 발견해주시길
주변에서 일렁이는 해의 그림자, 나뭇잎들의 파도를 발견해주시길

✅이번 주 일류여성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족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더 깊고 나아진 일류여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 남기러 가기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일류여성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