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는 그냥 끼워맞추기 위한 것?
컨설턴트 시절에는 대기업을 상대로,
밖에 나와서는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상대로
많은 리서치를 도와드렸다.
그러면서 발견한 사실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리서치를 너무나 원론적으로 하고 있어서
리서치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나,
그냥 직관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의 근거를 어떻게든 끼워맞추기 위한 용도로 리서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리서치 하는 법을 며칠동안이나 검색하면서
100개가 넘는 글을 보고 그걸로 부족해서 책도 여러 권 사서 보고 했지만,
다들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디테일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직접 리서치 하는 법을 다루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나 조차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정리한 내용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예시와 함께 시작해보겠다.
차(茶)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만?
마시는 차(Tea)가 좋아서 차와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해보자.
무턱대고 오프라인 찻집을 차릴거야! 하고 달려들기 전에 아래 그림을 한번 보자.
무언가 이해하기 위해서 최대한 오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큰 흐름 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물론 실행력과 피드백이 남들보다 빠른 편이라면 나무 부터 부딪히면서 숲과 지형을 잡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너무나 많지만, 한 가지 맹점이 있다. 바로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지 않아서 잘 풀리지 않으면 실패의 Case만 쌓다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시도를 많이 하고, 실패 경험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될 수 있으면 계속해서 가능성을 줄여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기에 큰 그림을 먼저 봐야 한다.
사업을 할 때 이 내용을 적용하면 가장 큰 그림인 지형은 시장, 숲은 사업구조, 나무는 고객과 상품에 비유할 수 있다. 찬찬히 한 번 살펴보자.
근데, 리서치 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왜 숲이나 나무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나는 리서치가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질문이다.
근데, 좋은 질문을 던지려면 꼭 필요한 게 있다.
그게 배경지식이다.
그니까 배경지식으로서,
시장 / 사업구조 / 고객과 상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무엇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헤매다가 끝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리서치의 기본은 ‘배경지식 쌓기’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경지식 쌓기’ 과정에서는 일단 빠르게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일단 정보들에 노출되면 어느순간 부터 뇌는 알아서 분류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알아서 분류를 하는 시점까지는 무조건 많이 보는 게 답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 리서치 부터 시작하면 분명 놓치는 부분들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어두운 방안에서 물건을 찾는다고 생각해보자. 무턱대고 리서치 부터 시작하는 일은 불꺼진 방 안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찾는 것과 같다.
반면, 배경지식부터 쌓는 일은 방 전체를 밝히는 전구를 키고 찾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사실은 관심있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관심있는 분야라면 해당 키워드에 대해서 친숙하고 알게 모르게 종종 검색을 했거나 살면서 얻은 다양한 정보들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차에 관심이 있다면 카페를 들어갈 때도 보통 어떤 차들을 파는지 살펴보고 맛도 알 것이며 지나가다가 미용실 잡지에서 다도에 대한 아티클을 읽었을 가능성도 높을 것이고 점심시간에 순댓국집에서 틀어놓은 TV에서 재배 농가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꽤나 유심히 봤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을 파악하기
그럼 이제 시장 파악하기 부터 들어가보자.
시장에 대한 정보는 기본적으로 '통계'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왜냐면 통계를 먼저 봐야 내가 알고 있는 편견(Bias)을 부술 수 있다.
'내 친구들 중에는 많은데..' 라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기획은 그게 정말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하고 있는 건지, 혹은 정말 수익성이 있는 것인지 파악을 꼭 해봐야만 한다.
그리고 통계, 설문조사와 같은 자료들의 핵심은 '신뢰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계청 등 국가기관에서 조사한 내용을 기본으로 삼고, 그 다음은 ⓑ증권사/ 컨설팅펌/ 로펌 등에서 발간한 리포트 또는 시장 조사 전문기관 등에서 발간한 트렌드 리포트를 살펴보는 순서로 본다.
일단 구글에 ‘차음료 통계’ 정도로 검색을 해보자.
그러면 통계에 관한 기사나 이미지가 나올 텐데 거기에서 공신력 있는 자료에 출처를 확인해서 원문으로 파고 들어가보자.
통계 자료는 일단 [이미지] 탭으로 들어가서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것 부터 보는 게 경험상 가장 좋다. (꿀팁)
눈에 잘 보이는 것은 보통은 Trend를 잘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때, 너무 오래된 자료는 보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추정 자료도 최대한 보지 말자.
여기서는
위 사진에서 ②마크를 해둔 첫 번째 사진을 타고 들어가보자!
(왜냐면 국가기관 마크가 있는 걸 보니, 공신력 있는 자료를 요약해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요약한 내용을 확인해두고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원문 출처로 키워드를 바꿔서 검색해 본다.
아까 자료에서 발견한 [식품산업통계정보] 또는 [다류 -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키워드로 검색하니 보고서가 나왔다.
이제 보고서를 한 번 살펴보자.
국가 보고서 특) 분량이 엄청 길다.
요약정보만 확인해도 솔직히 충분하다.
요약 정보만 정독하고 나머지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차차 살펴본다.
보고서는 따로 폴더를 만들어서 저장해두자! 나중에 본격적으로 조사할 때 분명 다시 봐야할 일이 생긴다!
여기까지 봤으면 아까 말한대로 증권사/ 컨설팅펌/ 로펌 등에서 발간한 리포트
또는 시장 조사 전문기관 등에서 발간한 트렌드 리포트로 넘어가면 된다.
여기에서는 '차음료 트렌드' 라고 검색해서 나온 리포트를 아무거나 찾아보았다.
오픈서베이, 메조미디어, 닐슨 리서치 등 시장조사 기관들이 있다.
설문조사가 들어가는 트렌드 리포트는 소비자 행태를 파악할 수 있고, 보통 인사이트를 정리해두어서 읽기가 더 편하다! 반드시 챙겨두자!
여기까지 살펴봤다면, 시장에 대한 기본을 아주아주 간략하게 훑어본 것이다.
사업 구조를 파악하기
자, 그 다음은 사업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일단은 기획 - 제조 - 온/오프라인 유통 정도의 큰 덩어리들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실제 회사에서도 이런 단계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소비자에게 팔리기 때문에
내가 개선하고자 하는 것, 혹은 사업을 준비중이라면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서 리서치 초점을 맞출 수가 있게 된다.
그리고 다 같은 '차'를 다루지만 각자 집중해서 벌어들이는 영역이 다르다.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싸우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 기획사업의 예시 : 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큐레이팅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책을 집필하고 사람을 모아서 차와 관련된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식도 가능하다.
- 제조사업의 예시 : 직접 차를 만들거나 고급 차 재배에 뛰어들 수도 있고, 원료들을 구해서 직접 상품화 / 브랜딩 할 수도 있다.
- 온/오프라인 유통의 예시 : 온라인에서 커머스로 사입/위탁 등의 방식으로 기존의 상품에 부가가치를 얹어서 파는 방식이 있겠고, 아니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찻집을 차리는 방법도 있다.
이 구조를 알게되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사업 구조에 대해서 생각을 열어두면
정보 수집을 할 때 훨씬 목적에 맞게 찾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경쟁사 분석, 신사업을 위한 리서치를 할 때
굉장히 디테일하게 접근하게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차' 시장을 덩어리로 나누면 어떤 방식으로 나눠져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정도만 기억해두어도 좋다.
고객과 상품을 파악하기
그 다음은 고객과 상품을 파악하는 일인데,
간혹 시장(Market)을 보는 것과 고객(Customer)를 보는 게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다.
시장과 고객을 나누어 보는 이유는 우리가 실제로 무언가를 팔기 위해서는 시장 전체에서 시작해서 우리가 타겟하고자 하는 고객의 세부적인 목소리를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뉴욕행 비행기를 타는 사람의 수가 연간 증가했다고 해보자.
그 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이 있다. 누군가는 출장 때문일 것이고, 누군가는 여행 때문일 것이며, 누군가는 친척/친구/가족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것일 수 있다. 비행사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시장 자체가 커져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올라가는 것은 너무나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더 적극적으로는 출장, 여행, 가족을 만나기 위한 것 중에 무엇이 가장 많이 증가했는지 알아내고 그들을 고객으로 잡기 위해서는 어떤 혜택/서비스를 주거나 마케팅을 해야 될지 파악해야만 한다.
바로 그 구체적인 목소리를 듣는 것이 고객 관점에서의 조사이다.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로 검색하는지 살펴보는 작업부터 시작하면 좋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키워드 검색을 도와주는 사이트들이 있다.
일단 판다랭크를 예시로 키워드를 뽑아내보겠다.
키워드 찾기로 들어가서 '차'라고 검색하면 관련 키워드들이 나온다!
여기서 검색 키워드들은 사람들이 직접 검색한 것들이므로,
소비자의 언어에 가깝다. 더 디테일하게 보기 위해서 엑셀 다운로드를 눌러보자.
다음으로는 키워드 분석 탭으로 가서 다시 '차'를 검색해본다. 시장규모, 상품 평균가격 정도를 살펴보고 연관키워드도 유심히 본다.
- 연관 키워드를 보니까 '답례품'이 있다 → (선물 수요가 좀 있나보네?) 정도 체크
- 오설록, 여우티 → 고유명사, 브랜드 → 나중에 경쟁제품, 경쟁사 분석용으로 체크
하단으로 스크롤을 내려보면 네이버에서 잘 팔리는 상품 리스트가 나오고대략적인 월 수집 매출도 확인할 수 있다!
보니까 여기에서는 붓기차, 그 중에서도 호박이랑 팥 관련된 것이 요즘 유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 이정도 키워드들을 수집했다면 이제 네이버로 가야한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할 때, 꼭 봐야 하는 3개의 탭이 있다.
지식인, 카페, 쇼핑
우리는 이 3가지 섹션을 사업가 관점에서 재해석 해야 한다.
- 지식인 = 소비자의 생생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곳
- 카페 = 잠재 소비자들이 모여서 정보를 주고받는 곳
- 쇼핑 = 문제를 해결하는 상품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곳
먼저, 지식인으로 가보자.
지식인 질문과 답변을 읽어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니즈로 차를 마시는지
그니까 차를 마신다는 것은 어떤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다보면 마케팅 포인트를 잡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아까전에 판다랭크에서도 붓기차, 기침에좋은차, 목에좋은차 등이 검색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제 카페로 넘어가보자.
망할 검색어 때문에 자꾸 자동차가 나와서 (tea)를 붙여보거나 (茶)를 붙여보았으나 이렇다할 카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럴때 만약에 더 딥하게 알아보고 싶다면
오픈카톡방이나 인스타그램, 당근마켓에서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는 방법도 좋다! (여기에서는 따로 검색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쇼핑이다.
네이버 쇼핑은 정말 아름답다.
이미 중요한 키워드들을 다 정리해두었다. 사람들의 소비의 대부분은 카테고리 / 키워드 추천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그리고 주요 브랜드들을 보면서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것들을 살펴볼 수가 있다.여기에서 더 딥하게 들어가려면 스크롤을 내려서 상품들의 리뷰들을 보면서 디테일하게 분석을 하면 좋다.
하지만, 오늘은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정도로만 살펴보자.
자 여기까지가 리서치의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머릿속에 방을 만들어두는 과정이라고도 말한다.핵심은 너무 정리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단 그냥 내용들을 읽어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처음부터 정리하려고 달려들면 방대한 정보들 때문에 지쳐버리게 된다.
이렇게 배경지식을 파악하는 리서치가 완료되었다면
이제는 목적에 맞게 주제별로 접근할 수 있다.
시장조사, 경쟁사 분석, 오프라인 창업 리서치, 신사업 리서치, 투자를 위한 리서치와 같은 것들이 해당될 텐데
이후에 하나하나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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