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 노우 설문원?
기록학계에서 이 질문은 두 유 노우 휴응민 쏜?, 두 유 노우 BTS?와 같은 위계를 가진다고 감히 말한다. '설문원 보유 학교'라는 표현과 '설문원 교수님 제자'라는 말로 내가 설명되는 만큼, 그 이름은 한 사람의 인물 이상이다. 솔직히 설교수님 논문 한 번 안 읽은 사람 여기 없잖아요오! 그만큼 '설문원'이라는 이름은 한 세대의 교육과 현장을 대표하는 고유명사이자 우리가 공유한 경험의 일부이다.
이 글은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지엽적인 서사가 아니다. 설문원 교수님의 퇴임 소식을 전하고 우리가 선택한 기록화 방식과 그 과정을 공유하려는 시도다. (물론 일부의 자랑도 포함한다!) 동시에 오래 함께한 제자들이 그분께 품은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남기는 기록이기도 하다.
시작은 농담처럼
퇴임 행사는 대체로 일정한 틀이 있다. 구체적인 예시는 들지 않겠다. 여러분의 머릿속에 스쳐 가는 몇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과 관련해 교수님께 넌지시 여쭈어본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그분은 너무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표현 그대로 질색팔색.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즐겁게,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게. 우리도 교수님도 웃을 수 있으면서 존중과 사랑이 전해지는 자리. '축하'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설문원 교수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티타임에서 나눈 이런저런 반쯤은 농이 섞인 이야기들...
"설과 아이들 어때요?"
"오! 좋다 그걸로 로고도 만들고 굿즈도 만드는 거지!"
"신서유기나 지락실처럼 게임도 하고! MT를 가도 좋겠는데요!"
"아이돌 생일 카페처럼 꾸미고 교수님을 초청하는 거예요!"
하하 호호 웃으며 쏟아낸 상상들이 정말로 실현될 줄 누가 알았을까? 농담처럼 시작된 말들이 하나씩 구체적인 계획이 되었고, 그 계획은 준비가 되었고, 결국 모두가 함께 만든 하루가 되었다.
설과 아이들
처음엔 그저 웃자고 던진 말이었다.
"설문원 교수님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배우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아이들" 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준 우리 '설과 아이들' 행사 운영진들에게 이 자리에서 감사를 표한다. 이보다 적합한 이 관계의 본질이 있을까?
이 명칭은 곧 행사 전반을 아우르는 상징이 되었다. 행동력이 좋은 이는 운영진을 꾸려 파티원을 모집했고, 디자인 툴을 다루는 이는 로고를 뚝딱 만들었다. 굿즈(문화 상품) 좀 만들어 본 사람(= 저요)은 '아이들', 조사 '~과'의 영문 표기와 주조색, 보조색 등을 따졌으며, 그림에 능한 이는 캐리커처를 그렸다. 설교수님을 가까이서 자주 뵙는 이들은 교수님의 성향과 취향에 맞는 기획을 더했다. 책을 만드는 이는 '아이들'의 사연을 모아 편지책을 완성했다. 쟁쟁한 기록쟁이들 중에 상대적으로 더 집요한 이는 행사 준비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정리했다.
이렇게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맡아 하나의 이름 아래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설문원 굿즈!
'설과 아이들'의 국영문 아이덴티티, 컬러 팔레트, 캐리커처 등이 완성되자 행사 전체에 통일된 정체성이 입혀지며 초청장, 포스터, 굿즈 등의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설과 아이들'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매개였다. 열심히 논문을 쓰시는 교수님, 눈(雪)웃음의 교수님, 강의실에서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캐리커처 속에 담겼다. 키링, 띠부띠부씰, 가방, 컵 등 아이돌 팬카페 굿즈와 같은 구성을 과감히 차용했고 각 품목에는 로고와 캐리커처를 골고루 입혔다.
행사장에서 이 굿즈들은 단순히 나눠주는 선물이 아니라 '설과 아이들'이라는 이름이 가진 유쾌함과 애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 물건들은 각자의 책상과 가방, 서랍 속에서 '그날'을 소환하면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걸 차치하고... 국선도 하시는 설교수님 키링이라니요!!!!!!!! 소장 욕구 뿜뿜!!😍
2025년 8월 2일(토) 오전_준비 과정
2025년 8월 2일(토) 14시
설문원 교수님의 참석으로 MC 규빈과 MC 미래의 진행에 따라 행사가 시작되었다. (사실 비밀리에 진행하다 보니 홍철 없는 홍철팀처럼 설교수님 없는 설교수님 팬카페가 진행될 뻔하기도 했었다.) 큐카드에서 발췌한 대략적 순서는 아래와 같다.
- 오프닝
- 설문원의 지평
- 사전에 수집한 질문을 통해 교수님의 답변을 듣는 시간!
- 아이들은 설문원 교수님의 퇴임 후 계획을 들었다!! 훗!
- 설의고사
- 피켓 + '스승의 은혜' 노래 부르기
- 기록학 빙고
- 『기록학의 지평』의 목차, 색인 등에서 주제어를 발췌해 진행한 빙고 게임
여러 프로그램 중 열기가 꽤나 뜨거웠던 '설의고사'의 몇 가지 문항을 소개한다.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설의고사 문항
기록은 끝나지 않는다
행사는 하루였지만 준비와 뒷이야기는 훨씬 길었다. 우리가 만든 굿즈, 편지책, 사진, 영상, 큐시트, 집행 내역, 노션 페이지까지 모두가 또 다른 기록이 되었다. 8월 2일의 웃고 떠들던 목소리, 게임판 위의 열기, 손끝에 묻은 잉크까지도 이 안에 남아 있다.
설문원 교수님을 오래 기억하게 할 기록들이 이렇게나 차곡차곡 쌓였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문득 우리를 웃게 하고, 대화를 시작하게 하고,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교수님과의 인연도 그러하다. 날짜나 행사보다 오래 남는 건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쌓아 올린 이야기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어도 못 보내’는 그저 농담이 아니었다. 자리를 떠난 뒤에도 이어질 관계와 기억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지켜가겠다는 선언이었고, 그 다짐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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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rsonlab
꺄~~ 저도 편지책 아니 굿즈 받고 싶어요!!!!! 제자 아니어도 함께하고플 만큼 넘 좋은 자리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뭐 선생님 논문 보고 공부한 사람이면 다 제자 아닌가?? 멀리 있는 제자들도 같이 축하드립니다!!!ㅎ
홍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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