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자족

[나의 떡] 세상이 다 나를 믿지 못해도 끝까지 믿는 나의 힘

차곡차곡 쌓아온 지난 시간과 노력을 믿어보기

2025.05.09 | 조회 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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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곰자자족입니다. '나의 떡'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과연 내 떡도 탐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를 위해서 내 떡을 한번 들여다 보고 싶어졌어요. 이렇게 대놓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해볼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몰라 어떤 브랜드를 맡았던 시작부터 끝까지를 한번 길게 쓰며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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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행사에서 일했던 경력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맡은 브랜드는 골프웨어였다. 브랜드 론칭 첫해인 2014년부터 대행사를 완전히 탈출하고 출판사로 전직(?)2020년까지. 나는 만 6년 이상을 OO 골프웨어 홍보담당자로 살았다.

경쟁PT로 제안을 따낸 첫해, 우리 회사가 맡은 업무 영역은 언론홍보뿐이었다. 단순하게 말하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배포한 보도자료가 전부 기사화되지는 않으니까. (부서에 따라 다르겠지만 유통/산업부 기자의 경우, 하루에 평균 300~400통 이상의 보도자료를 받는다.) 보도자료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보낸 메일이 스팸 처리 되지 않도록 뉴스가치가 높은 이슈를 발굴하는 것 혹은 만들어내는 게 홍보담당자의 중요한 일이었다. 또한 기자가 브랜드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였다.

그래서 미디어관리에 공을 들였다. 론칭 브랜드인 만큼 초기 관계 구축이 중요하니까. 탑티어로 분류되는 주요일간지는 물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작은 인터넷 매체까지 가리지 않고 연락해 이틀에 한번 꼴로 점심 미팅을 잡았다. 기자들 대다수는 관심이 없었다. 브랜드명을 말하면 못 알아듣고 되물었다. 모기업을 말해야 그나마 전화를 끊지 않고 반응을 보였고 나는 조금 더 설명할 수 있었다. 누구를 만나야 할지 불분명할 때도 많았다. 의류 브랜드는 보통 유통/산업부 기자들이 출입(담당)하지만, 골프웨어는 골프 장비 업체에서 의류를 같이 만들기도 했고, 그런 경우엔 스포츠부(체육부) 골프 기자들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골프 장비(클럽, , 캐디백 등)를 만들지 않는 골프웨어 브랜드 보도자료는 누가 쓰는 걸까?

고민 끝에 나는 유통 담당 기자도, 골프 담당 기자도 전부 만났다. 보도자료를 뿌렸을 때, 기사가 많이 나올수록 좋으니까. 그 브랜드는 골프선수 후원도 하니까 다 만나두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유통 담당 기자 2(보통 1진이 선배, 2진이 후배)은 나와 연차가 비슷한 젊은 기자가 많았다. (기자를 만나는 일은 늘 조심스럽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일이었지만 골프 담당 기자와 비교하면 젊다는 건 확실한 장점이었다.) 유통 기자를 만날 때의 목표는 늘 같았다. ‘오늘 미팅으로 브랜드 기사 하나 낸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전투력을 갖고 미팅에 나가면 브랜드 단독으론 기사화가 어려워도 유통 트렌드로 확장해 크게 기사를 낼 수 있었다.

이게 홍보담당자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무척 애써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대행 계약에 적혀 있지 않은 사항이고, 잘하려고 스스로 만들어낸 일이니까. 매달 보도자료 5건을 계약 조건으로 했는데, 담당자가 열심히 기자를 만나 피칭(pitching, 투수가 타자를 향하여 공을 던진다는 뜻으로 보도자료를 기자에게 던진다는 의미로 쓰임)했다고 대행료를 더 받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있다면 알려주세요.) 물론 기사가 잘 나오면 그만큼 홍보담당자의 퍼포먼스가 좋았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본사 담당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이자 장차 계약 연장으로 이어질 초석을 다지는 일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야근이 너무 많아지니까.

게다가 골프 담당 기자는 좀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일단 데스크(부장급 기자)가 많았다. 골프시즌엔 거의 골프 대회 현장에 있었고, 간혹 내근이더라도 만나면 체험(착용)해볼 수 있는지를 많이 물었다. 골프대회를 주최하는 언론사는 골프대회 협찬 가능 여부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정해진 방침은 협찬 불가였다. 상부상조를 이렇게 쓰는 게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있겠으나, 어쨌든 협찬을 못 받고 그 외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자 입장에서는 굳이(?) 기사를 써줘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홍보를 맡을수록 점점 더 기사가 안 나왔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잘 돼도 문제라는 점이었다. 브랜드가 점점 입소문나면서 초기에 급성장이 이뤄졌다. 론칭 세 달 만에 매출 얼마 달성, 월 매출 몇 억 점포 몇 곳처럼 수치화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기사가 잘 나왔다. 이건 뉴스 가치가 높으니까 지면 기사로 실릴 때도 많았다. 그러면 얼마 안가 언론사의 광고나 협찬 요청이 들어왔다. “매출도 잘 나오고, 잘된다면서요. 다음 분기에 지면 광고 한번 하시죠. 광고랑 같이 작은 기사 하나 실어 드릴게요.” 그런 연락에 대한 방침도 대부분 진행 불가였다. 이것이 딜레마였다. 나의 미션은 기업을 잘 알리고 매출이 증가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홍보 자료를 만들고, 뿌리는 것이었지만 내가 기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총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 아이템으로 승부를 봐야만 했다. 기자들이 반드시 쓸 수밖에 없도록. 나는 다른 방식으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하고, 먼저 아이템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매출 상위권 점포들을 찾아 그들의 세일즈 노하우를 들으러 가고, 이를 활용하여 점주들의 세일즈 토크 강의를 제안했다.(물론 불발) 즐거운 골프 문화 확산을 위한 캐디 캠페인 이벤트도 제안했고(역시 불발), 주력 신제품 출시에 맞춰 골프장 협업 프로모션 제안도 했었다.(이 또한...) 제안을 정말 많이 했던 시기였다. 당장 실행되지 않더라도 제안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이 쌓이면 언론홍보 외 온라인 홍보 혹은 프로모션도 우리의 업무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상사의 판단이었다.

본사 자료를 수치화하기 어려울 때는 설문조사를 기획했다. 설문 참여자를 찾기 위해 2030부터 5060골프 커뮤니티를 정말 샅샅이 뒤졌다.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리워드는 적었지만 열심히 참여를 독려했다. 그런가하면 브랜드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골프를 비즈니스로 즐기는 직업군 중 수입차 딜러들을 섭외한 적도 있었다. 당시 판매량 순위를 토대로 상위 5개 브랜드를 꼽아 맨땅에 헤딩하듯 딜러를 찾았다. 외모와 직업을 따져 어렵게 섭외하고 야외 촬영까지 마쳐 기사를 배포했는데, 모 수입차 딜러에게 이슈가 있어 기사 전체를 정정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다음해엔 미녀 골퍼들의 필드 공략과 스타일 제안 기획으로 승무원, 메이크업 아티스트, 쇼핑호스트를 섭외했다. 그 기획은 주요 일간지 지면에 커다랗게 실렸음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한 망한 기획으로 남았다.

그것 외에도 여러 이슈가 있었다. 후원 선수가 골프대회에 출전하거나 우승할 때마다 기사화되는 사진을 교체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다. 그것 때문에 대회가 열리는 기간 전후로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기사를 수시로 검색해야 했다. 그러니까 늘 노트북을 켜고 대기했다. 한번은 후원 선수의 팬 사인회 겸 기자간담회를 백화점 매장에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선수의 우승 직후 첫 공식행사였던 터라 초청한 출입기자 외에 수많은 사진 기자, 방송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 사인 받으려는 백화점 고객들까지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때문에 백화점 타 매장 점주들의 컴플레인이 계속 됐다. 그대로 일정을 진행하는 게 무리라 판단돼 간담회 시간을 바꿨더니 이번엔 현장에 미처 도착하지 못한 기자들의 컴플레인이 쏟아졌다. 고민 끝에 선수의 현장 인터뷰 녹취록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며 상황을 수습하려 노력했다. 행사가 끝나고 별도로 사과 연락을 돌리고 또 직접 만났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상황, 내 잘못은 분명 아님에도 연신 죄송해야만 하는 상황들도 펼쳐졌다. 일이란 게 늘 내 뜻대로 진행되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갈등과 문제를 그대로 두지는 않았다. 미뤄 두지도 않았다.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매듭짓고 넘어갔다. 덕분에 홍보 업무 영역도 점점 확대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론 홍보 외에 온라인 홍보의 일환으로 아주 작게 시작한 골프 서포터즈(인플루언서)는 해마다 조금씩 늘려 9명까지 확대했고, 퇴사 직전엔 성인 아마추어 골퍼 그룹 외에 대학생 골퍼 그룹으로 투트랙 운영하면서 키웠다.

이 모든 지난 시간을 압축해본다면 아마도 본사 담당자로부터 두 번의 연락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첫 직장으로 재입사하자 본사 담당자가 대행사를 따라 바꾸겠다고 했을 때 한 번, 대행사를 그만두고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자신이 팀장으로 있는 회사에 들어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을 때 한 번. 고민 끝에 나는 출판사에 남기를 택했지만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두고 꽤 행복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장 많은 애정()을 갖고 일했던 곳으로부터의 연락으로 지난 나를 대견하게 돌아볼 수 있었던 것도. “이야, 너 잘 살았나보다~!”라는 친구의 말에 그래서 일부러 겸손 떨지 않았다. 내게도 이런 일이 있다니 싶어서.

그런 연락을 받았던 것도 3년이나 흘렀으니 골프웨어 홍보를 맡았던 시간도 꽤 오래된 일이 되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들을, 오래된 이야기를 굳이 길게 꺼내어본 건 아마도 세상이 다 나를 믿지 못해도 내가 나를 일로 믿을 수 있게 만들어준, 거의 유일한 경험을 확인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요즘 노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다시 지난 경력들을 정리하고 있다. 다시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차곡차곡 열심히 쌓아온 나의 시간과 노력의 결실에 먼지가 쌓인 것일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고 싶어서 오늘의 긴 이야기를 꺼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지난 경력에 유효기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은 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므로. 지난 시간의 힘을 믿고 해봤던 일만 하지 말고 안 해본 일까지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보고 싶다.

2015년 6월 반포 한강공원 근처에서 수입차 딜러들의 영업 노하우와 필드 패션에 관한 기획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5년 6월 반포 한강공원 근처에서 수입차 딜러들의 영업 노하우와 필드 패션에 관한 기획 인터뷰를 진행했다.

 

 

📢[캠페인] 선배 시간 괜찮아요?

- 경험을 나눠줄 선배님의 인터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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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치 퇴사를 결심한 후배가 꺼내는 클리셰 같은 문장. 후배를 둔 직장인이라면 뜨끔할 이 문장을 구독자 여러분께 던집니다. 어느덧 사회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경력자들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 때론 답답한 마음에 풀리지 않는 분노를 삭혀가며 고군분투 중인데요, 이런 저희에게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주실 귀한 선배님을 찾습니다.

조직생활과 독립에 대한 진솔한 조언부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실전 팁, 커리어 전환의 경험까지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30! 커피 한잔의 인터뷰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하면서 귀한 이야기들을 잘 담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한다면 좋겠지만, zoom, 구글미트를 활용한 온라인 미팅, 서면으로 답변해주시는 것도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선배님의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할 모든 통로를 활짝 열어놓을 테니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함께 나눈 이야기는 세 에디터가 잘 갈무리해서 레터를 통해 구독자님들께 생생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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