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전공한 '설리반'과 도시를 전공한 '이대로'가 대화를 나누었다. 아키비스트의 관점에서 관심을 갖게 된 예술가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구성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작가가 제공한 작품과 자료를 보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후, 녹음파일을 open AI로 녹취 및 요약한 것을 토대로 편집하였다. 각 부분과 관련된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구성하였다.)
작가 소개
소동호는 독립 디자이너로 스튜디오 산림조형을 운영하며 실험적인 의자 디자인 연구와 아카이빙, 디자인 큐레이팅에 관심을 두고있으며, 창작자인 동시에 기획자로서 디자인을 모색한다. 제18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총괄 아트디렉터로 활동했고, 의자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서울의 길거리 의자들〉과 〈시팅 서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의자'의 기능적·사회적·도시적 맥락
- '의자'는 사람이 앉고 쉬는 것을 보조하는 기능이 본질이며, 단순한 가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 도시 공간에서의 인간 행위와 연결된 사물임
- 소동호 작가는 '길거리 의자'라는 주제를 통해, 도시를 미시적 시선으로 보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함
"사용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이나 외형을 변주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재미를 찾아가는 게 흥미로웠어요. 그것들을 거리에 버려진 어떤 쓰레기로 보지 않고 의미를 찾는 게 소동호 작가의 시선이자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나 다 저런 의자들을 접하지만, 그들이 모두 기록하진 않잖아요."
설리반
"의자의 제일 중요한 역할이 편하게 앉고 쉬는 건데, 여기에 있는 의자들은 사실 그렇게 편한 느낌은 아닌데, 어쩔 수 없는 한계의 상황에서 앉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편함보다는 제한된 조건에서 그나마 앉을 수 있게끔 만드는 그런 느낌.(...) 또 이런 의자는 원래는 도시나 건축물의 구조 중 일부인데 두꺼운 종이만 위에 살짝 덮어서, '최소한의 터치'로 의자로 변모시킨다거나 그러면서 원래의 용도에서 의자로 바뀌는 것 같아요."
이대로
작가의 수집기준
- 소동호 작가가 작성한 '기록의 기준'이 있으며, 7가지 수집 기준을 통해 작업의 철학과 일관성을 보여줌
- 특히 '발견한 의자 그대로를 기록한다. 주변을 정리하거나 의자를 옮기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기록학적 관점에서도 높이 평가됨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4번. 이 기준을 지난 발표 때 듣고 많이 놀랐어요. 도시를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사례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스스로 기준을 마련하는 이들은 많지 않거든요. 그건 기록학을 공부한 사람들도 생각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죠. 그런 점에서 소동호 작가는 본인이 어떤 관점에서 사진을 찍는지를 굉장히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발견한 의자 그대로를 기록하고 주변을 정리하거나 의자를 옮기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자들이 어떻게 보일지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거죠.
기록은 객관적이지 않기에,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지니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 부분이 아카이브의 기술(description)과 유사한 맥락인 것 같아요. 아키비스트들이 기술할 때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 의자들을 더 재미있게 보이도록 하거나 혹은 반대로 그런 것들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예술가로서 쉽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은 항상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들을 비판하거나 혹은 옹호하는 지점들을 갖잖아요. 그래서 발견한 의자 그대로 기록한다는 게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작가는 기록학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작업을 시작했기에, 대상을 보여주는 방법론에 두는 의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봤어요"설리반
"저는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모든 길거리의 의자가 수집 대상은 아니다. 유독 나에게 말을 거는 의자가 있다.' 이게 의자를 의인화한다거나 의자에 감정이입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살아있는 무언가를 보는 것 같은. 의자가 말을 건다고 느끼는 건 사람이긴 하지만, 보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기보다 그냥 진짜 말을 거는 그런 의자들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도 받았어요. 진짜 의자가 말할 수도 있잖아요(웃음). 그런 면에서 어떤 사진을 보면, 모여있는 의자들은 친구들이 둘러앉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상판이 벗겨진 의자는 '부상당한 의자'라는 워딩이 떠올랐어요."
이대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들이거든요. 저는 쉽게 지나쳤던 것들을 어떤 사람은 이렇게 관심있게 볼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나한테 말을 거는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구나, 라고 오히려 자극을 받는 포인트를 주는 거 같아요. 이 사진들에는 의자를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이 담겨있어서,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따뜻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지나칠 수 있는 대상에 시선을 멈추고, 본인에게 말을 거는 것들에 대한 관심인 거죠."
설리반
'아카이브 아트' 관점
- 기록의 객관성, 정보의 충실성
- 작가가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고 진지하게 다루는지가 중요함
(설리반은 나름의 '아카이브 아트'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 거 같은데, 본인 관점에서 어떻게 보나요?)
"미술계와 기록학계에서 평가하는 아카이브 아트는, 여전히 다른 포인트가 있어요. 기록학적인 관점에서 아카이브 아트가 다루어야 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정보인 것 같거든요. 이 사진의 캡션이라고 하는 여러 정보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기록되어 있고, 또 기록 혹은 작품을 생산하는 사람이 그 정보를 추출하는 데 의지를 갖는지가 중요해요. 이미지와 정보를 통해 예술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싶은지, 혹은 기록으로 강조하고 싶은지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진다고 봐요.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식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텍스트와는 달리 식별하지 못하는 사진은 정보를 찾기 어려워요. 우리가 이미지만 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언제인지를 알기 어렵잖아요. 유명 인물도 아니고, 특정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기에, 장소나 날짜 같은 것들을 정확하게 기록해 놓은 게 인상 깊었어요."
"물론 정보 외에 예술적인 감정 등 획득할 수 있는 다른 접근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정보를 중요시하고,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 매력적인 부분이죠. 소동호 작가가 최근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은데, 그런 대상들을 어떻게 정보로 나타낼지도 기대하는 부분이에요."설리반
기록하는 사람, 살고 싶은 도시
- 작가의 미시적 시선은 도시계획가, 건축가와 동네에 살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함
- 참여형 도시계획에서 ‘관심’과 ‘애정’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로 작용 가능함
"항상 도시에 쉬거나 앉는 장소가 많이 부족한데 작가는 그 안에서 틈 같은 걸 계속 찾아내서 이런 것(곳)도 쉴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도시계획에서 사람 중심의 계획이 필요하고 걷는 사람 관점의 미시적 시선으로 바라봐야 되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조감도가 새의 눈으로 보는 거잖아요. 근데 사실 사람은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이런 정도 스케일로 걸어 다니고 앉는데, 그 사람의 행위를 담는 시선. 이런 시선을 도시를 계획하거나 설계하는 사람들이 습득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도시계획의 주체는 도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동네에 관심가지고 애정이 생기면 주체로 참여하고픈 마음이 들고, 그러면 참여형 도시계획이 더 잘 작동할 거 같아요."이대로
"이 프로젝트의 제목에서 보면 '도시'라는 큰 개념과 '길거리 의자'가 굉장히 언밸런스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도시(서울)의 길거리 의자들'이라는,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대상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그것들을 향한 대한 애정이 있는 거잖아요. 기록도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이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동시대적 관점에서는 한 장의 기록이, 그리고 그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고, 시급하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에 기록들이 쌓이면 결국 우리의 삶, 역사를 말해주잖아요. 길거리 의자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투영하는 대상이 되는 거 같아요. 소동호 작가가 오마주한 '비트라' 포스터가 전시장에 진열된 유물이라면, 사진 속 길거리 의자들은 실제로 우리의 일상과 삶을 투영하는 느낌이거든요.
그런 시선이 곧 현재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지켜봤다는 의미이기에, 도시를 더 도시답게 만들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현실의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는 것 같어요. 그리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설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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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여행자
이번에 소동호 작가 발표 인상적이었는데 의미를 짚어주시니 더 좋네요. 다음 대화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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