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 달팽이가 그렇게 크다고? 그렇게 큰 달팽이는 없는 것 같은데?
어린이 : 도라에몽의 빅라이트를 쓰면 되죠.
어린이의 세상에서는 모든 불가능이 가능해진다.
#2
"'공상'은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걸 말해."라고 단어의 뜻을 설명했다. 어린이가 말했다.
어린이 :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없어요.
나 : 개미가 고래를 들 수 있을까?
어린이 : 개미떼는 들 수 있어요.
나 : 음... 그럼 강아지가 날 수 있을까?
어린이 : 로봇강아지는 날 수 있어요.
수세에 몰린 나는 방 안을 둘러보다 패티 피규어를 발견했다.
나 : 패티가 진짜 인간 세상에 출연한다면?
어린이 : 그럼 펭귄이겠죠.
완벽한 나의 패배다.
#3
나와 어린이는 과일의 특징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책 제목은 <딸기는 딸기 맛!>.
나 : 집에 수박 있어요?
어린이 : (얼굴을 찡그리며) 상했어요.
나 : 왜?
어린이 : 유통기한.
(잠시 뒤)
어린이 : 선생님은 수박 좋아해요?
나 : 수박은 씨 발라내는 게 좀 귀찮아서...
어린이 : 저는 투투투 뱉으는 게 좋은데.
흉내내는 말 문제를 풀며 내가 말했다.
나: 딸기는 꼭지가 푸릇푸릇, 사과는 먹을 때 사각사각 소리가 나죠~ 흉내내는 말을 넣으면 문장이 더 재밌어지지 않나요?
어린이는 "수박은 초록 바탕에 _________ 검은 줄무늬가 있어요.(정답은 '삐뚤빼뚤')"라는 문제를 보더니 말했다.
어린이 : 수박은 초록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어요. 흉내내는 말 없는 게 더 좋은데. 말하기도 편하고.
나 : ......
어린이는 수박보다 샤인머스캣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샤인머스캣을 자꾸 "싸인머스캣"이라고 해서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린이는 과일빙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 : 선생님도 딸기빙수를 그려볼까?
어린이: 딸기 아이스크림 어때요?
나는 아이스크림 잔 위에 동그란 아이스크림을 그리고 생딸기를 옆에 그려넣었다. 그러자 어린이가 말했다.
어린이 : 딸기가 제일 위에 있어야죠. 그걸 까먹다니.
조금 뒤, 어린이는 자신이 그린 과일빙수에 대해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린이 : 얼음으로 만든 달이랑 싸인머스캣이랑 치즈랑 사과주스를 넣어서...... 달에서 우주의 맛이 나요.
나 : 우주의 맛은 어떤 맛이에요?
어린이 : 달이랑 우주에 있는 모든 행성들을 합쳐 놓은 맛이요.
나 : 행성의 맛이라...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
어린이 : 꿈에서 먹어 봐요.
*글쓴이 - 진솔
어린이들과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교실 선생님입니다. 초등 아이 키우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오늘도 새록새록'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