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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미란 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현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장미란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리스트로 특히 세계 신기록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하여 역도계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공식 은퇴한 장 교수는 이후 후배 양성에 집중해왔고 2012년에 장미란 재단을 설립하여 비인기 종목 선수나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하는 등 소외계층도 도와왔다고 전해집니다. 지금은 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는 여성 선수들을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지만 여성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오늘은 스포츠계의 여성 역사 특히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올림픽의 꽃, 상징적인 스포츠 마라톤
마라톤은 기원전 490년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이 벌어졌던 마라톤 평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전투에서 그리스는 1만명의 병력으로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가 이끄는 10만 대군을 물리치게 됩니다. 그리스 전령 페이디피데스는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쉬지 않고 달려가 이 기적적인 승전보를 전하고 숨을 거두었는데요.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의 거리 42.195Km가 현대 마라톤 경기의 기원이 된 것이죠. 마라톤은 1896년 제 1회 올림픽 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라톤의 우승자는 엄청난 명예를 얻어 여타 종목들의 우승자들과는 격이 달랐습니다. 현재 마라톤은 인기가 조금 시들하지만, 올림픽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상징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마라톤이지만 마라톤은 '남자'에게만 허용된 금녀(禁女)의 영역이었습니다. 1837년, 여성을 위한 사실상의 최초의 운동설명서를 쓴 도널드 워커라는 영국 남자는 “달리기와 제자리 뛰기는 과도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썼습니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썼던 계몽주의 사상가 루소는 “여성이 품위를 잃는 유일한 행동이 달리기”라고 하기도 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운동을 하면 여성의 근육이 너무 발달해서 남편을 불쾌하게 만들고, 출산에도 해롭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여성은 오랫동안 신체적으로 약하고 지구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두 다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낭설로 과거의 여성들은 마라톤에 참여할 수 없었죠.
보스턴 마라톤 261번, 세상을 바꾸다
1967년 4월 19일 수요일 아침, 언론학을 공부하던 20세 학생 캐서린 스위처가 등 번호 261번을 달고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캐서린은 1966년 출발선 근처 덤불에 숨어 있다가 다른 주자들 틈에 섞여 마라톤에 참가한 여성 로베르타 깁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듬해 보스턴 마라톤 출전을 결심했죠. 다리가 굵어지고, 가슴에 털이 날 수 있으며, 자궁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로 마라톤 출전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 보스턴의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서에는 성별란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여성은 참가할 일이 없을테니 서류에 인쇄할 생각도 하지 않은 셈이죠. 캐서린은 KV 스위처라는 중성적인 이름으로 마라톤 참가 등록에 성공공하여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6킬로미터쯤 달리고 있을 때 그녀를 발견한 조직 위원장 '조크 샘플'이 소리쳤습니다.
"Get the hell out of my race and give me that race number! 내 레이스에서 당장 꺼지고 그 번호표 내놔!"
여성이 마라톤을 한다는 것에 화가 나 이성을 잃은 조크는 캐서린을 할퀴고 번호표를 떼려 했습니다. 당시 48Kg으로 매우 가벼웠던 캐서린은 조크에게 상의를 잡혔을 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죠. 그와 동행한 코치 어니 브릭스와 애인 톰 밀러가 감독관을 저지해 마침내 캐서린은 4시간 20분의 기록으로 피투성이가 된 발과 함께 완주에 성공했지만 끝내 실격 처리되었습니다.
70세에 같은 번호 달고 다시 결승선에 서다
2017년의 보스턴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들어야 했던 ‘당장 꺼지라’는 고함도, 번호표를 낚아채려는 위협도 없었습니다. 스무 살이었던 대학생은 70세의 여성운동가이자 작가가 돼 출발선에 다시 섰습니다. 1967년 보스턴마라톤을 여성 최초로 ‘공식’ 완주한 캐서린 스위처가 출전 50주년을 기념해 제121회 보스턴마라톤을 다시 완주한 것입니다. 2017년, 캐서린은 보스턴 마라톤 조직위로부터 50년 전과 같은 번호인 261번을 받았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여성운동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쓰입니다).
201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캐서린은 4시간 44분 31초의 기록으로 결승전을 통과했습니다. 1975년에 세운 개인 최고기록 (2시간 51분 37초)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이지만 대회 내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며 보스턴 마라톤을 온전히 즐긴 70세의 마라토너에게 기록은 큰 의미가 없었지요. 중요한 것은 3만 명의 보스턴 마라톤 참가 선수 중 1만 3,602명 (46%)이 여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대회 관계자의 눈에 띌까 전전긍긍했던 1967년의 홉킨턴(보스턴 마라톤 출발지점)은 50년 후 참가자 절반에 육박하는 여성들의 축제의 장으로 변한 것이죠.
보통 스포츠란,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공평함, 도덕, 윤리, 존중, 경쟁자와의 우호 등의 태도를 갖추고 편법 없이 공평하게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스포츠 정신의 요소로 일컬어 지는 것이 그 증거이죠. 하지만 실제로 스포츠계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해왔습니다.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스포츠를 되찾기 위한 한 걸음으로 이번주에는 캐서린이 닦아 놓은 길을 마음껏 달려보며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만끽해보심이 어떨까요?
Almost famous 팀의 새로운 텀블벅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뉴스레터를 마칩니다. 자세한 사항은 이미지를 클릭해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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