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37. 나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올해의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까?

2024.01.12 | 조회 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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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새해 계획은 잘 지키고 계신가요? 저는 올해 저의 가장 큰 화두로 '일하면서 화내지 않기'를 실천해 보려고 하는데요. 과연 제가 지킬 수 있을까요? 사실 저도 제가 의심스럽긴 합니다만 새해란 자고로 실패할 줄 알면서도 도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때이니까요. 혹시 덮어두신 새해 계획이 있으시면 다시 꺼내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다짐했던 것이 있다.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나를 위한 변명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 가장 현재성이 있는 이야기는 오히려 쓰기 어려웠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 혹은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아야만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올해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여서 어쩔 수 없이 재직 중인 회사에 대한 설명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정한 누군가의 탓이라기보다는 인간종의 욕망이 뒤섞이는 이야기라고 봐주면 좋겠다.

올해 첫 출간 담당으로 제법 무게감이 있는 책을 맡게 되었다. 여러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어느 정도의 판매 규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이기도 하고, 그렇기때문에 더 많이 팔아야 하는 책이기도 하다. 대개 출판사의 수익구조가 한 권의 베스트셀러가 10여 종의 손해를 커버하는 형태인 만큼 올 상반기 매출을 이 책에 기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규모의 책을 처음 담당하다 보니 중간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사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책을 진행할 때의 모든 결정권은 대부분 담당자에게 있다. 물론 부족한 손익 결과까지도 담당 편집자의 몫이지만. 그래서 매출의 압박은 느끼지만 책의 꼴은 담당자의 의도대로 만들기가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그런데 유독 이 책은 달랐다. 본문 문장 한 줄까지 모두가 의견을 보태고 자신의 방향이 맞다고 설득을 한다. 어떤 의견을 따르고 따르지 않겠다는 답변을 모든 과정에서 나 역시 설득해야만 했는데 때로는 다수결로, 때로는 경력 내지 직급 혹은 경험으로 자신의 의견을 종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결국 타협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라면 절대 쓰지 않았을 카피를 쓰기도 하고, 평소라면 결코 수용하지 않을 내용을 첨부하기도 했다. 내가 진행했으나 오로지 내가 만든 책은 아닌 모양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상황을 대하는 내 태도의 변화였는데, 불과 6개월 전만 되었더라도 이 모든 상황에 하나하나 화가 났을 것 같다. 어차피 내가 저작권을 갖는 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담당하는 책이라면 작가의 생각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방점을 ‘더 많은 사람’에 찍을 것인가 ‘정확하게’에 찍을 것인가 사이에서 자주 부딪히게 된다는 점이었는데 그간은 ‘정확하게’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정확함’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확히 맞는 것일까? 국내 작가의 책이라면 그나마 작가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지만 외서의 경우엔 더욱 단정짓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나의 독단적인 생각에 집착해서 수많은 사람들과 싸우느라 부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조율하는 것이 정확함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기한이 다급하다고 재촉할 땐 언제고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이것저것 고쳐보자고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단전에서부터 은은히 화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서 납득 가능한 의견을 고르고 받아들여 일을 마무리한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어쩌면 부정적인 감정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은 것이 쉽지 않았던 과정을 무탈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가장 효과적인 태도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내 일에 대한 올해의 계획은 ‘부정적인 감정에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될 예정이다. 화에 쓸 에너지를 모아서 조용히 내가 해야 할 일에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테니까. 물론 이것은 계획이므로 나는 언제든 이 계획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나를 아는 지인들이 이 글을 본다면 벌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심은 알릴수록 이룰 확률이 높다고 했다. 어느 날 내가 또 일을 하면서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 누구라도 부디 꼭 지적해주시기를.

 

<코너 속 코너> 덕질은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가?

제가 쓴 레터 중에 저는 덕질 때문에 일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어요. 여전히 저는 덕질이 제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당연히 제 일에도 영향을 많이 미쳐요. 그래서 올해는 제가 쓰는 레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어떻게 덕질로 극복했는지도 가볍게 들려드릴까 합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것들 혹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덕질이 아니라면 한낱 사회부적응자일 저를 겉으로나마 ‘선량한 시민’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읽으시는 분들도 이 코너에서 만큼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시면 좋겠어요. 그러다 저의 최애, 차애에게 입덕해주신다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먹이를 주지 않겠다고 생각한 건 내 최애의 인터뷰를 읽고 난 뒤부터다. 사실 이 인터뷰를 읽은 지는 꽤 됐는데, 이상하게 이번 일을 하면서 그 인터뷰가 유독 생각이 났다.

나는 나의 최애를 오랫동안 좋아하면서 정말 하나의 직업인으로 존경하고 있는데,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를 보자면 그렇게 어른스러울 수가 없다. 2023년에는 솔로, 그룹, 뮤지컬, 그리고 회사 대표가 되기까지 했다. 와중에 오랜만에 모이는 그룹 활동을 위해 대관까지 끝난 솔로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고 최근 잡혀 있던 해외 스케줄은 주최측의 문제로 무산되기도 했다. 누구보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지만 그만큼 변수가 많은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팬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

반면 열정을 쏟는다는 이유로 일하는 내내 일희일비 하는 내 모습이 오히려 너무 유아적인 태도로 일을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 참이었다. 와중에 인터뷰에서 팬들이 다들 직장인이 되고, 자기 꿈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자리에서 응원하게 된다는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다. 응원을 받았으면 좋은 결과로 돌려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래서 좀 더 어른 같은 모습으로 일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덜 화내고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으로. 사실 이 나이까지 안됐으니 영 못 이룰 꿈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거니까. 부디 최애의 응원이 헛되지 않기를. 작심삼일을 피하기 위해 곧 팬미팅도 간다. 가서 응원을 잔뜩 받고 돌아올 테다! (사실 그가 직접 응원해주지 않아도 나 혼자 알아서 응원을 받는 편이긴 하다. ㅋㅋ)

문날 인터뷰 속 김성규
문날 인터뷰 속 김성규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세요!(영업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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