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을 읽어나가던 중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여러 문장들과 마주치게 되었고, 그 순간마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자연스레 멈춰지곤 했습니다.
마치 시간이 잠시 정지한 듯한 그 순간들 속에서, 글자 하나하나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어떤 문장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일깨워주었고, 또 다른 문장들은 가슴 한켠에 말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감정을 보존하려는 특별한 시도
이렇게 특별한 순간이 만들어낸 감정들이 시간 속에 희미해지고 흩어지기 전에, 저는 향이라는 독특한 매개체를 통해 이 감정들을 붙잡아두고자 했습니다.
기억이란 참으로 덧없어서, 아무리 소중한 순간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선명함이 점점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향기는 다릅니다. 후각은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감각 중 하나로, 한 번 맡은 향기는 그와 연결된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되살려냅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향 프로젝트는 바로 그러한 문학적 감동과 여운을 향기라는 새로운 언어로 풀어내고자 하는 특별한 시도입니다.
이는 단순히 책에서 영감을 받은 향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문학이 주는 깊이 있는 감정적 경험을 후각적 체험으로 번역하는 창의적 작업입니다.
조향을 통한 감정의 번역
각각의 책 속 문장들이 지닌 깊이 있는 의미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 안에 섬세하게 담겨있는 감정의 결들을 하나하나 조향의 언어로 정성스럽게 옮겨담고 있습니다.
'의미'를 단순히 말로 풀어내어 설명하는 대신, 감정의 흐름을 향이라는 독특한 매체를 통해 더욱 풍부하고 새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사뭇 창의적입니다.
향기는 언어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더욱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에 다가갑니다. 때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의 변화까지도 향의 변화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공감과 기억의 향기
『단 한 번의 삶』에서 정성스레 길어 올린 문장들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했을 조용하면서도 의미 있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감정들이 향기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고 표현됩니다.
이렇게 섬세하고 깊이 있는 순간들이 이번에 선보이는 향을 통해 더욱 선명하고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향기를 맡는 순간, 그 향과 함께 담긴 문학적 감동이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되살아나기를 기대합니다.
세 가지 향의 이야기
이로우라와 브리페아가 함께 심혈을 기울여 기획하고 조향한 세 가지 향은
'책 속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감정의 결'을 따라 정성스럽게 만들어졌으며,
곧 《활자의 맥박》이라는 특별한 전시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됩니다.
1. 서린 Serene
"후각은 가까이에서만 작동하지만 그만큼 강렬하다"
–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Notes: Lilac, Rosemary, Eucalyptus, Marine
하루의 끝, 보랏빛 노을처럼 조용히 다가오는 위로.
가까이에서 나를 감싸는 시원하고 맑은 기운.
지친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며 하루를 정리해주는 향입니다.
2. 던 포레스트 Dawn Forest
"모든 지도에 축척이 있듯이 실제 세계는 이야기의 세계를 초과한다.
다만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뿐."
–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Notes: Hinoki, Cypress, Moss, Bergamot, Patchouli
이른 새벽 숲속 적막에 머무는 시간.
촉촉한 공기처럼 감정을 정리하고,
생각의 결을 가만히 다듬어주는 향입니다.
3. 베르데 재즈 Verde Jazz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곡선은 어떤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그 선들을 만든 함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떤 충동과 어떤 운이었을까?"
– 『단 한 번의 삶』 중에서
Notes: Basil, Coriander, Cedarwood, Ambrette
초여름 잔디밭 위에 앉아 흐르는 재즈를 듣는 시간처럼.
삶의 굴곡을 받아들이게 하는 여유,
포근한 햇살 아래 머무는 감정의 수용을 향으로 표현했습니다.
활자의 맥박 전시 안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를 테마로,
향 브랜드 모노뮤즈를 비롯한 20개 향 브랜드가 함께하는 팝업 전시입니다.
누군가의 기억을 담은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에서 피어난 향기.
감정이 머물렀던 공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활자의 맥박》
기억을 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만남
2025년 6월, 서울시 한강 수상버스 첫 팝업에서
모노뮤즈 ×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향기 전시가 열립니다.
일시
2025.06.05(목) 15:00–20:00
2025.06.06–08(금–일) 12:00–20:00
2025.06.09(월) 12:00–18:00
장소
서울시 여의도 한강 수상버스 정류장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85-6)
현장에서는 각 향을 직접 시향해보실 수 있습니다.
문장에서 피어난 감정을 향기로 마주할 수 있는 이 자리에,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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