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욕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내 사전엔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 있을까?

2025.01.24 | 조회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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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이번주는 춥진 않았지만 뿌연 대기 때문에 마스크를 찾게 되는 날들이 이어졌는데요, 모두들 건강하게 보내셨길 바라봅니다. 올해부터 <일류여성>은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요(물론 모든 계획이 그러하듯 바뀔 수도 있습니다ㅎㅎ), 지난번 ‘새해희망뉴스’에 이어 두번째로는 ‘욕심’을 키워드로 글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 단어는 요즘 제 머릿속에 가장 많이 맴도는 단어여서 다른 에디터들에게 욕심을 주제로 글 써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과연 제 욕심들은 충족될 수 있을지 저도 몹시 궁금합니다. 이 레터 덕분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요, 일단 현재 버전의 결론을 구독자님께 공유해봅니다.

우리집은 2인 가구다. 그러나 내 덕분에 짐은 남부럽지 않게 많다. ‘예쁘면 유쓸모를 외치며 모았던 소소한 것들이 쌓여 집의 꽤 큰 부분을 잠식해버렸다. 한창 아로마 캔들을 배울 때 사 모았던 색소과 향료, 여러 몰드들, 동네 작은 꽃집만큼은 있을 것 같은 화병과 바구니, 리본을 비롯한 각종 부자재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진 않지만 눈에 띌 때마다 하나씩 사 모아 어느 새 책상 서랍을 가득 채운 마스킹 테이프, 음미체의 삶을 살고 싶다며 구매했던, 이제는 생각날 때 꺼내만 보는 우쿨렐레와 칼림바. 물론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건 비워야지 하면서도 쌓이기만 하는 책들이다.

필요 없음에도 알록달록한 것들을 보면 마음이 동하고, 이런 물건들이 집에 꽤나 많다.
필요 없음에도 알록달록한 것들을 보면 마음이 동하고, 이런 물건들이 집에 꽤나 많다.

다행스럽게도 퇴사 후 이런 욕망은 사그라졌다. 직장인 시절에는 왕복 3시간을 출퇴근 버스에서 보내면서 휴대폰으로 자주 무언가 사고 있었고, 주말이 되면 분풀이를 하듯 꽃시장에 들러 꽃쇼핑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출퇴근길도 확연히 구분되는 주말도 없기에 쇼핑 시간은 자연히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넘쳐나는 짐을 감당할 공간이 없고 내일의 카드 값을 감당할 월급도 없어졌다. 돈 대신 시간을 썼다. 책을 빌리고 문화센터를 다니고 무료 강연들을 찾았다. 불필요한 것들 덜 사는 삶에 익숙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역시 착각이었다. 올 봄 이사를 준비하면서 잠시 가라앉아 있던 욕망 덩어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실 모델하우스를 볼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가 이사 날짜가 다가오고, 입주예정자들이 모인 아파트 단톡방에 올라오는 이야기를 하나씩 보면서 나도 준비해야지자각이 들었다. 그리고 입주박람회를 다녀오자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새 집 구조가 아쉽네, 여기 콘센트가 하나 더 있으면 좋을텐데.’ 하면서.

이왕에라는 마법의 부사가 붙자 욕심은 점점 불어 났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었다. 더 이상 옷에게 하나의 방을 통째로 주고 싶지 않다는, 냉장고는 부엌에 나란히 두고 쓰고 싶다는 바람. 예비 입주자 단톡방에서 오가는 인테리어 견적이나 가전 계약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나의 이 바람은 매우 필수적인 것이 아닌가 합리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구축 아파트지만 두 식구가 만족하며 살고 있는 지금, 옷방이 별도로 있고 냉장고가 옷방과 뒷베란다에 흩어져 있지만 불편함 없이 살고 있다. 더 큰 드레스룸과 부엌을 기대하는 것은 필수조건이 아니라 결국은 다 욕심이었다. 이왕 하는 이사니 좀 더 편하게 살고 싶고, 좋아 보였으면 하는 욕심.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그런데, 욕심이 나쁜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나를 좋은 쪽으로 변호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마음 일거다. 

난 ‘욕심이라는 단어에 막연하게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나는 남들만큼? 탐욕적이지 않아하는 이상한 자의식도 품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금 확인했다. 사실 욕심을 낸다는 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겠다는 마음이고, 채우려면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인데,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야 욕심이 나쁜 것일까?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잡아가며 욕심의 뜻을 찾아봤다. 사전은 욕심을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 설명했다. 국어사전도 부정적 뉘앙스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마음에 드는 설명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궁금해졌다. 분수란 무엇인가? 사전은 이렇게 말했다.

1사물을 분별하는 지혜

2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

3사람으로서 일정하게 이를  있는 한계

우선 1번은 결이 다른 것 같고, 2번은 21세기에 신분이 무엇인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마음대로 3번에 정착하기로 했다. 물론 새 집에 대한 내 한계는 통장 잔고가 알려 주겠지만, 앞으로도 품게 될 여러 종류의 욕심 앞에 그 한계는 무엇일지 또 얼마 만큼일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니까. 한계를 크게 잡으면 욕심도 양껏 낼 수 있지 아닐까? ㅎㅎ

지난 주 오랜만에 공들여 자기소개서를 썼다. 자유 형식을 빌어 내가 지원하는 자리에 걸맞지 않게 더 큰 일도 해보겠다며 욕심을 부려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담아봤다. 어쩌면 지금의 담당자는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도 떨어가며. 쓰면서 이게 맞나?’를 수십번 되물었고 그래도 결론은 일단 써보자! 아직 결과는 알 수 없다. 결과가 나오면 내 분수도 알 수 있겠지. 그래도 ‘이왕에사는 거 욕심 좀 부려보고 안되면 ! 나는 에이스가 아니었구나!’ 하는 게 조금은 더 재밌지 않을까? (물론 새 집의 운명은 은행님이 안내해 주실 거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있는 무한도전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있는 무한도전

 

<코너 속 코너> 계절산보🚶겨울에만 보이는 것들

겨울 산책은 어렵습니다. 우선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니 엄두가 나지 않는 달까요? 특히나 저는 장갑은 끼고 털장화를 신어도 손발이 금세 차가워지는 수족냉증인으로 겨울철 산책은 꺼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걷다 보면 마주치는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있는데요, 바로 미니멀한 나무들의 모습입니다. 잎을 다 떨궈내고 드러나는 나무의 수피, 잎들 속에 감춰졌던 커다란 새들의 둥지가 보이기도 하는데요. 땅위에서도 숨을 곳이 마땅치 않아 새들의 존재감이 어느 때 보다 커 보입니다. 또 풍성한 잎들이 나무 전체의 모양을 만든다고 여겼는데, 잎을 떨구고도 형태를 유지하는 나무를 보면서 나무의 모양은 잎이 아닌 가지가 만든 것이구나 확인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희 동네 수목원에는 겨울정원이 있는데요, 그 곳에서는 수피가 하얀 자작나무가 이름 답게 한층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는 땅에 쌓인 눈에 햇볕이 반사되면서 수피가 탈 수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해 하얀 몸을 가졌다는 하는데요, 이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자작나무를 보면 한번씩 쓸어보게 됩니다. 볼 것 없는 삭막한 겨울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단단히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면 생각지 못한 광경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봄을 준비하는 꽃눈 같은 모습을요! 마침 설 연휴라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을 테니 소화도 시킬 겸 잠시 산책 어떨까요? 😊
가지의 형태만으로도 아름다운 겨울 정원
가지의 형태만으로도 아름다운 겨울 정원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하얀 수피의 나무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하얀 수피의 나무

정원을 지키는 왜가리와 청둥오리
정원을 지키는 왜가리와 청둥오리
봄을 준비하는 목련
봄을 준비하는 목련

 

📢 알려드립니다!

다음주는 민족 대명절 설🪁 인데요! 임시공휴일까지 더해 긴 연휴를 갖게 된 만큼 저희 에디터들도 에너지를 잘 충전한 뒤 27일자 뉴스레터로 인사 드릴게요~ 모두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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