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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truly iconic brands can say less”
단순함은 아이코닉한 브랜드의 특권이다.
- Nils Leonard, co-founder at Uncommon
02.
단순함은 아이코닉한 브랜드의 특권이다.
브랜드에 필요한 단순함이란 아이코닉함이다.
최근 프라다는 기존의 복잡한 문구와 문양을 모두 덜어내고 역삼각형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신규 로고는 발표했다. 이를 보고 훌륭한 브랜드 자산에 필요한 미덕이 단순함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심플한 디자인이라던가, 간결한 표현 자체는 브랜드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문제는 상징성이다. 과연 브랜드 자산으로서 상징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다만 상징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단순함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뿐이다.
만일 프라다가 처음부터 단순한 로고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차별화는 물론이고 상표 출원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이미 유사한 형태의 상표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프라다는 어떻게 차별성 없는 역삼각형으로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1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속에서 형성된 브랜드 정체성과 헤리티지, 내러티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브랜드가 축적해 온 풍부한 자산으로 인해 역삼각형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프라다의 아이콘이 되었다. 만약 프라다가 이러한 맥락 없이 심플한 디자인 자산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순함의 가치는 아이코닉한 브랜드를 통해 극대화 된다. 세계 최고의 광고 대행사로 꼽히는 언커먼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Uncommon Creative Studio)가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을 위해 진행한 옥외광고 '윈도우즈(Windows)'는 단순한 표현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보였다.
영국항공의 옥외광고에서는 광고 카피는 물론 브랜드 로고조차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 광고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은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여행자의 얼굴이다. 여행자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설렘과 즐거움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를 대변한다. 광고를 접한 사람은 누구든 명확한 브랜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화려한 수사를 사용하지 않아도 선명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힘. 이것이 바로 아이코닉한 브랜드가 지닌 힘이다.
모든 브랜드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단순함이 아닌 아이코닉함이다. 영국항공의 광고 캠페인을 대행한 언커먼의 공동창립자, 닐스 레너드(Nils Leonard)는 이런 단순함을 아이코닉한 브랜드만이 가능한 표현이라고 고백한다. 아이코닉한 브랜드가 전하는 침묵의 메시지는 더 강한 울림을 준다. 2017년 내가 브랜딩에 필요한 침묵의 미학이라는 글에서 밝혔듯, 이 시대의 갈증은 경탄이나 흥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침묵의 경험이다. 안도 다다오나 하라 켄야와 같은 이들도 침묵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표현의 간결함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가 고유한 상징성을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이다.
단순함과 침묵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단순함만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침묵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브랜드가 고유한 이미지를 획득하기까지는 단순화의 노력이 아니라 사소한 브랜드 자산에도 완결성 높은 맥락을 부여하는 세심한 노력과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과 경험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단순한 자산으로 브랜드의 상징성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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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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