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많은 이의 SNS 생활 필수템 : 관종력과 항마력_마음가드닝_이설아

너그럽고 즐거운 우리의 SNS생활을 위하여

2022.04.13 | 조회 1.3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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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앱을 여니 오늘도 여러 건의 친구 신청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나의 친구 수락 기준은 매우 주관적인데 피드에 직접 적은 글이 있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환영하지만 내용이 종교나 정치에 한정되어 있다면 얼른 보내드리는 편이다. 프로필 사진이 너무 무서워도 수락하지 않고, 글은 있으나 타인과 교류가 없어 보이는 분도 사양한다. 미안하지만 이곳은 내 공간이니 마음이 동하는 대로 호감 가는 분들께만 수락 버튼을 누른다. 대부분 전체 공개로 글을 올리니 친구가 되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맺어진 페친의 수가 1,000명이 넘지만 그 중 서로의 소식에 반응하며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300분 남짓인 것 같다. 비록 인터넷 공간이지만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보다 친밀하게 느껴지고, 마음을 나누게 되는 좋은 이들을 만났다. 친밀한 관계는 아니라도 글을 통해 사람과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놀라운 통찰, 아름다운 사유를 만날 때면 이렇게 좋은 것들을 무상으로 공급받아도 되나 싶은 마음에 SNS 세상이 고맙게 느껴진다. 어디서 이런 분들과 연결될 수 있을까.

페북은 실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매일 실시간 레이스를 펼치는 곳이다. 보다 많은 '좋아요' 와 댓글을 얻으려면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매력적인 무언가가 필요하지만 처음엔 그걸 어떻게 드러내는지 알지 못했다. 진지하게 사유하고, 열심히 적어도 사람들은 내 글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페북 초기 나는 꽤 오랜 시간 두어 친구랑만 놀았다. 그럼에도 글을 쓸 곳이 필요해 꾸준히 적다 보니 어느새 친구도 늘고, 마주하는 세상도 넓어졌다.

넓은 세상의 즐거움도 잠시, 친구가 늘면서 왠지 거슬리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다. 뭐야 이 사람은 왜 매일 자신의 셀카를 올려? 어머, 이 분은 정체가 뭔데 이렇게 글을 잘 쓰지? 이 남자 오늘도 튀고 싶어 난리 났네, 저분은 어떻게 미모도 재능도 다 가진 거야? 좋아요가 300개나 되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가네, 내가 보기엔 별 내용도 없구먼!

어느샌가 맘에 안 드는 사람 글은 죄다 거르거나, 읽고도 절대 안 읽은 척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유치한 나를 보며 뭐가 그렇게 불편한 걸까 생각해 보았다. 상대의 무언가가 나를 자극했다면 그것에 반응하는 인자가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것인데, 내 속에 존재하지만 끄집어내지 못한 그것들은 도대체 뭘까 궁금해졌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분이 왜 싫은 걸까? 나한테 무례하거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미운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두 가지가 떠오른다. 사실은 부럽다는 마음, 그리고 남 눈치 보지 않고 나를 더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이 그것이다. , 그랬구나. 그걸 못하니까 해내는 이들이 괜히 미웠던거네. 내게도 관종끼가 있었구나. 하하하.

몇 년 전만 해도 관심 받고 싶어 하는 병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부정적 의미로 관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타인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튀는 행보로 자신을 잘 마케팅하는 이들에게 관종력이 높다고 인정한다. 개인 SNS는 이런 관종력을 발휘하기 좋은 곳이며 그로 인해 원하는 나름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걸 많은 이들이 보고있다. 무엇으로 어떻게 관심을 유발하느냐의 차이일 뿐 따지고 보면 관심을 받기 원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드러나는 모양새는 다를지라도 관종력을 장착하지 않은 채 SNS 세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꿋꿋이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도처에 날고 기는 관종들이 많아 내 존재감은 하염없이 뒤로 밀릴 테니 너무 도도하고 우아한 척 억누르기 보다, 내 안의 관종력이 세상 빛을 보도록 살짝 문을 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성격상 관종력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에게 나란히 준비하면 좋을 아이템을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이나 사진, 타인의 별난 행동을 보고 버텨내는 능력을 뜻하는 항마력이다. 지금은 다른 이의 관종력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포커페이스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항마력’을 이야기한. 관종력을 갖추기 어렵다면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능력 항마력이라도 장착해보길 권한다. 두 능력을 잘 활용하면 창과 방패처럼 마음을 지키는 즐거운 SNS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두 능력에 무심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SNS를 하는 동안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사람들은 왜 다 저모양이냐며 투덜대지 않으려 나름 심신 수련중이다. 내 안에 관종력과 내 밖의 항마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너그럽게 내 자신과 친구들을 받아들이려 한다. 이 화사한 봄 날, 다같이 수련에 눈을 뜨고 즐거운 SNS생활 이어가면 좋겠다.

 

* 매달 13, 23 마음 가드닝

글쓴이 - 이설아

<가족의 탄생>,<가족의 온도>를 썼고 얼마 전 <모두의 입양>을 출간했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입양가족의 성장과 치유를 돕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로 있으며, 가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손에 잡히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1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www.guncen4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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