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을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아카이브 자격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기록학 용어사전”에서 아카이브(Archives)는 지속적 가치 때문에 단체나 조직들이 사용하지 않게 된 비현용기록물을 보존해 온 ‘장소’이자, ‘보존 기록’ 또는 ‘보존 자료’라는 의미로서 낱장 서류, 필름, 사진, 소리나 영상 기록테이프, 컴퓨터 디스켓 등과 같이 정보로 전환될 수 있는 물리적인 매체를 지칭한다. 아카이브는 보존 자료의 선별과 평가 그리고 보존하는 것을 책임지고, 보존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행위나 작업 일정을 의미하며, 기록 보존의 책임 부서나 기록을 보존한 건물이나 장소를 지칭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기록관리 개념에서 조직의 업무 활동 중 생산된 'records' 중 영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선별‧평가된 것을 'archive'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록관리 전문 인력과, 기록을 보존할 공간(보존서고)과 기록이 있고, 기록관리를 위한 예산이 확보된 곳인 기록관이나 영구기록물관리기관만을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다양한 단체와 조직에서 활동한 기록을 보관하면서, 그 중 중요한 기록물을 따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느끼고 관리하려고 하고 있다면 이런 곳도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는가?
영국의 다양한 사례를 조사하던 중,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 표준을 발견하였다.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 표준은 아카이브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 및 공공 부문 아카이브를 모두 포괄하는 조직을 대상으로 한다. 인증 표준은 아카이브 서비스가 정책, 계획 및 절차를 검토하고 개발하여 아카이브 서비스의 강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9년 영국 전역에 있는 광범위한 아카이브 서비스의 지속적인 개선과 오늘날 아카이브 서비스가 운영되는 방식을 반영하는 등 새로운 아카이브 벤치마킹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2010년부터2013년까지 영국의 아카이브 관련 파트너십(ARA, 웨일즈 아카이브 위원회, 스코틀랜드 국가기록원, 북아일랜드 공공기록보존소, 스코틀랜드 아카이브 위원회, TNA, 웨일즈 정부, 영국 예술위원회(박물관 인증 경험 제공))에 의해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 표준 개발이 주도되었다.
2013년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표준이 공식적으로 공표되면서 ARA(Archives and Records Association)와 함께 인증 지원기관 워크숍이 이어졌다.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 프로그램 및 콘텐츠에 대한 소개를 자세하게 했으며, 이러한 워크숍은 계속되고 있다. 정책 개발에 대한 지침과, 박물관이나 대학, 기업 아카이브에서 표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포함하여 아카이브 부문의 다양한 요소가 전문가 워크숍을 통해 보완되었다.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 지원 절차를 통해 아카이브 서비스는 조직의 건강, 컬렉션 관리 및 이해관계자와 그들의 경험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보여줄 수 있다. 아카이브 서비스는 인증 지원을 할 때 강력한 정책과 계획, 실무에 대해 좋은 인상을 전달해야 한다. 인증 신청은 온라인으로 해야 하며, 정해진 형식에 따라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인증 평가 시 현장 검증 방문도 포함하고 있다.
인증 평가는 TNA, 북아일랜드 공공기록보존소, 스코틀랜드 국가기록원, 스코틀랜드 아카이브 위원회, 웨일즈 정부 문화기관 부서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평가 구성원은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 위원회에서 선발된다. 파트너들은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위원회에 회원을 지명하고, 공개 경쟁을 통해 모집된 경험이 풍부한 아카이브 전문가가 패널로 합류하여 표준 개발을 감독하며, 전체 아카이브 부문을 담당하는 등 공동의 책임을 진다. TNA는 국가의 평가 기관과 영국 전역의 지원서를 조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의 평가팀은 매년 6건의 지원서를 접수한다. 각 지원서에 대해 패널 회의 날짜에 맞춰 약 3개월의 검토 기간이 있다. 대부분의 지원서는 선착순으로 배정되며, 각 검토에는 현장 평가 방문이 포함된다. 패널은 평가의 일관성을 보장하고, 인증 결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주요 정책 사항을 파악한다.
2013년 여름부터 시작된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은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아카이브 서비스가 인증을 받았으며, 지원기관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증 제도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아카이브 부문 구성원들과의 협력과 공동의 노력으로 정기적인 피드백을 통해 현실적이면서 의미 있는 요구사항들을 구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지원 자격이있는 모든 광범위한 아카이브 서비스에 동등하게 적용된다.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은 문화유산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존 표준을 차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특히 박물관 인증 제도로부터 유산 컬렉션의 공통적인 주요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모듈 수준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도서관, 박물관, 아카이브에서 공통적인 용어를 사용가능하나, 앞선 두 문화기관과는 달리 아카이브는 보다 더 광범위한 유산기관이나 정보기관 내에 있다는 것이 인식되었다.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은 비록 인증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더라도 아카이브 서비스의 정책, 계획, 절차 및 운영 방식을 검토할 수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아카이브 서비스 인증을 받게 되면 아카이브의 성과를 축하하고 위상을 높일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는 자격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인증’이라는 제도는 자격 부여의 의미도 있으나,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아카이브의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국가기록원은 ‘공공기록물법’에 근거, 기관평가를 통해 공공기록물 관리기관의 기록관리 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모범사례는 포상하고 우수사례집을 배포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기록관리 환경 및 역량제고를 위한 기관평가는 공공기록물 관리기관에 한정되어 있다. 영국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만이 아니라 공공과 민간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아카이브에 대한 기록관리 역량 제고를 위한 기준과 제도를 기대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또한 민간 아카이브라고 한다면 공공기록물 관리기관과는 달리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민간을 포함한 아카이브에 대한 인증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지난주 금요일(4월4일)에 개최되었던 “시민기록 오픈마이크: 우리의 기록, 우리의 이야기”에 관한 ‘기록과 사회’ 행사 안내 메일리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참고 웹사이트
https://www.nationalarchives.gov.uk/archives-sector/archive-service-accreditation/
https://archives-unilever.com/about/the-uk-national-archives-accr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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