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말수의사

말에게 MBTI가 있다면 P일까, J일까?_수상한말수의사_

2024.11.04 | 조회 1.36K |
0
|

주위에 MBTI 과몰입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모든 행동을 MBTI와 연결 짓는다. 어느덧 그 방식이 익숙해져, 나 역시 궁금한 사람을 종종 유형으로 예상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말(horse)은 어떤 유형인가 궁금해졌다. 그렇다. 나는 상상을 좋아하는 'N'이 풍부한 사람이다.

첨부 이미지

 일단 말은 l와 E가 혼재해 있는 것 같은데 굳이 고르자면 E에 한 표다. 특히 2세가 안 된 어린 말은 대부분 E 같다. 세상 모든 것에 눈이 땡그래지고 귀를 쫑끗거린다. 저 먼 곳에서 친구가 울면 바로 같이 반응해 준다. 사람이 오면 냄새를 킁킁 맡으려고 먼저 다가온다.말은 보통 친구랑 함께 있어야 하는 군집 동물이다. 혼자 있으면 오히려 불안해져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모태 '아싸'이다. 그렇게 동료와 함께 세상 편안하게 살아가며, 외부 환경에 호기심 많은 말은 E인 걸로 내 맘대로 판명해 본다.                                                                      

첨부 이미지

둘째, 말은 N인가 S인가? 어렵다. 과연 직관인가 감각인가. 상상력까지 가는 뇌구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말은 감각에 충실한 S라고 분류해 본다. 혹시, 내가 너희들의 무한한 영감과 상상력이 있는 걸 모르고 있었다면 미리 사과한다.여튼간에 인간인 나의 머리로서는, 말에게 풀이란 그저 맛있는 음식으로 담백히 여겨주는 현실형 S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너희의 행복을 위해 맛있는 사료와 풀을 제때 제공해 준다.

셋째, 말은 T일까 F일까? 말은 상대의 감정을 중요시할까? 아니면 사실에만 입각할까? 말을 훈련시키다 보면, 사람의 음성에서 칭찬하는 톤이나 토닥임에 반응을 한다. 또한, 한번 싫거나 무서운 경험을 했으면, 그걸 되돌리기 엄청 어려울 만큼 순간의 기억이 오래가는 동물이다.주사 맞는 게 한번 싫은 경험으로 남으면, 그게 아무리 안 아프고 어르면서 해줘도 다음에도 무조건 싫어하는 뒤끝 작렬의 동물이다. 그러므로, 아무래도 본인의 감정(기억)에 충실한 F에 가깝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마지막, 말은 충동적인 P보다는, 계획이 있는 J에 가깝다. 말은 습관의 동물이다. 정해진대로 잘 훈련하면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그 계획대로 간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훈련이 그만큼 중요하다.

첨부 이미지

 처음 머리에 굴레를 씌우는 날, 처음 사람이 올라타는 날, 처음 목욕 하는 날 등등 모든 것들을 아주 천천히 단계적으로 습관을 잡아놓으면, 말은 다 수용한다. 그러니 사람도 안심하고 말을 탈 수 있다.여기까지가 파워 상상꾼이 멋대로 예측해본 말의 MBTI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친구 좋아하고, 현실에 충실하고, 기억력 좋고, 습관을 따르는 말을 이해하고, 최대한 그 능력을 그대로 발휘하도록 옆에서 조력하면 된다.궁합이 뭐 별거 있나.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고 내가 그걸 기꺼이 맞춰주며 서로 만족하면 된 거지. 맞춰주기 싫으면 그 사람 그 자체로 인정하든가. 그것이 이 세상에서 '함께', 또 '각자' 살아가는 삶의 방식일 것이다.

 

* 해당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 글쓴이 - 김아람  제주도에서 말을 치료하는 수의사입니다.

*해당 글은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 연재되고 있는 글입니다. <세상의 모든 문화> 20여명의 작가들이 매일(주중)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뉴스레터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무료 레터 콘텐츠입니다.

 

*

'세상의 모든 문화'는 별도의 정해진 구독료 없이 자율 구독료로 운영됩니다. 혹시 오늘 받은 뉴스레터가 유익했다면, 아래 '댓글 보러가기'를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 '커피 보내기' 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내주신 구독료는 뉴스레터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고 운영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세상의 모든 문화'는 각종 협업, 프로모션, 출간 제의 등 어떠한 형태로의 제안에 열려 있습니다. 관련된 문의는 jiwoowriters@gmail.com (공식메일) 또는 작가별 개인 연락망으로 주시면 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세상의 모든 문화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계절이 바뀌고, 말도 나도 바뀐다_수상한 말수의사_김아람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폭실폭실한 억새가 제주 전역에 피어나고, 세상은 온통 베이지 빛 들판이 전부였는데, 어느새 한라산에는

2024.12.09·수상한 말수의사·조회 1.36K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말이 있다_수상한 말수의사

'말' 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근육질 몸으로 어딘가를 질주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긴 다리로 초원을 달리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말의 모습을 떠올

2024.03.04·수상한 말수의사·조회 2.06K·댓글 1

말 동물병원에서 진료하며 알게 된 소통의 비밀_수상한말수의사_김아람

동물을 치료하는 업은 소아과 의사와 가장 비슷하다는 말을 듣는다. 어린 아이가 자신이 어디가 아픈지 표현할 수 없는 점이 말 못 하는 동물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수긍이 간

2024.08.26·수상한 말수의사·조회 1.35K

어쩌다 일하게 됐지만요_수상한 말수의사_김아람

"말 수의사를 원래 하고 싶었어요?" 누군가 나에게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늘 난감하다. "아니오. 어쩌다 여기서 일하게 되었어요." 여기서 더 말하면 더 곤란한 답밖에 없는데 상

2024.07.22·수상한 말수의사·조회 1.5K

지구 반대편에서 결국 내가 찾은 것_수상한 말수의사_김아람

평생 만날 수 없을 사람과 공명하는 순간, 내가 찾던 건 흘러갔다. . 여행은 내 삶의 반경에서 평생 만날 수 없을 사람과 공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기회로 나는 미국 엄마 J를 내 인생에서 만나게 되었다. 10년전 즈음 나에게는 처음으로 해외

2024.05.13·수상한 말수의사·조회 1.49K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던 날_수상한 말수의사_김아람

당직날 아침 출근 후 사무실을 열고 바로 cctv를 켰다. 어라, 입원한 말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이상했다. 하나는 누워서 힘 없이 가쁜 숨을 내쉬고 있고, 하나는 누웠다가 일어

2024.09.30·수상한 말수의사·조회 1.27K·댓글 2
© 2026 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