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앤소장입니다.
이번 호는 실리콘밸리에서 1,450억 원 규모의 AI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윤송이 Principal Venture Partners 창립자와 함께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이야기 나눠볼게요.
'천재소녀'로 만 18세에 MIT 최연소 입학하며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윤송이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맥킨지앤컴퍼니를 거쳐,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엔씨웨스트홀딩스 대표이사,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기업 경영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2025년 3월 엔씨소프트의 모든 공식 직함을 내려놓은 그녀는 현재 PVP(프린시플 벤처 파트너스)의 공동창립자 겸 매니징 파트너로서 AI 스타트업 투자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학계와 기업 경영을 넘어, AI 시대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벤처 투자가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셈이죠.
본 뉴스레터는 2024년 2월 13일 유튜브 TheMilk의 '윤송이 NC소프트 CEO가 말한다... 미국에서 본 AI혁명, 그리고 우리의 과제는?'을 바탕으로, AI 시대가 가져올 직업 변화와 자녀 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학부모 관점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Q.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부터 시작할게요. 정말 AI가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갈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지금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해요. 골드만삭스라는 큰 회사에서 미국의 900개가 넘는 직업을 조사했어요. 그 결과 AI 때문에 없어질 직업이 약 30% 정도 된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이걸 단순히 '일자리가 사라진다'고만 생각하면 안 돼요. 맥킨지라는 회사 조사에서는 지금 한 사람이 하는 일 중에 60-70%를 AI가 대신할 수 있다고 했어요. 쉽게 말해서 열 명이 하던 일을 두세 명이 AI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에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2017년에 AI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이런 말을 했어요. "이제 의대에서 방사선과 의사 교육을 그만둬야 한다"고요. 5년 후에는 AI가 진짜 의사를 대신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2022년에 미국에서 약 200개의 AI 프로그램이 병원에서 쓸 수 있게 허가를 받았어요. 힌튼 교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죠. 그런데 방사선과 의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2022년에 AI 전문가들이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 얘기가 중요해요. "방사선과 의사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AI가 의사를 대신한다는 말은 'AI를 잘 쓰는 의사가 AI를 못 쓰는 의사를 이긴다'는 뜻이다."
Q. 그렇다면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군요. 실제로 이런 협업의 효과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있을까요?
맞아요.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더 확실해져요. 스웨덴에서 유방암을 찾는 실험을 했어요. 세 팀으로 나눠서 해봤어요.
첫 번째 팀은 의사 두 명이 사진을 보고 판단했어요. 두 번째 팀은 AI와 의사 한 명이 함께 봤어요. 세 번째 팀은 AI 혼자 판단했어요.
결과가 놀라웠어요. AI와 의사가 함께 일한 팀이 의사 두 명이나 AI 혼자보다 암을 더 많이 찾아냈어요. 다른 연구에서도 AI와 의사가 함께 일하면 암을 20% 더 많이 찾는다고 나왔어요.
실제 회사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산 후에 직원 80%를 자른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가 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어요. 심지어 '그록'이라는 새로운 AI까지 만들어냈어요.
80%의 사람을 자른 후에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AI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을 도와주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예요.
Q. 이런 변화를 보면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할까요?
AI가 우리가 일하고 사는 방식을 크게 바꿀 거예요. 뭘 중요하게 생각하고 뭘 덜 중요하게 생각할지도 바뀔 거고요.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알아야 할 건 AI 기술이 주로 미국과 중국 같은 큰 나라의 큰 회사들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거예요.
작년에 투자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AI 회사들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어요. 그 돈의 80%가 미국 회사로 갔어요. AI를 잘 만들려면 많은 데이터와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자원을 많이 가진 회사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거죠.
중국 상황도 봐야 해요. 중국 바이두 회사 CEO가 말하길, 중국에만 238개의 큰 AI 모델이 있대요. 이게 두 달 만에 100개나 늘어난 숫자라고 해요. 중국도 AI에서 미국을 바짝 쫓고 있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예요. 저는 'AI 네이티브'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AI 네이티브'라는 개념이 흥미롭네요. 이게 우리 아이 교육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2023년 미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10개 회사를 보면, 그 중 5개가 2000년 이후에 만들어진 회사예요. 인터넷이 널리 퍼진 후에 생긴 회사들이죠. 이들을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이라고 불러요.
인터넷이 보급된 후 기존 회사들은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서 '디지털로 바꾸기'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회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반면에 처음부터 디지털로 시작한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은 기존 회사들을 쉽게 이겼어요. 이제는 'AI 네이티브', 즉 처음부터 AI와 함께 자란 회사들이 그런 역할을 할 시대가 왔어요.
제가 투자하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을 보면 정말 놀라워요. AI 기술 개발부터 데이터로 결정하기, AI로 일을 자동화하기 등 모든 일을 AI 중심으로 해요. 그래서 기존 회사들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단순히 AI 도구 쓰는 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AI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이해하고, AI를 써서 창의적인 걸 만들어내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이런 아이들을 저는 'AI 네이티브'라고 불러요.
Q. 그런데 한편으로는 AI로 인한 문제나 위험에 대한 걱정도 크잖아요. 특히 편견이나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이런 부분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맞아요. AI가 만들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요. 저는 이걸 'AI 윤리'라고 부르며 계속 연구해왔어요. 실제로 스탠포드 대학교 인간중심 AI 연구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많이 봐왔어요.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거예요. ChatGPT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하고 독도를 분쟁 지역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이는 AI가 배운 인터넷 자료들이 그런 관점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지만, 아직도 전 세계 사람 3명 중 1명은 인터넷을 못 써요. 나라별로 인터넷 사용률이 많이 달라요. 유럽과 미국은 90% 정도가 인터넷을 쓰지만, 아프리카는 37%만 인터넷을 써요.
인터넷을 못 쓰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 없어요. 그래서 AI가 배우는 데이터에는 이런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들어있지 않아요. 쉽게 말해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AI들은 주로 서양 사람들의 데이터로 배웠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잘 모른다는 거예요.
'노란딱지' 문제도 있었어요.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이 규정에 어긋나면 노란딱지를 붙여서 광고비를 못 받게 해요. 우리나라 유튜버들이 억울하다며 유튜브에 항의했을 때, 유튜브는 "이건 사람이 한 게 아니라 AI가 한 거다. 기계가 했으니까 틀릴 리 없다"고 답했어요.
이런 일이 생겼을 때 AI가 어떤 데이터로 배웠는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그냥 AI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AI와 친한 아이'로 키우면서도 AI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함께 길러줘야 해요.
Q. AI 시대를 맞아 정부나 사회 차원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투자 전문가 관점에서 말씀해주세요.
AI는 옛날 증기기관이나 전기, 인터넷처럼 인류 역사를 바꾸는 기술이에요. 경제학에서는 이런 걸 '범용 목적 기술'이라고 불러요. 우리 생활과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큰 영향력을 가진 기술들이죠.
자동차가 나온 시대에 말이 끄는 마차를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자동차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이런 기술들은 이전 세대 산업을 완전히 바꿔버려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활동을 하면서 보는 건 미국이 정말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는 거예요. 미국은 민간 회사들이 많이 투자하지만, 1960년대부터 정부가 회사들이 하기 어려운 AI 기초 연구와 공공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왔어요. 2015년 이후 정부의 AI 연구 투자가 40% 이상 늘어났고, 2016년에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미리 만들어두기도 했어요.
정부는 기술이 만들 수 있는 최악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적절히 규제해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해요. 지금 많은 나라가 각자 나름대로 AI 규제를 만들고 있어요.
미국은 지금까지 회사들이 스스로 규제하게 했지만, 최근 바이든 정부에서는 AI 규제 법안을 만들고 국가 차원에서 AI가 안전하고 믿을 만하도록 하고 있어요. 유럽연합은 작년 12월에 AI 기술을 규제하는 큰 법안을 만들기로 합의했어요.나라마다 규제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사람 중심의 믿을 만한 AI를 목표로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아야 해요.
Q. 그렇다면 부모들이 지금 당장 집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AI 네이티브' 교육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AI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거예요. AI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거거든요. 마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처럼요.
아이들에게 AI 도구들을 써보게 하세요. ChatGPT로 숙제를 도와달라고 해보거나, AI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거죠. 하지만 동시에 AI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주세요.
제가 투자하는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놀면서 자랐다는 거예요. 그들은 AI를 무서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생각해요.
그리고 AI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좋아요. 친구와 놀기, 감정 나누기,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같은 것들 말이에요.
구체적으로 'AI 네이티브'가 되려면 네 가지 핵심 능력이 필요해요. 첫 번째로 중요한 건 비판적 사고력이에요. AI가 준 답이 정말 맞는지, 왜 그런 답을 줬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이죠. 'AI와 친한 사람'이 된다는 건 AI를 무조건 믿는 게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면서도 한계를 아는 거예요.
두 번째는 창의력이에요. AI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건 잘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건 아직 어려워해요.
세 번째는 소통 능력이에요. AI와 대화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적응력이에요. AI 기술이 빠르게 바뀌고 있으니까,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Q. 마지막으로 AI 시대 진로 선택에서 학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I 네이티브'가 유리한 직업군도 있을까요?
단순 반복 작업이 많은 직업은 조심스럽긴 해요.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AI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면 오히려 더 잘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의사도 AI 도움을 받으면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고, 선생님도 AI를 써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교육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실제로 투자했던 한 교육 스타트업은 AI로 학생들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서 개인 맞춤 문제를 만들어주는데, 학습 효과가 기존보다 30% 이상 높아졌어요.
제가 투자하는 분야를 보면 'AI 네이티브'가 특히 유리한 영역들이 있어요. 데이터 분석, 창의적 콘텐츠 제작, 개인 맞춤 서비스, 문제 해결형 컨설팅 같은 분야들이죠. 이런 분야들은 AI를 도구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는 거예요. 그리고 그 일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AI 네이티브'라는 건 AI 개발자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분야든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에요.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AI로 작곡을 도와받을 수 있고,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AI로 개인 맞춤 레시피를 개발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도구로 활용하는 거예요.
AI는 엄청난 영향력과 위험성을 함께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미리 대비해야 해요.
하지만 이건 한 회사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안 돼요. 앞으로도 여러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다양한 분야가 협력해야 해요.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AI와 함께 성장하면서도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AI와 친한 사람'으로 키우되, 동시에 따뜻한 마음과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키워야 해요.
배운 점을 요약합니다
1. 'AI 네이티브' 시대의 생존 공식 : AI가 직업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와 친한 사람이 AI와 친하지 않은 사람을 대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2. 디지털 네이티브 다음은 AI 네이티브 : 아이들이 단순히 AI 도구 사용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AI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AI 네이티브'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3. 'AI와 친한 아이'의 핵심 역량 : AI를 활용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창의력, 소통 능력, 적응력을 균형 있게 개발해야 합니다.
4. 투자 전문가가 보는 미래 유망 분야 : 데이터 분석, 창의적 콘텐츠 제작, 개인 맞춤 서비스, 문제 해결형 컨설팅 등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유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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