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에서 단순함은 최선이 아니다.

브랜드에 필요한 단순함이란 아이코닉함이다.

2024.07.11 | 조회 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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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전문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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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브런치 연재글 (이전글)


 

“Only truly iconic brands can say less

   단순함은 아이코닉한 브랜드의 특권이다.   

- Nils Leonard, co-founder at Uncommon

 

 


01.

단순함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단순함은 보편적 성질일 뿐 그 자체로 이상적 가치가 되기 어렵다.

 

'Simple is the best' 혹은 'Less is more'라는 말은 하나의 격언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함의 가치에 대한 찬양은 이미 넘쳐난다. 스티브 잡스와 피카소가 말했듯 탁월한 경험은 불필요한 것을 단순화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또한 비즈니스에 있어 단순함은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인다. 하지만 브랜딩의 과정에 단순함을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단순함이란 인간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보편적 가치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브랜드가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보편성에 머문다는 의미와 같다. 특히 차별성이 요구되는 브랜드 자산에 단순함을 적용하는 행위는 경계되어야 한다. 단순함은 브랜드 개념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사용한 가장 기초적인 표현법이다.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브랜드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브랜드가 선택하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방식이 바로 표현의 단순함이다. 하지만 보편성을 만드는 단순함을 브랜드 자산에 적용하는 것은 브랜딩의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 브랜드 경험이 풍부한 이 시대에 단순함을 미덕으로 삼는 경우, 보편성과 유사성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라다는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복잡한 왕가 문양을 자산으로 사용했다. ©PRADA
프라다는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복잡한 왕가 문양을 자산으로 사용했다. ©PRADA

 

브랜드 자산의 가치가 높은 브랜드에는 남들과 구별되는 상징적 이미지가 있다. 이를테면 프라다의 역삼각형 로고가 그렇다. 프라다의 로고에는 ‘PRADA MILANO DAL 1913’라는 문구와 이탈리아 왕가인 사보이 가문의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단순 브랜드 이름과 설립 연도, 지명을 새기는 것으로도 부족해 이탈리아 왕가의 문양까지 사용한 것은 럭셔리 브랜드가 지녀야 할 품질과 장인 정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는 무수한 패션 브랜드 가운데 자신만의 고유함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카테고리 내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가치를 강조해야 하는 신생 브랜드는 사소한 브랜드 자산에도 고유한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차별성을 지닌 훌륭한 브랜드 자산에는 세심한 고민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마침내 아이코닉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한 프라다. ©PRADA
마침내 아이코닉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한 프라다. ©PRADA

 

반면 단순함이란 초보자들을 위한 접근이다. 디자인이든 슬로건이든 하나의 브랜드 자산을 만드는 데 있어 단순함처럼 쉬운 접근은 없다. 숙련된 경험이 없더라도, 심지어는 10살 학생이라도 단순한 형태의 디자인과 간결한 단어로 구성된 슬로건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테면 숙련된 소설가와 어린 학생이 단 두 단어로 구성된 슬로건을 만들 경우 수준의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는 격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유효하다.

반면 한 권의 책을 썼을 경우, 어휘력에서 사건의 개연성, 문장 간의 맥락, 사고력, 현상에 대한 통찰력 등 모든 면에서 현격한 수준 차이가 돋보인다. 초보자에게 단순함은 말 그대로 간단한 고민의 결과일 수 있겠지만, 최고 수준의 전문가에게 단순함은 디테일한 고민과 무수한 경험의 총합에 가깝다. 브랜딩은 장편 소설과 같은 하나의 완결성 높은 맥락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탁월한 브랜드 자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함보다, 사소한 요소조차 브랜드의 맥락 안에서 정교화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표현의 단순함을 넘어서는 아이코닉한 브랜드 자산을 만든다.

 

 


다음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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