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꼭 빠지지 않고 추가하는 결심 중의 하나가 영어 공부죠. 하지만 시간 투자 대비 효과를 못 보는 대표적인 계획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영어 관련해서 짧게 제 소개를 하면, 저는 한국에서 중학교 때 처음으로 영어 알파벳 배운 세대입니다. 시골에서 자라 도시에서처럼 영어 과외를 했던 것도 아니고요. 성인으로 한국에서 12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고 미국으로 왔습니다. 미국에 온 지 16년이 넘었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직장 생활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성인이 다 되어 미국에 오고, 미국 대학에 다니지 않은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미국에서 수십 년을 지낸다고 해서 영어가 저절로 막 늘지 않습니다. 미국에 와서도 한국 커뮤니티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고, 한국말로 대화하는 때가 더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본적인 생활 영어(주로 돈을 쓰는 영어)는 익혀지지만, 고급 수준의 영어(주로 돈을 버는 영어)를 배우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반대로,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고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영어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던 때는 미국에서 10년 넘게 보낸 시간이 아니라, 한국에서 1년 넘게 다닌 영어 학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두가 좀 길었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을까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딱 세 가지만 얘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집착하기
JTBC의 텔레비전 토크 쇼인 <비정상회담>에서 미국인 대표로 나와 유명한 타일러 라쉬(Tyler Rasch). 그는 영어,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 등 6개 국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가 외국어 학습의 비결로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언어에 대한 집착‘ 입니다.
뇌섹남 타일러에게 묻는다! 외국어 학습 노하우!? (유튜브 1분 45초)
그 언어에 대해 마니아(오타쿠) 기질을 가져야 언어가 잘 배워진다는 거죠. 그 언어를 통해서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타일러는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어 한국어로 국제정치를 공부했죠.
하지만 그는 언어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관심사를 정한 후 그 언어를 통해서 ‘집착하며‘ 따라가는 게 외국의 공부 비결입니다.
둘째, 많이 입력하고 출력하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반드시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글감이 풍부해지고 다른 작가로부터 자연스럽게 문체나 문장구조를 익히게 되죠.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입력하면 출력할 재료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시험 영어처럼 점수가 먼저라면 그 점수를 먼저 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끝냅니다.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는 영어는 영어로 돈은 버는 영어 즉, 비즈니스 영어를 말합니다. 비즈니스 영어는 주로 말하기와 쓰기의 비중이 크죠. 미팅하며 말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이메일을 쓰는데 소비합니다. 그렇다면 입력은 반대로 생각하면 되겠죠. 많이 듣고 많이 읽는 것입니다. 문법, 어휘 공부하느라 시간 낭비 하지 마세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유튜브 영상, 팟캐스트 등을 많이 들으면 좋습니다. 영화나 미드를 볼 때도 역시 관심 있는 장르를 봅니다. 필자는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SF 관련 장르를 좋아해서, 미드는 Person of Interest, Scorpion, Silicon Valley 등을 봤습니다. 남들이 많이 보고 미드용으로 추천한다고 해서 굳이 Friends를 볼 필요는 없다는 거죠.
셋째, 기쁨을 느끼기
성인이 돼서 영어를 습득하는 사람에게는 영어가 평생 숙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계속 지속할 수 없습니다.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합니다. 영어 시험공부처럼 공부하면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벼락치기 공부처럼 특정 시기가 지나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죠.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아주 어렸을 때 미국으로 온 1.5세, 2세들과 많이 일했는데요. 처음에는 한국어가 어눌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실력이 급격히 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비결이 궁금해서 물어보면 대부분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고 하더군요. 재미가 있으니, 몰입도 잘 되고 기억에도 잘 남는 것이죠. 필자도 미드를 많이 보며 리스닝이 많이 늘고 표현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영어 공부를 위해서 관심도 없는 미드를 본 적은 없습니다. (아직도 프렌즈를 보지 않음)
이상으로 3가지 비결을 얘기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구독자 중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너는 미국에 있으니, 환경이 되잖아. 네, 그렇긴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리스닝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던 것은 한국에서 1년 동안 영어 청취 학원에 다녔을 때입니다. 그리고 미드를 통해서죠. 한국에서 했던 것들입니다.
위에서는 대부분 입력에 관해서 얘기했는데요 그렇다면 출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가장 먼저 추천하는 방법은 ‘소리 내어 읽기’입니다.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에 뉴스나 글을 큰 소리로 읽습니다. 팟캐스트와 미드에서 본 소리(발음)를 똑같이 흉내 내면서 읽는 것입니다. 팟캐스트 나 미드 대본을 구해서 읽어도 좋습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 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영어뿐만 아니라 콘텐츠 내용 그 자체도 공부가 됩니다.
첫 번째 비결에서 얘기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따라가며 습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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