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Insight

포스코 오티에르, 표절이 브랜딩에 미치는 영향

AI 시대의 브랜딩 그리고 표절 (1)

2024.04.04 | 조회 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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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전문가의 서재

브랜딩 전문가의 깊이 있는 시선으로 시대와 사람,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이전 연재글(완성도 높은 브랜딩을 시작하는 법)에서 이어집니다.

원문: 브런치 연재글 (이전글)

 


 

“Originality is undetected plagiarism”

   독창성이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표절이다.    

- William Ralph Inge

 


AI의 혁신과 더불어 우리는 이제 완연한 표절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AI가 발전할수록 표절에 대한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브랜딩에 중대한 문제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는가' 그 유명한 성경 구절처럼 어떤 관점에서는 이미 표절 아닌 것이 없을지 모른다. 세상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고 있고, 브랜드 자산 간의 유사성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표절은 쉽게 합리화되거나 별 것 아닌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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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브랜드의 고유함을 만드는 브랜딩, 표절의 책임을 AI에 전가할 수 있을까?

 

브랜딩에서의 표절은 언제나 최악의 변명이다. 애초에 브랜딩이란 브랜드 고유함을 남다르게 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문가는 다양한 브랜딩 사례를 풍부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 가치를 적합한 시각적, 언어적 자산으로 전개하는 방식에 대해 파악하고, 이미 시장에 노출된 브랜드들과의 유사성을 피해 브랜드 고유의 자산을 만드는 일이 전문가의 업이다.

물론 현업에 있는 전문가로서 브랜드 간의 유사성을 피하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브랜드의 고유함을 디자인과 언어로 표현하는 데 있어 과거보다 새롭고 특별한 표현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브랜드가 점차 많아지는 만큼 고유함을 표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AI의 창조물 역시 기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에 크고 작은 표절을 유발한다. 브랜딩에 있어 AI의 발달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할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최첨단 요트의 운전대를 누구나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운전사가 모르는 항로를 자율 주행하는 선박은 필연적으로 유사성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 브랜드를 좌초하게 만드는 그 문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표절의 책임을 AI에 전가하면 그만일까? 이는 곧 브랜딩 전문가의 존재 가치에 대한 근본적 문제로 연결된다. 표절에 무감각한 태도는 전문성의 결여이며, 남다른 브랜드 가치를 전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는 이들에 대한 무례이기 때문이다.

 

 

 


02.

그렇다면 무엇이 표절이고, 무엇이 벤치마킹인가?

 

글로벌 IT 기업인 애플이 사과 로고를 사용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지적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애플은 사과가 아닌 배 모양의 심볼에 대해서도 과일과 나뭇잎의 조합이 애플의 상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유난스러운 지적 재산권 주장은 애플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남들과 다른 독보적인 이미지, 즉 상징성을 획득하는 것은 모든 브랜드의 염원일 것이다. 물론 애플의 경우 그 욕심이 과했다. 그렇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브랜드의 디자인 자산이 브랜드 가치에 그만큼 중요한 자산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아직 브랜드 자산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한 국내의 경우,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브랜드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브랜딩을 전개한 사례가 적지 않다. 표절 논란이 일면, 같은 사업군 내의 어쩔 수 없는 유사성일 뿐이라거나, 표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벤치마킹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상습적이었다. 물론 어디까지가 벤치마킹이고 어디까지가 표절이냐의 문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애플의 소송으로 심볼 디자인을 변경한 프리페어. © par JUPDLC.
애플의 소송으로 심볼 디자인을 변경한 프리페어. © par JUPDLC.

 

2022년 7월에 발표된 포스코이앤씨(포스코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HAUTERRE)'의 BI 디자인은 이미 발표된 해외 브랜드의 사례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벤치마킹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심볼만 따로 사용했을 때 대중들이 두 브랜드를 헷갈려하면 표절이라고 정한다거나, 형태적 유사성이 90%에 달하면 표절로 규정한다거나, 형태적 특징과 더불어 개발 아이디어까지 유사했을 때 확실한 표절로 봐야 한다거나. 표절의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자산 간의 유사성은 수학처럼 명명백백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알려진 브랜드와 유사한 브랜드 자산으로 새로움과 고유함을 어필하는 것은 분명 우스운 일이다. 별다른 차별점이 없는 일반의 브랜드와 달리 남다른 취향과 경험을 근거로 높은 가치를 인정 받는 럭셔리 브랜드에는 더욱 유사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새로운 하이엔드 주거의 시작'이라는 포스코건설의 오티에르(2022)의 BI 디자인은 영국에서 이미 발표된 럭셔리 브랜드 알링턴 하우스(2017)와 유사하다. 알링턴 하우스(Arlington House)의 심볼은 'Arlington'과 'House' 두 단어의 이니셜 A와 H가 조합된 모노그램인데, 오티에르(HAUTERRE)의 경우 'HAUTE(높은)'와 'TERRE(영역, 대지)'의 H, T가 아니라 H, A를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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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과는 무관하게 개연성이 부족해도 그럴듯한 모양이면 그만인 한국적인 접근이다. 분양가 100억 원의 국내 최상급 주거 브랜드를 위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는 상위 0.1%의 자산가를 위한 브랜드 경험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뉴욕, 런던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를 분석했고 디자인을 비롯한 브랜드 자산의 개연성을 확인했다. 브랜딩의 완성도는 개연성에 있다. 특히 브랜드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수준이 높을 수록 보다 높은 수준의 개연성이 요구된다. 그 수준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설득해야 할 타겟 오디언스의 문화와 인문학적 수준에 비례한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지향한다면 마땅히 그에 맞는 문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허울만 럭셔리한 동네 옷가게와 다를 것이 없다. 역사가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나 유럽의 명문가에서 사용하는 모노그램에는 오랫동안 지켜온 원칙이 있다.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심볼이 L,O의 결합이 아니라 이니셜 L,V의 결합인 까닭은 애초에 모노그램이 창업자의 이름(First name)과 성(Last name)의 이니셜에서 비롯된 심볼이기 때문이다.

유럽 귀족 가문의 문장을 모티브로 개발된 오티에르(HAUTERRE)의 경우 'HAUTE(높은)'와 'TERRE(영역, 대지)'라는 각각의 의미 단어에 기반한 BI를 개발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았을까?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모노그램 형태를 사용하면서 무의미한 알파벳 H,A를 사용하여 심볼을 개발하는 것은 하이엔드가 아니라 캐주얼한 접근이다. 그런 방식이라면 HAUTERRE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알파벳 몇 개를 골라 모양만 그럴듯한 심볼을 만들면 그만이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사용하는 문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거나, 단지 모노그램의 형태만 빌려 건물의 구조적 특징을 표현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모양의 심볼이 나왔다. 이를 두고 표절인가, 아니면 우연인가를 따지기는 어렵다. 다만 럭셔리 브랜드 경험이 많은 고객들은 무엇이 하이엔드 브랜드에 어울리는지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고상함을, 다른 하나는 대중 브랜드의 편안함을 연출한다. 디자인 자산만 봐도 공간과 주거 경험으로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에 적합한 포지셔닝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03.

AI의 표절이 브랜드에 미치게 될 영향, 브랜드의 고유함과 진정성의 문제

 

AI가 만들어 낸 브랜드 디자인 자산이 다른 브랜드의 자산과 유사하다면 그게 어떤 문제가 될까? 반대로 고작 디자인이 조금 유사할 뿐인데 그게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브랜드는 기존의 기능적,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는 감성과 이미지를 자산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심볼과 로고, 컬러와 같은 디자인 자산은 브랜드의 상징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어쩌면 가장 기초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여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브랜드의 전개 과정에서 다른 브랜드와 자신을 차별화하고 자신의 고유함을 주장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기반인 셈이다.

어떤 미사여구와 매력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가치를 수식하더라도, 표절에서 시작한 브랜드는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세워진 건물과 같다. 해외 브랜드의 로고를 그대로 베낀 어떤 주거 브랜드가 국내에 런칭했다고 하면, 그 브랜드가 주장하는 새롭고 차별화 된 가치에 어떤 설득력이 있을까? 아무리 멋진 사진과 문구로 자신의 특별함을 주장해도 그런 브랜드의 진정성이란 신뢰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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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았던 오티에르의 심볼은 하나의 그래픽이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의 가치를 함축한 상징이다. 브랜드의 타겟 오디언스가 브랜드 상징을 보고 우선적으로 떠올라야 하는 정서는 신뢰감이다. 그래야 브랜드의 진정성에 귀를 기울이고, 브랜드가 전하는 메세지에 공감할 수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자산이 표절을 의심받는 순간,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 이를테면 오티에르가 선언한 '대담한 특권', '새로운 하이엔드 주거의 시작'이라는 문장이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는 오랜 시간 타겟 고객과 교류하며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해야 한다. 때로는 하나의 사건으로 그간의 신뢰가 한번에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 디자인 자산에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타브랜드 자산과의 유사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다. 처음부터 표절 논란을 피하는 편이 브랜드 신뢰도를 관리하는데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누가 봐도 유사한 자산을 두고도 표절이 아니라고 끝까지 우길 수 있는 뻔뻔함이 필요하다. 혹은 나는 몰랐다는 태도로 AI에 도덕적 책임을 떠넘기면 되겠다. 늘 그래왔듯 한국 대중의 무지를 확신하면서 말이다.

 

 


다음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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