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납세자연맹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을 상대로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2022년 5월 청담동 한식당 450만원 식사비, 같은 해 6월 김건희 여사와의 영화 관람비 등 4개의 항목)에 대한 정보를 공개청구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은 4개 항목 중 2023년 5월 업무추진비 집행액만 일부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정보공개법상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에 제시된 조항을 근거로 청담동 저녁식사 비용 등 3개 항목은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안보외교경호와 관련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
-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
-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
납세자연맹은 이런 거부 사유가 부당하다며 다음과 같은 논리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5.13일 저녁식사와 6.12일 영화관람은 이미 수많은 언론과 목격자들로부터 해당일의 동선과 상황이 나왔는데도 이를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무리하게 연결시키고, 또 국가의 예산과 국민의 세금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공인의 사생활 보호를 일방적으로 내세워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시민단체 측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여 1심은 업무추진비 부분은 이미 공개되어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각하하였으나, 청담동 한식당 저녁 식사와 영화 관람 비용 및 영수증 내역은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2심 재판부도 이듬해(2025.1.10) 1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대통령실이 내세운 안보, 경호, 사생활 침해 우려는 최소한 이 항목들에 대해서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자료가 이미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어 대통령실이 보유, 관리하지 않으므로 소의 이익이 소멸되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 결정하였습니다. 비공개 사유의 타당성을 다시 심리한 것이 아닌 정보의 이관(대통령비서실 → 대통령기록관)과 기존 피고에 대한 소송의 실익을 심사한 것입니다.
그럼 왜 이긴 소송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요? 피고 적격의 문제로 승소가 무력화되는 구조인지 뭔지 잘 모르겠고, 정보공개청구자는 그냥 기록정보를 확인하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이것이 바로 정보공개법의 한계입니다.
정보공개소송은 피고가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야 소송 요건이 충족됩니다. 시민이 정보를 보유한 기관을 상대로 수년간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해도,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정보가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면 그 승소 판결은 집행력을 잃습니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윤석열 탄핵 이후 기록이 이관됐기 때문에 현재의 대통령비서실은 더 이상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경향신문의 후속 분석 보도에 의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특활비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 아니라 정보공개 소송 구조 자체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문제는 이 사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보도는 "공공기관의 정보 비공개 처분이 법원에서 번번이 깨지면서 이들의 행정 편의주의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며 "시민단체가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그제야 정보를 공개하거나 법원의 정보공개 결정 이후에도 일부 내용을 가린 채 공개하는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정보공개 소송은 대통령 임기 5년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청와대 및 대통령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는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납세자 연맹은 아래와 같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정부 청와대·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정보공개소송을 장기간 진행하다 대통령 임기 종료와 함께 관련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이관하면, 국민이 승소하고도 다시 대통령기록관장에 정보공개 절차와 소송을 해야 하는 제도적 허점이 확인됐다."며 구조적 한계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윤석열 정부의 특활비를 공개하라 말라의 개별 사안이 아닌 정보공개법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대통령기록의 보호와 공개의 이해충돌 방지와 투명성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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