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를 찾는 사람들

힘든 금요일_찰라흐

2024.05.10 | 조회 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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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일주일 중 금요일은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려왔기에 몸은 힘들지만 주말을 기대하며 마음은 더없이 행복하다. 늘 하던 일을 하며 보내는데도 금요일이면 주말 동안은 재판도, 수사도 없으니 바빠서 미뤄뒀던 일들도 하며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그저 여유가 생겨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금요일은 나에게 그런 날이기에 때로는 처리해야 할 일 중 무거운 일을 금요일에 처리할 때도 종종 있다.

그날도 그런 마음으로 구치소로 그를 만나러 갔다.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미리 받아본 편지로 그의 상태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으니 쉽지 않은 대화를 해야 할 참이었다. 솔직히 대화의 결과도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고 갔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정한 사람과의 대화란 게 어떨지 알지만 그래도 좀 다르길 기대하며 얼굴을 마주했다.

일단 그는 종이에 써온 내용을 보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듣고 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사과를 원한다는 것이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내용을 말하고 사과를 하라고 하니 속에서 화가 났다. 그렇다고 화를 내며 이야기를 해서도 안 될 일이니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역시나'였다. 계속 평행선을 이어갈 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 사람에게 설득이란 게 될 리가 없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는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 게 아니라 마약을 하게 되면서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로 변한다. 뇌도 상하고 몸도 그리고 마음도 상하게 된다. 뇌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방금 한 말도 금방 기억하지 못하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가도 기억나지 않아 무슨 말 하려고 했었지 하며 자신도 당황스러워한다. 인천참사랑병원의 천영훈 원장님은 마약을 하게 되면 뇌가 녹아내린다는 표현까지 했다. 또 하나 증상 중 하나는 소위말하는 상태가 와서 누군가가 자신을 숨어서 지켜본다거나 자신의 핸드폰을 누가 해킹했다거나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몰래 만나 마약을 했다거나 하며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언젠가 만났던 A도 그랬다.

A는 오랜 기간 필로폰을 투약했기에 당연히 여러 개의 전과도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니 당연히 재범으로 이어졌다. 그런 그는 필로폰을 투약하면 아내를 의심했다. 이번에는 A는 아내가 마트에서 일을 하는데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과 마약을 투약했다며 의심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한번 사로잡힌 생각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고 아내는 A의 오해를 풀고자 핸드폰 통화내역과 근무시간 등을 다 확인시켜주었지만 A는 끝내 믿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온 아내가 자고 출근해야 한다며 자려고 해도 잠을 자지 못하게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이 맞다며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하라고 괴롭혔다. 결국 그는 아내가 마약을 투약했다며 경찰에 신고까지 하고 말았다. 당연히 자신도 투약을 했지만 아내가 자신 아닌 다른 사람과 투약을 했다며 신고를 한 것이다.

A의 바람대로 아내의 마약 투약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서는 소변과 모발을 제출하도록 했고 아내는 기꺼이 제출하면서 억울함이 풀리길 기대했다. 소변 모발의 감정 결과는 그의 생각과 달리 아내의 말이 맞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주었다. 반대로 A의 투약 사실이 확인되어 그는 다시 법정에 서게 되었다.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A는 아내에게 용서를 구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서 자신이 망상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받아들인 후에야 아내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 것이다. 아내는 이미 몸과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마약중독은 자신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A처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마저 병들게 만든다. 그걸 중독자 본인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중독을 인정하지 않으니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가족들도 더 이상 옆을 지켜주지 못하고 떠나고 만다. 그래서 마약을 하는 사람들 주변에는 온전한 사람이 남아있기 힘들다. 처음부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소중한 사람들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약을 할 때 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는 그를 만나고 나오는 길 너무 힘든 금요일이지만 주말이 기다리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루빨리 그가 망상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힘든 금요일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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