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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Tiny Archives

2025.03.06 | 조회 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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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d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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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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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아카이브 컬렉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학창 시절의 일기장, 단짝 친구와 소풍날 찍은 사진, 첫사랑과 주고받은 연애편지... 혹은 시간을 더 거슬러 유년기의 컬렉션도 남아있나요? 간혹 배냇저고리나 돌잡이 용품이 남아있는 경우들도 있겠습니다만, 이건 부모님께서 따로 보관하다 전달해 주는 것이지요.

세상과 처음 만나는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산책하고 돌아온 날 어린이들의 주머니 속에는 세상 소중한 보물들이 가득합니다. 돌멩이, 강아지풀, 나뭇가지, 이름 모를 열매들, 조개껍데기, 가끔은 알록달록 비비탄 총알이라도 만나면 울트라 레어 리미티드 에디션을 득템하게 됩니다. 작고 소중한 이 보물들은 틴케이스에 담겨, 혹은 유리병에 담겨, 어딘가에 소중히 모아져 있다가... 사라집니다. 자연에서 온 소중한 보물들 대신 양육자에 의해 선별된 물건들이 남겨지게 되지요. 이 자연에서 온 수집물들을 어린이들이 보관하는 과정을 보며 아카이브의 개념과 기록관리 관행에 대해 탐구한 연구를 여러분과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스웨덴의 아동학 연구자인 저자는 어린이들의 이러한 자연물 컬렉션을 "Tiny Archives"로 명명하고,  이 수집물들을 통해 일상적인 컬렉션이 아카이브에서 갖는 중요성을 짚어보았습니다. 즉, 이 자연물 컬렉션은 어린이들이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그들의 일상적 경험을 어떻게 기록하는지 보여주는 자료로서, 어린이들이 아카이브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는지를 강조합니다. 기존의 아카이브 구조에 내재된 권력 역학에 따라 어떤 자의 목소리는 증폭되지만 어떤 자의 목소리는 소거되며, 어떤 자의 경험은 보존되지만 어떤 자의 경험은 폐기되는 것이 결정됩니다. 이 전통적인 아카이브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의 컬렉션이 갖는 은유를 확장하여 아카이브에서 다양한 경험과 역사를 반영하기 위한 커뮤니티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브 관점에서 'ephemeral'은 일시적이고, 덧없고, 영구적이지 않은 것으로, 아카이브 컬렉션으로 관리되지 않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자는 어린이들의 자연물 컬렉션과 같은 덧없는 것들을 수집하고 해석하며 아카이브가 살아있는 실체로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덧없고 일상적인 것들을 아카이브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기념비적인 것에서 일상적인 보통의 것으로, 영구적인 것에서 일시적인 것으로 포커스를 전환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커뮤니티가 자신의 역사를 보존하는 과정에서 어떤 이를 포용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야 함을 지적합니다.

언어적으로나 문자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의 말 없는 내러티브를 아카이브에 포함할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Tiny Archives"는 어린이들의 기억이 부재하거나 성인 중심의 렌즈로만 표현되었던 아카이브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며, 아카이브에 대한 기존 사고방식을 확장합니다. 어린이가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활동으로, 성인 중심의 가치 평가에 대한 개념에 도전하며 기존 아카이브 질서에 비판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카이브에서의 부재와 침묵(보이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어린이들의 일상적 실천을 통해 인식하고, 배제되거나 간과되었던 것들을 표현하고 포용하여 아카이브를 재구성하는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연구는 스웨덴 유치원의 "Tiny Archives" 사례들을 보여주며 이론을 마무리합니다. 어린이들의 수집된 자연물들은, 아카이브에서 구조적 질서에 따라 보존되는 것과 달리 일상적 공간에 보관되어 일상생활에 내재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수집된 자연물은 산책 경로에 따라 구분하기 어려운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어, 몇 개의 사물을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카탈로그화하려는 보존 욕구가 충돌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카탈로그화하는 것은 아카이브의 구조와 지각된 질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러한 질서에 대해 "Tiny Archives"는 도전하는 것입니다.

돌과 나뭇가지 등을 모아 놓은 바구니와 주머니 속에 모아둔 물건 [출처: Alex Orrmalm & Marek Tesar(2024)] 
돌과 나뭇가지 등을 모아 놓은 바구니와 주머니 속에 모아둔 물건 [출처: Alex Orrmalm & Marek Tesar(2024)] 

이 연구에서 어린이들의 일상적 실천으로 아카이브의 개념을 확장해 보려는 시도가 새롭습니다. 이름처럼 작고 소중한 "Tiny Archives"는 일상적이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들로 만들어지며 어린이들의 손에 의해 계속 변화됩니다. 어린이들이 만든 이 작고 연약한 아카이브는 기존 아카이브의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읽었습니다. 기록학 전공자가 아닌 언어로 아카이브의 권력구조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입니다. 기존의 권력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경험들을, 어린이들의 일상적 실천과 같은 비공식적이며 분산적이고 무질서하며 유동적인 아카이빙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어 한 저자의 뜻이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된 연구 논문은 Alex Orrmalm & Marek Tesar (2024). Imagining tiny archives: exploring young children's collecting of nature things. Archives and Records, 45(3), 219-237. 입니다.   [https://doi.org/10.1080/23257962.2024.237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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