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을 만든 여성들

발명은 여성의 것이다

2024.09.24 | 조회 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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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9월 21일 혜화역에서 열린 시위 갈무리 (출처. 연합뉴스)
9월 21일 혜화역에서 열린 시위 갈무리 (출처. 연합뉴스)

지난 주말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엄벌 촉구’ 시위가 혜화에서 열렸습니다. 주최측 추산으로 5천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고 하죠. 여러 지역에 장대 같은 비가 내렸지만, 시위가 열린 서울 혜화에는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시위에 참석하신 분들, 응원을 보낸 분들, 여러 방식으로 시위를 알린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러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모여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사회의 시선, 정책 그리고 처벌까지 바꾸게 될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지난 주말의 비 이후 하루 아침에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법 쌀쌀함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구독자님은 쌀쌀한 날씨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나요? 에디터 N은 시골 주택에 살다보니 도시가스가 없어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쌀쌀해지면 바로 올 가을 겨울의 기름값부터 걱정이 되곤 하죠. 그래서 올해 봄 거실에 설치한 난로가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답니다. 난로가 없다면 기름값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삶을 채우고 있는 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많은 일상적인 발명들이 여성들의 손에서 탄생했지만, 그 공로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드렸던 여성이 발명한 음식들처럼요.

오늘의 뉴스레터에서는 우리의 생활을 바꾼 여성 발명가들을 집중 조명해 보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바닥이 평평한 종이봉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바닥이 평평한 종이봉투

장보러 갈 때 꼭 필요한, 종이봉투의 발명

마가렛 나이트 (Margaret Knight)

집에 누구나 하나씩은 종이봉투가 있기 마련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마트에서 공짜로 주던 비닐봉투는 돈을 받거나 종이봉투로 바뀌었습니다. 심미적인 종이봉투를 가방 대신에 쓰는 분들도 많고요. 이 종이봉투도 사실 여성이 발명한 것이었답니다. 바로 마가렛 나이트라는 여성이죠.

마가렛 나이트는 1868년 종이봉투의 바닥을 평평하게 만드는 기계를 만든, 19세기 가장 유명한 여성 발명가입니다. 평평한 바닥 덕분에 봉투가 쉽게 넘어지지 않고 물건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게 되었죠. 식재료, 햄버거, 농부시장의 농산물 등 다양한 물건을 담는 종이봉투는 한 여성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마가렛은 어렸을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면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중등학교까지만 다닐 수 있었고, 이후 자매 형제와 함께 공장에서 일했죠. 12살에 일했던 섬유 공장에서 위험한 기계에 노동자가 다치는 걸 목격한 그는 안전 장치를 발명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의 마가렛이 발명한 이 안전 장치는 다른 공장에서 채택하여 사용하기도 했다고 해요.

마가렛이 발명한 종이봉투 기계 (출처. Smithsonian American Women's History Museum)
마가렛이 발명한 종이봉투 기계 (출처. Smithsonian American Women's History Museum)

1867년 마가렛은 한 종이 봉투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리고 종이봉투가 약하고 좁으며 바닥에 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죠. 당시 튼튼하고 유용한 평평한 바닥의 종이봉투는 손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에 마가렛은 평평한 바닥의 종이봉투를 자르고 접고 붙이는 기계를 발명하며, 평평한 바닥의 종이봉투를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이 상업적으로 사용되자 특허를 내려고 했지만, 한 남성이 그 아이디어를 훔치려 했죠. 그러나 나이트는 법정에서 자신의 발명을 지켜냈고, 이후 그는 "여성은 기계에 대해 모른다"는 편견을 뒤엎으며 27개(또는 30개)의 특허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조세핀과 식기세척기 설계도 (출처. EngineerGirl)
조세핀과 식기세척기 설계도 (출처. EngineerGirl)

요즘 살림에 필수템인, 식기세척기의 발명

조세핀 코크레인 (Josephine Cochrane)

자취하는 원룸에도, 새로운 살림을 꾸리는 아파트에도 요즘 사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가전제품은 단연 식기세척기입니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분들은 그릇이 더이상 쌓이지 않아서 정말 편리하다고 추천하곤 하죠. 이렇게 주방에 그동안 쌓여 있던 설거지를 덜어준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은 것 역시 여성이었습니다.

파티를 마친 어느 저녁 조세핀은 설거지를 하다가 가보로 물려받은 접시를 깨뜨렸고, 손으로 씻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 뿐 아니라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 주부들의 의무와 피곤함을 덜어주고자 했죠. 그렇게 조세핀은 식기세척기를 구상하고 발명하게 되었습니다. 1886년엔 특허를 따게 되었고요.

1883년 남편이 사망하면서 조세핀에게 거액의 빚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에 그는 금전적으로 자신과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죠. 식기세척기의 발명 후 그는 세척기를 제조하고 판매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발명과 특허를 받는 일 뿐 아니라, 고객을 찾고 판매하는 일까지 그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당시 여성의 위치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일이었죠. 그는 식기세척기 발명의 계기이기도 했던, 주부들이 자신의 제품을 구매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비롯한 몇몇 요소들로 개별 가구에서 식기세척기를 구매하기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정에서도 식기세척기를 널리 사용하게 되었고, 오늘날 주방 혁명의 상징적인 발명품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매리의 사진과 와이퍼 (출처. Institute of Automotive Mechanical Engineers)
매리의 사진과 와이퍼 (출처. Institute of Automotive Mechanical Engineers)

비 오는 날도 거뜬히 운전을! 자동차 와이퍼의 발명

매리 앤더슨 (Mary Anderson)

이번 주말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 운전해본 적 있으신가요? 운전하시는 분들은 이 발명품 없이는 여름과 겨울을 나기가 어려울 거에요. 매리 앤더슨이 없었다면 자동차는 와이퍼 없이 비와 눈이 앞을 가려 운전하기 정말 힘들었겠죠.

1903년 겨울, 매리는 뉴욕의 전차에 앉아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다 운전사의 어려움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운전사들은 시야 확보를 위해 눈을 치우거나 앞유리창을 닦으려 차를 멈춰야 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매리는 자동차에 부착할 수 있는 와이퍼를 고안했습니다. 그는 손잡이를 돌리면 유리창에 부착된 와이퍼가 앞뒤로 움직이며 차의 앞유리창을 닦아내는 장치를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와이퍼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 발명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상업적 가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데 운전사의 주의가 산만해질거라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후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매리의 와이퍼는 필수 장비가 되었습니다. 1922년엔 캐딜락이 이 와이퍼를 표준 장비로 채택하였지만, 1920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매리는 어떠한 이익도 인정도 받지 못했죠.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서는 그가 시대를 앞서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차 안에서 한 번이라도 매리를 생각한다면, 그가 생전에 얻지 못한 발명에 대한 인정도 조금은 만회가 될까요?

 

방탄 소재의 장갑과 스테파니 (출처. MIC.com)
방탄 소재의 장갑과 스테파니 (출처. MIC.com)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방탄복의 발명

스테파니 콜렉 (Stephanie Kwolek)

스테파니 콜렉은 처음부터 방탄복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사가 되는 것을 계획하던 그는 그가 전공한 화학 관련 분야에서 임시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번 후 의대에 진학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일하려던 듀폰(DuPont)에서 일생일대의 발명을하며 40년을 근무하게 되죠. 그렇게 그는 화학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게 됩니다.

1965년 스테파니는 강철보다 5배 강하지만 매우 가벼운 섬유를 우연히 개발하게 됩니다. 케블라(Kevlar)라고 불리는 이 섬유는 방탄복, 헬멧, 내화복 등에 사용되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죠. 이 소재는 테니스 라켓, 스키, 낙하산 줄, 보트, 비행기, 로프, 케이블 등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에도 사용됩니다. 우리의 삶 가까이에 스테파니의 발명이 있는 것입니다.

스테파니는 여성으로서 과학계에서 쉽게 인정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었지만, 자신의 발견을 통해 전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평생 동안 28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했으며, 과학계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듀폰에서 수여하는 Lavoisier Medal 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직원이었고, National Inventors Hall of Fame 에 추가 된 네 번째 여성이 되었습니다. 

 

연구실의 패트리샤 (출처. Because of Them We Can)
연구실의 패트리샤 (출처. Because of Them We Can)

시력을 되찾아 주는, 백내장 치료법의 발명

패트리샤 배스 (Patricia Bath)

구독자님은 눈 관리 잘 하고 계신가요? 에디터 N은 점점 연로해져가는 양친을 볼 때마다 눈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녹내장, 백내장 같은 병들은 이름만으로도 무서워지곤 합니다. 제 때 치료를 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백내장은 여성에 의해 치료법이 발명 되었습니다. 패트리샤 배스가 그 주인공이죠.

패트리샤는 의학계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안과 의사이자 발명가입니다. 그는 백내장을 치료하는 혁신적인 레이저 수술 기법인 Laserphaco Probe를 1986년에 발명했습니다. 이 기법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시력을 잃는 주요 원인이었던 백내장을 더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해주었죠.

패트리샤는 어린 시절부터 의료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흑인 여성으로서 차별을 경험하면서도, 그는 의료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죠. 그의 발명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시력을 되찾았고, 배스는 의학 역사에 중요한 인물로 남게 되었습니다. 흑인 여성 최초 의료 목적으로 특허를 받은 인물이기도 한 배스는 의사이자 발명가로서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기여로 인해 그는 미국의 줄스 스타인 안과 연구소의 첫 여성 회원이며, 안과 대학원 교육 프로그램을 이끈 첫 여성이자 UCLA 의료 센터의 명예 직원으로 선출된 첫 여성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 여성 발명가들이 있었음에도, 그들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잊혀진 여성들 뉴스레터에서 다루는 많은 인물들이 그렇죠. 여성들의 업적이나 이야기가 남성의 것 보다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뉴스레터에 전할 '잊혀진 여성들'이 없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 이야기는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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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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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시

    1
    about 1 month 전

    케블라가 여성의 발명품이었군요..! 뉴스레터 덕분에 알게되어 기쁩니다. 건강하세요!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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