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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fference between something good and something great is attention to detail."
좋은 것과 탁월한 것의 차이는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 달렸다.
- Charles R Swindoll
브랜드 전문가들이 지닌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브랜드 감도이다. 흔히 감도 높은 디자인이라고 하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감도'는 '감각'과는 구별된 개념이다. '감도'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의 자극이나 작용에 대하여 반응하는 정도'로서 '정확한 측정값'을 뜻한다.
브랜드 감도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이해도를 의미한다. 감도 높은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값으로 브랜드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일체감 높은 경험으로 구현하는 능력이다. 감도가 높은 이들은 브랜드를 단면이 아닌 입체로 해석한다. 표면적으로는 정사각형으로 보이는 브랜드 가치 뒤에 감춰진 정육면체를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밀도 있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 반면 감도가 낮은 이들은 눈에 보이는 피상적 개념들을 브랜드 가치로 삼는다. 감도가 낮은 기획에서 시작된 브랜딩은 감각적인 디자인을 더하더라도 퀄리티 낮은 브랜딩이 될 수밖에 없다.
감도 높은 브랜딩 전문가의 특징은 브랜드 가치를 입체적으로 인지하고 밀도 있게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특정 브랜드 가치를 '1'에서 '100'까지의 수치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들은 브랜드를 위한 최적의 값을 선별하기 위해 고민한다. '60'에서 '70' 정도의 모호한 값이 아닌 정확히 '67'이라는 명확한 값으로 브랜드를 정의하는 것이다. 브랜드 카테고리와 타겟 고객의 감춰진 니즈, 사회 문화적 배경 등 브랜드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도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더욱 세심하게 정의할 수 있다. 대중에게 '65'와 '67'은 별다를 것 없는 비슷한 브랜드 가치로 인식될 수 있지만, 브랜딩 전문가에게 '65'와 '67'은 전혀 다른 브랜드가 된다. 이런 감도가 일반적인 전문가와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를테면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철학을 60%-70%의 일체감으로 구현하는 디자인은 약간의 감각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는 브랜드 디자인은 흔하지 않다.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 자산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브랜드 본질을 가장 적합한 수치로 정의하는 브랜드 감도와 그것을 일체감 높은 경험으로 구현하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탁월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에서 경험 디자인까지 모든 영역에서 일관된 브랜드 감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좋은 브랜딩이 어려운 까닭은 감도 높은 브랜드 컨셉, 철학을 개발하는 일 자체도 어렵지만, 이를 일체율 높은 브랜드 경험으로 디자인하는 것 또한 상당한 브랜드 감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불일치가 축적될수록 브랜딩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최고 수준의 브랜딩 전문가는 결국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탁월한 기획자이자 동시에 디자이너 혹은 디렉터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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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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