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찾는 사람들

대화가 필요해!!_찰라흐

2024.04.05 | 조회 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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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며칠 전 만난 A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앉아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어리둥절해 했다.

엄마의 부탁을 받고 왔노라고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를 소개한 후 바로 A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 나를 보았을 때의 눈빛은 뭐랄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듯 초점이 없었다.

A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이었다.

물론 전혀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분이라고는 조사받으며 처음 알았단다.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고 연락을 취하자 돌아온 대답은 금을 구입하는 일인데 금을 파는 사람을 직접 만나 금을 받아 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단다.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시키는 대로 금을 파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 

이미 서로 합의가 된 상태에서 금만 받아오면 되는데 파는 사람의 계좌로 입금이 되는 것을 확인한 후 금을 받아오는 것으로 A의 일은 마무리된다.

실제로 파는 사람의 계좌로 입금이 되니 파는 사람은 의심 없이 A에게 금을 건네준다.

이런 아르바이트였으니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였다.

A는 간단한 일을 자신에게 시키고 20내지 30만원 정도를 준다고 하니 내심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런 일이 문제가 된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의심하지 않았단다.

그럼에도 A를 채용한 사람에게 불법적인 일이 아닌지 몇 차례 물었지만 당연히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기에 자신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단다. 의심조차 하지 못했단다. 그러나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단다. 신종 보이스피싱범이라고 조사를 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 너무나 황당하기만 했단다.

A가 본 보이스피싱은 현금을 직접 건네받아오는 일정도였던 것인데 자신은 돈을 건네받는 것이 아닌 돈을 지급하고 오히려 금을 받아오는 일이라 보이스피싱에 가담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교묘한 보이스피싱 범죄.

누군가의 통장을 해킹해서 금을 파는 사람의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데 금을 판 사람은 해킹당한 계좌로부터 이체 받은 것이어서 이후 해킹당한 사람이 신고를 하게 되니 그때부터는 수사기관에서 통장 거래 정지를 해버려 이용할 수 없게 되고 금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버려 찾을 수도 없게 된다.

그 가운데 끼어있던 A는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듣고 있던 나조차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르바이트를 몇 번 한 것인데 불과 받은 돈은 심부름 한 번에 20내지 30만원 정도였단다.

왜 그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영업을 주로 했는데 코로나로 일이 끊겨 점점 어려운 상황에 마약까지 하게 되었기에 돈이 많이 궁해서 하게 된 아르바이트였단다.

그렇게 보이스피싱에 마약 투약까지 모두 드러나 구속된 지금

독거실에서 생활해야 하는 와중에 발마저 다쳐 하루 30분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시간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여러 명이 같이 생활하는 혼거실과 달리 독거실에서 지내다 보니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너무나 외로운 시간을 1년 가까이 보내고 있었다.

A는 밤마다 잠을 청해도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단다.

자신에게 금을 건네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너무 힘들었단다.

만약 그때 그 금을 받아오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와 괴로웠단다.

또 하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라고 했다.

믿었던 친구가 경찰과 함께 자신을 잡으러 왔다는 사실에 다시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을 만나러 오겠다고 해서 약속을 잡고 나간 자리에 경찰과 같이 있던 친구

그 앞에서 A는 체포되었던 것이다.

마약을 같이 했던 친구였기에 단 한번도 그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그는 그냥 친구가 아닌 연인이었기에 더더욱.

A는 HIV 바이러스 보균자다. 그래서 혼거실에서 생활할 수 없다.

더 이상 살고 싶은 희망이 없다고 했다.

어머니가 계시지만 어머니도 힘든 생활에 일을 하시며 사시느라 A를 자주 면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니 A는 오롯이 그 시간을 홀로 버터야 하는데 1년 정도 그런 시간을 보내니 이제는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A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처음 마약을 시작했는지. 누구와 처음 하게 된 건지..

대화를 이어가니 A의 눈빛과 목소리가 조금씩 또렷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교도관이 문을 두드렸다. 예약된 접견 시간이 끝나 다음 수용자가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서둘러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기에 나는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문을 나서는 A는 처음 봤을 때와 너무 다른 느낌을 주고 떠났다.

교도소를 나서며 나는 새삼 알게 되었다. 우리는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다고.

A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더 이상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했지만 정작 정반대였던 자신의 마음을 나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대화가 필요했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A.

아마 A는 내가 언제 올지 많이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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