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의사가 되고싶은 환자 김준희입니다.
오늘부터 뉴스레터에 에세이를 게시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ADHD 약에 관한 제 태도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철권에서의 콤보 시동기
제가 즐겨 하는 철권이라는 대전 격투 게임이 있습니다.
철권에서는 콤보 시동기라는 개념이 있답니다.
콤보 시동기는 히트시 상대를 높이 띄워서 강력한 데미지를 뽑아내는 콤보를 넣을 수 있는 시작 기술입니다.
콤보 시동기의 예시, ‘요시미츠'의 ‘외법섬'
ADHD랑 철권의 기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서 제가 이 얘기를 꺼냈을까요?
ADHD 약물과 나의 태도에 대하여…
저는 요새 무기력증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ADHD약도 안먹고, 자기전에 먹는 신경안정제도 귀찮아서 안 먹는 날이 생겼습니다.
'으어...아무것도하기싫고.. 충만한 삶을 살고는 싶지만 아무것도 하기가싫다...'
뭔가 하려고 해도 손에 잡히질 않고 책을 읽어도 잡념들이 계속 생각납니다.
ADHD 약을 안 먹기도 했고, 운동도 가질 않았거든요.
뚱실뚱실… 아무것도 하기싫다…뚱실뚱실…
그러다가 오늘 마음먹고 콘서타를 먹은 이후, 운동을 가서 미친듯이 달리고 운동했습니다.
'충만'한 시간이었죠.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콘서타를 먹었음에도 사라지지 않던 무기력증이 사라지고, 의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ADHD 치료제를 원래 '만병통치약' 처럼 생각했습니다.
암에 걸리면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처럼, ADHD 치료제 또한 먹으면 치료되는 것이라고 말이죠.
거의 대 ADHD 최종병기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오늘부로 저는 ADHD 약을 '콤보 시동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한번 띄우면 상대의 체력을 3분의 1 이상 깎아낼 수 있지만, 자체 기술의 대미지는 강하지 않은 콤보 시동기처럼
ADHD 약 또한 자신의 상태를 '조금' 더 의욕적으로 만들어 주고, 주의력을 ‘조금’ 향상시켜 줄 뿐입니다.
상대를 띄우고 나서 추가로 콤보 기술을 때리지 않는다면, 상대는 그저 아주 조금 물러났다가 다시 공격해올 뿐입니다.
ADHD 약물이 과연 치료의 전부일까요…?
우리에겐 현대 의학의 산물인 약물이라는 강력한 콤보 시동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약물이 치료 즉, 콤보의 끝은 아닙니다.
콤보 시동기를 한대 맞춘다고 해서 적이 쓰러지지 않는 것처럼,
약물 또한 마법처럼 짠! 하고 여러분의 의지를 불태우거나,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들어 주지는 않아요.
항상, 여러분의 치료 의지와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겠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지만
우리들의 약물은 효과를 발휘할 수가 있답니다.
ADHD의 악기능이라는 적을 상대로 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콤보 시동기'를 때린 것뿐입니다.
콤보 시동기를 때린 이후에, 명상이나 운동, 자기계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콤보 기술' 을 추가로 행동해야지만
우리는 비로소 ADHD라는 강력한 '보스' 를 제압하고 인생이라는 자신과의 게임에서 승리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치며…
T1의 'ONER' 문현준 선수가 한 말이 있습니다.
가장 예쁜 꽃은 우여곡절 끝에 피는 꽃이라고.
어쩌면, 우리는 아직 피어나지 못한, ADHD라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꽃봉오리일지 모릅니다.
개화했을 때의 아름다움은, 우여곡절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겠지요.
그렇기에 오늘도, 우리는 인생이란 게임에서 '콤보 시동기'를 때려봅시다.
오늘도 하루라는 아름다운 전쟁에 자신있게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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