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없었다면 구글도 없었다?! 할리우드의 과학자 헤디 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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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열두 번째 뉴스레터는 와이파이를 발명한 할리우드 유명 배우, 헤디 라머입니다. 빛나는 스타였던 그는 영화 ‘삼손과 델릴라’(1949)등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은퇴할 때까지 300여 편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는데요. 바로 과학과 발명입니다. 헤디가 발명한 주파수 도약 기술은 오늘날 휴대전화, 와이파이, 블루투스, GPS 등의 원천 기술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세간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헤디 라머의 숨겨진 이야기. 지금 시작할게요.

헤디 라머는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특했던 헤디는 작은 무대를 만들어 혼자 동화를 연기하고, 기계의 작동 원리에 특출난 관심을 보이며 춤추는 장난감 인형의 원리를 알기 위해 이를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하기도 했습니다. 연기에 열정을 보였던 헤디는 화려한 외모덕으로 16세에 영화계에 진출했고 데뷔와 동시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그의 수식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디즈니는 헤디 라머를 모델로 백설 공주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헤디는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의 이미지와는 달리 사색과 토론을 즐기는 지식인이었고, 과학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었습니다. 또한, 배우가 된 후에도 외모보다는 두뇌를 활용한 업적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특히 헤디는 신호등 디자인 개선,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쉽게 욕조에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장치 등 실용적인 발명에 몰두하였습니다. 헤디는 초기 할리우드의 강도 높은 촬영 일정에 시달리면서도 발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이 당시, 유럽은 세계 2차대전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헤디는 모친이 아직 유럽에 머물르고 있었기 때문에 밤낮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전쟁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그러던 중 독일의 잠수함이 어뢰로 유람선을 격침하여, 어린이 83명을 포함한 300여 명의 피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헤디는 이런 끔찍한 상황에 경악하며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는 참혹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 해야 한다고 느꼈고, 전쟁의 원흉인 나치 독일을 무너뜨려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연합군을 도울 방도를 고민하던 헤디는 독일 잠수함 어뢰를 능가하는 성능의 어뢰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해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방해받지 않는 무선조종 어뢰로 잠수함이 수중 무선 유도 어뢰를 발사할 때 적함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주파수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피아노 연주 작곡가와 함께 체계를 만들어 나갔는데 그 작곡가는 같은 음과 박자를 16장의 종이에 구멍으로 새겨 똑같은 속도로 롤링함으로써 16대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헤디는 이 방법을 어뢰와의 신호 체계에 적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88개에 이르는 주파수 변경 정보를 똑같이 새긴 종이롤 2개를 만들고, 잠수함과 어뢰의 무전기가 이를 통해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것입니다.

전쟁의 향방을 바꾸기 위해 헤디는 낮에는 영화배우로 밤에는 군사기술을 발명하는 이중생활을 몇 달간 이어나갑니다. 그 기간 헤디는 3가지의 군사기술을 발명했고 발명가 협회의 인정을 받았으며, 1942년 무선 보안 통신 기술로 특허권을 취득합니다.

특허가 나자마자 헤디는 미 정부에 기술을 기증했으나, 미 해군은 그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미모를 활용하는 것이 세상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쟁 채권 판매를 강요했습니다. 수개월을 독일군 격퇴라는 목적으로 연구에 몰두한 해디에게 이와 같은 폭언은 너무나 모욕적이었습니다. 그는 사회가 ‘아름다운 여성’에게 원하는 건 전쟁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 아닌, 그저 돈을 벌어주는 상품의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내 얼굴, 나의 아름다움은 나의 불운이자 저주다’

잠을 줄여가며 열정을 쏟은 발명에도 사람들은 외모로만 그의 가치를 인정하려 했습니다. 헤디는 배우로서 화려한 삶을 누렸지만, 자신이 진정 추구한 과학자의 삶은 부당한 편견이 덧씌워져 무시당하고 홀대당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헤디는 특허로 아무런 금전적 이득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명을 뒤늦게 알아본 사람들이 온라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자 헤디의 업적은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97년, 헤디는 CDMA 기본 원리를 발명한 공을 인정받아 미국 전자개척재단으로부터 ‘개척자 상’을 받았습니다. 헤디의 수상 소감은 단 한마디었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

헤디는 많은 차별과 배신에도 자신의 발명이 인류 복지에 기여했다는 것에 기뻤습니다. 그는 세상을 사랑했고, 이것은 자신에 대한 깊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헤디가 세상을 떠난 2001년으로부터 4년 후, 독일은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한 헤디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생일인 11월 9일을 공식적으로 ‘발명가의 날’로 지정하였습니다. 또한 2014년 헤디는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오름으로써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과 ‘발명가 명예의 전당’ 두 곳에 모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2015년 구글은 헤디의 탄생 101년을 기념하여 '헤디 라머가 없었다면 구글도 없었다'(NO HEDY LAMARR, NO GOOGLE)라는 캐치프레이스와 함께 헌정 영상을 만들었는데요. 과연 구글만 없었을까요? 헤디 라머의 무선 주파수 도약이라는 발명이 없었다면 구글뿐만 아니라 애플, 삼성도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좋은 일을 하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이기적인 다른 속셈이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럼에도 좋은 일을 하라.

큰 생각을 하는 위대한 사람들이 좁은 마음을 가진 작은 사람들에 의해 무너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크게 생각하라.

당신이 수년을 공들여 만든 것이 단 하룻밤 사이 무너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계속 만들어라.

당신의 최고를 세상에 주고도 호되게 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최고를 선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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