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06. 잘 봐, 언니들 삶이다!

내 장래희망은 언니들😉

2023.06.09 | 조회 4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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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갭이어로 부유하는 이 시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매다 보니 이 수업 저 수업 듣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기간이 긴 수업들은 처음 목적 외에도 더불어 얻게 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잘 살고 싶은 마음과 닿아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지난해 꽃이 좋아 시작했던 가드닝 수업에서 새롭게 마주했던 삶의 모습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여기 수세미 하나씩 가져가세요. 제가 키운 거예요.”

천연 수세미를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도톰한 연근 모양에 거칠거칠한 조직으로 뒤엉켜 있던 억세고 다부진 수세미.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격주로 밭에 방문해 씨를 뿌리고 꽃을 보고 채종까지 하는 1년짜리 가드닝 수업을 들었다. 수업 특성상 본인 정원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데, 다들 무언가를 기르고 만드는 데 재주꾼이면서, 나누기도 즐겨했다.

수업 시간, 반 평도 안 되는 각자의 밭에서 잡초를 뽑고, 멀칭(수분 유지와 잡초 방지를 위해 땅 위에 짚이나 톱밥, 비닐 등을 까는 것)을 하고, 남의 밭도 참견하다 보면 금세 배가 고파졌다. 그 때마다 나눔의 장이 펼쳐졌다. “다음 시간에 뭘 해 먹을까요?” 라는 기분 좋은 질문에 우리 반분들은 집에서 만들어 온 토마토 마리네이드로, 당근 라페로 또 어떨 때는 이름도 모양도 낯선 차요태 장아찌로 답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었지만 들인 정성만큼 모양과 맛은 근사했다. 누군가의 생일에는 본인 정원에서 길러온 튤립과 수선화를 한 데 묶어와 근사한 꽃다발로 건네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자수를 배우기도 했다.

시작은 정원 가꾸기를 배우려고 방문했지만, 그곳에는 중년의 멋진 삶이 있었다.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함께 하며 나눌 줄 아는, 음미체를 즐기는 삶. 한창 비건제로 웨이스트가 트렌드로 SNS에서 과시하듯 소비되고 있을 때, 그런 유행은 몰라도 묵묵히 삶 속에서 실천하는 언니들이 거기 있었다. 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허브로 음식을 해 먹으니 자연히 채식 비율이 높았고, 각자의 김치통에 음식들을 담아와 나눠 먹고, 남은 음식은 야무지게 그 통에 나눔 해 갔다. 식사 후 설거지거리는 쌓여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진 않았다.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다정한 언니들이었다. 매 시간 간식거리를 나누는 것은 물론, 코로나 확진으로 수업에 빠진 동료가 있으면 안타까워하며 다음 시간에는 꼭 안부를 묻고, 지난해 10월 말도 안 되는 뉴스가 온 나라를 덮쳤을 때는 자식을 걱정하는 맘으로 아파하던 사람들이었다수업이 끝난 지 벌써 반년이 지난 지금,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는다는 내 고백에 불쌍한 눈으로 직접 만든 고등어 조림이며, 약밥이며 건네던 정 많던 언니들이 종종 생각난다.

멋진 언니들과 함께했던 지난해 6월의 기록
멋진 언니들과 함께했던 지난해 6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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