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42. 기대가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자고로 고민이란 해결될 때까지 생각하는 것

2024.03.22 | 조회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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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이때 쯤엔 완연한 봄 인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겨울이 다시 오는 것인지 여전히 너무 춥고 을씨년스럽습니다. (전 아직 패딩을 빨아 넣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며) 그래서 그런지 이번 글은 제 마음도 아직 겨울인 것만 같아요. 조금 무거운 글입니다만 일하는 날들이 어찌 마냥 봄날 같기만 할까요? 고민이 많지만 그 고민을 회피하지 않기로 결심한 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0여 년이 넘게 책을 만들면서 늘 원고가 기대되고, 재미있고, 독자에게 빨리 소개하고 싶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군 이래 불황이 아닌 적 없던 출판계에서는 늘 매출이 문제인데 그 매출 증대를 꾀하는 방식은 리더에 따라 다르다. 첫 번째 유형은 기획자나 마케터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늘려주면서 매출에 대한 책임을 강력히 개인에게 돌린다. 말하자면 투자할 테니 그보다 더 돈을 벌어오라고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스타일. 두 번째 유형은 관리형 리더십이다. 지출을 최소화한다. 그렇다고 매출 압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다.

직원들도 각자 선호하는 리더십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후자의 리더십에 더 잘 적응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간 나의 회사 생활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전자의 리더십에서 성과가 나는 편이다. 기획도 마케팅도 돈을 쓸 때는 손익분기점이 훨씬 높은데도 대체로 그 손익을 달성했었다. 스스로 성장성애자라고 부르는 나는 그래서 최근엔 좀 압박스러워도 전자의 리더십을 선호하게 되었다.

반면 후자의 리더십 아래에서는 성과가 별로 좋지 않다. 분명 맞춰야 하는 매출 목표가 훨씬 낮은데도 그걸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기대가 거의 사라진다. 아마도 이걸 사기가 꺾였다고 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고 기계처럼 시키는 대로, 에너지를 최소화해서 일을 하지도 못한다. 그러니 부대끼고 좌절하고, 그러다 못 견디겠으면 나는 대체로 회사를 떠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것 같다. (물론 새로운 곳에 가면 늘 새로운 문제가 있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는 법) 그러다 보니 결국 회사가 기획 측면에서 나에게 얼마큼의 예산을 편성했느냐가 나의 근속년수와 거의 일치하게 되었다.

지금 내 고민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무도짤
지금 내 고민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무도짤

그런데 최근 이런 나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10여 년이 넘게 일하면서 사기말고 다른 것으로는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비싸고 좋은 재료로 만드는 음식은 당연히 맛있어야 하지 않나. 요리를 진짜 잘하는 사람은 별것 아닌 재료로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내가 되고 싶은 기획자로서의 모습은 주어진 상황이 어떻든 그 규모 안에서 다수의 독자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책을 만드는 사람이구나란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아마 내가 독립된 브랜드를 런칭하지 않는 이상 이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물론 이렇게 도망친다면 더욱 괴로운 짐을 지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역시 그곳이 낙원은 아닐테니까.) 독서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므로 나는 더욱 자주 관리형 리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마 관리형이 아니었던 리더라도 궁지에 몰리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테니. 그럼 기대가 사라진 나는 과연 그 시간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은 책에 대한 기대말고 다른 무기를 갖게 되길 열망한다. 일하면서 내가 난세의 영웅이 아님은 진작에 깨달았으니 기깔나는 기획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늘 그것을 탐내는 것이다. 그것밖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 역시 에 대한 기대에서 온다는 점이다. 꾸준히 노력하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만약 이 기대가 무너진다면 더 큰 후폭풍이 있으리란 것도 알고 있다. 그건 자신에 대한 실망일 테니까. 역시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인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기대 말고 다른 키워드를 계시처럼 내려주면 좋겠다. ‘기대 말고 이런 것도 있단다하고. 그러나 나를 건져낼 것은 세상에 결국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신조차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 계속 일을 하려면 언제든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는 있다. 무엇이든 실천이 어려워서 그렇지.

그래서 당분간은 스스로에게 실험을 해볼까 싶다. ‘기대가 사라진 나는 얼마나 더 지금과 같은 자세로 버틸지. 혹은 기대말고 다른 키워드를 찾게 될지 나를 잘 살펴보면서. 이번에는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P.S 혹시 이런 저에게 기대 말고 다른 키워드를 계시처럼 내려주실 독자분이 계신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피드백 공간에 일에 대한 자신만의 키워드를 보내주신다면 진지하게 읽고 제 안에 잘 담아 실천해볼게요.

<코너 속 코너> 덕질은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가?

기대가 무너지는 날들을 버티게 하는 것은 삶에 ‘기대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기 때문이 아닐는지. 인스피릿이라면 대부분 기다려온 유닛이 있는데 바로 보컬 조합! 아무도 공식으로 정해준 적 없지만 가수도 팬들도 ‘인피니트 V’라고 부르는 성규와 우현의 듀엣이다. 그간 한 번쯤 있을 법도 했던 유닛 곡이 없었는데, 이번 주에 드라마 OST로 성규와 우현의 듀엣곡이 삽입되었다. 게다가 작사, 작곡, 편곡에 우현이 모두 참여했다. 무려 14년 만에 탄생한 조합이다!! 다시 한번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지내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고, 최근의 고민도 해결될 때까지 생각하다 보면 답을 얻게 될 거란 결론을 내렸다. 우리 모두에게 고민이 해결되고 'Beautiful'한 날들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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