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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25년도 어느덧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모두 따뜻한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
12월의 마지막 목요일이 크리스마스인 관계로, 이번 스페셜 레터는 하루 앞당겨 발송되었답니다.
이번 레터는 러닝스파크 CRO 윤성혜 이사님께서 보내주셨어요. 그 안에는 ‘AI 시대의 학습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가 담겨 있답니다.
모두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2025년 마지막 스페셜 레터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러닝스파크가 들려드릴 이야기
안녕하세요. 러닝스파크 CRO (Chief Research Officer) 윤성혜입니다.
이번 스페셜 레터를 통해 전해 드릴 이야기는 "AI 시대의 학습"입니다.
최근 여러 교육기관에서 연수를 진행하며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초·중·고 학교급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질문 앞에서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학생들의 AI 사용, 어디까지 괜찮은 걸까요?"
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AI를 사용하는 것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번 레터에서는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통해, '매끄러운 길'과 '울퉁불퉁한 길' 사이에서 우리가 정말 물어야 할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 AI Doom Loop의 현실
연수에서 소개해 드리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는 시나리오가 하나 있습니다.
AskEdTech에서 소개해 드린 바 있는,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Learning(현 Battelle for Kids)의 전 CEO인 David Ross가 쓴 글에서 묘사한 시나리오입니다. AI Doom Loop라고 명명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입니다.
10학년 역사 교사 Bennett은 ChatGPT에게 "프랑스 혁명과 미국 혁명을 비교하는 작문 과제 설명문 5개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합니다. 2번 옵션이 괜찮아 보입니다. 구글 클래스룸에 붙여 넣습니다.
학생 Johnny는 과제 설명문을 복사해 Claude에 붙여 넣습니다. "10학년 수준으로 에세이 써줘." Claude가 준 글을 다시 복사해 이번엔 AI Humanizer에 넣습니다. AI가 쓴 글을 인간이 쓴 것처럼 바꿔주는 도구입니다.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제출합니다.
채점 AI가 Johnny의 글을 루브릭 기반으로 평가합니다. Bennett에게는 과제 개선 조언을, Johnny에게는 글쓰기 개선 조언을 제공합니다. 점수는 자동으로 성적부에 입력됩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학생 Johnny는 학습을 했나요? 이 시나리오는 현실에서는 드문 극단적 상황인가요? 제가 만난 많은 선생님들은 두 질문 모두에 No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진학닷컴이 전국 고등학생 3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6.5%가 수행평가 준비에 생성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세계일보, 2025. 10. 27). 그중 46.7%는 '대부분 사용한다', 31.3%는 '매번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3.1%,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0.3%에 불과했습니다.
서울대 자체 조사에서는 재학생 97%가 학업에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조선비즈, 2025. 11. 4).
그리고 2025년 11월, 예상했던 일이 터졌습니다. 연세대학교 '자연어 처리와 ChatGPT' 과목에서 600명 수강생 중 190명이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를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온라인 시험에서 화면과 손, 얼굴을 촬영하도록 했음에도 상당수가 AI를 몰래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연합뉴스, 2025. 11. 9).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서울대학교 집단 부정행위 사건이 뉴스에 보도 되었네요(중앙일보, 2025. 12. 21).
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울 강서구 한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수행평가에서 일부 학생들이 책 줄거리를 작성하는 동안 접속 기록을 확인한 결과,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답안 분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학생들은 AI가 생성한 내용을 붙여넣었다고 인정했습니다(중앙일보, 2025. 11. 28). 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AI로 인한 부정행위 사건이 보도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가이드라인 마련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학교에서의 안전한 AI 도입·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 중이며, 내년 3월 배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평가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시도교육청과 공동 방안도 마련 중이고, 12월 초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한국경제, 2025.11.28). 서울시교육청 역시 AI 에듀테크 공교육 도입 및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내년 개학 전 안내 예정입니다(중앙일보, 2025. 11. 28).
여기에서 의문이 하나 듭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연세대학교는 2024년 5월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습니다. 다음해인 2025년 11월,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AI 부정행위 스캔들은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윤리의식이 부족해서일까요? 학생들에게 AI 사용의 윤리를 더 강조하면 될까요?
그것도 답이 아니어 보입니다. 초등학생도 남을 속이는 것이 나쁘다는 것쯤은 알고 있거든요.

저는 이 상황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학생들 앞에는 원래 가야 했던 울퉁불퉁한 길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찾고, 읽고, 이해하고, 정리하고, 쓰고, 고치는 과정.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옆에 매끄러운 길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딸깍 클릭 한 번이면 도착하는 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매끄러운 길 끝에 있는 결과물이 내가 울퉁불퉁한 길을 애써 걸어 만든 것보다 더 그럴듯하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유혹적일까요? 우리는 학생들이 왜 매끄러운 길을 선택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그 매끄러운 길은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먼저 짚어보려 합니다. 만약 매끄러운 길이어도 괜찮다면 애초에 이 논의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 매끄러운 길의 함정
최근 발표된 연구들이 이 질문에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합니다.
첫 번째 연구
첫 번째 연구는 MIT 연구팀이 공개한 논문입니다(Kosmyna et al., 2025). 연구팀은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에세이를 쓰도록 했습니다. 한 그룹은 ChatGPT를 사용하고, 한 그룹은 검색 엔진을 사용하고, 한 그룹은 아무 도구 없이 오직 자기 머리만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에세이를 쓰는 동안 뇌파검사(EEG)로 뇌 활동을 측정했죠.
연구 결과, 세 그룹의 뇌 활동 패턴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아무 도구 없이 스스로 생각하며 쓴 그룹이 가장 강하고 분산된 뇌 네트워크 활동을 보였습니다. 반면 ChatGPT를 사용한 그룹은 가장 약한 뇌 활동을 보였습니다.
또 흥미로운 건 기억과 오너십입니다. ChatGPT 사용자들은 자신이 쓴 에세이의 내용을 정확히 인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글에 대한 오너십도 가장 낮았습니다.
연구는 4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ChatGPT를 사용자는 일관되게 신경학적, 언어적, 행동적 수준에서 낮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라고 명명했습니다. 당장은 편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지적 빚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AI 도구를 사용하면서 ‘점점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세계 교육자들도 바로 이 지점에서 많은 공감을 했나봅니다. 이 논문의 저자는 해당 논문을 공개한 이후, 전 세계 교육자로부터 약 4,000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해요. 이들의 목소리가 아주 절박해 보였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두 번째 연구
두 번째 연구는 Melumad와 Yun(2025)의 연구입니다. 이 연구 또한 위의 연구와 유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연구진들은 LLM 사용과 웹 검색이 학습의 깊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총 10,462명을 대상으로 7번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ChatGPT를 사용해 특정 주제(텃밭 가꾸기, 건강한 생활 방식, 금융 사기 대처법 등)에 대해 학습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Google 검색을 통해 학습하도록 했습니다. 학습 후 그 주제에 대해 글을 쓰도록 요청했습니다.
연구 결과, ChatGPT를 사용한 그룹은 Google 검색을 사용한 그룹에 비해 학습에 투입한 시간이 적었고, 스스로 더 얕게 배웠다고 느꼈습니다. 작성한 글의 분량은 더 적었고, 구체적인 사실 언급은 적었으며, 독창성은 떨어졌습니다.
연구팀은 독립적인 평가자들에게 두 그룹이 작성한 글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평가자들은 어떤 글이 ChatGPT를 사용해 학습한 후 작성된 것인지 몰랐습니다. 평가자들은 ChatGPT 그룹의 글을 덜 유용하고, 덜 신뢰할 만하며, 채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연구팀은 우리가 들이는 노력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Google 검색을 사용할 때는 여러 링크를 클릭하고, 각 사이트의 정보를 읽고, 비교하고, 종합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반면 ChatGPT는 종합된 답을 제공해, 우리가 노력을 덜 기울여도 되게 만들죠.

세 번째 연구
세 번째 연구는 Fernandes 등(2026)의 연구입니다. 제목부터 아주 도발적입니다. “AI는 당신을 더 똑똑하게 만들지만, 더 현명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수행과 메타인지 사이의 괴리”라는 제목입니다. 연구팀은 생성AI 사용이 사용자의 메타인지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로스쿨 입학시험(LSAT)에서 발췌한 논리적 추론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한 그룹은 ChatGPT를 사용할 수 있었고, 한 그룹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각 문제를 푼 후, 자신이 몇 개나 맞힐 것 같은지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ChatGPT를 사용한 그룹은 더 높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AI가 수행 향상에 도움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 수행 능력과 실제 수행 능력의 차이였습니다. AI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도 자신의 수행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그 정도가 AI 사용 그룹에서 더 컸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메타인지 편향(metacognitive bias), 메타인지 왜곡(metacognitive distortio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더닝-크루거 효과'의 소멸입니다. 일반적으로 능력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ChatGPT를 사용하자 이 패턴이 사라졌습니다. 능력이 높든 낮든 모두가 자신을 과대평가했습니다. 연구진은 AI로 인해 스킬 격차가 줄어들고(낮은 능력의 사람도 높은 수행 결과에 도달하도록 함으로써), 고전적인 더닝 크루거 효과의 패턴이 아닌 ‘모두가 과대평가를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합니다.
더 놀라운 건, AI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과대평가를 많이 했다는 점입니다. AI 리터러시가 높을수록 메타인지 정확도는 낮았습니다. 기술적 지식이 많다고 해서 자기 성찰 능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자들은 기존의 문헌과 연구 결과를 종합해, 인간-AI 상호작용에서 손상된 메타인지 모니터링 문제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AI 결과물에 대한 과도한 의존. 사용자들은 비판적 평가 없이 AI 결과물을 신뢰해, 자기 성찰이 줄어들고 AI 오류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둘째, 메타인지 모니터링의 상실. 사용자는 특히 복잡한 의사결정 작업에서 자신의 수행을 정확하게 평가하거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없다.
셋째, 이해의 환상. AI에 능숙한 사용자는 AI 결과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세 연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I 도구의 편리함은 우리의 인지적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인지적 경로가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더 마찰이 적고 매끄럽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높은 품질의 산출물을 얻게 되고, 그 성과 속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함정에 빠진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매끄러운 길은 학습에 있어 바람직한 길이 아닙니다.
제가 몇 년 전 들었던 말 중 가장 강력했던 말 중 하나가 ‘AI로 인한 인간의 de-skilling(탈숙련)’ 현상을 우려했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AI로 인한 never-skilling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었던 역량을 잃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 역량을 키울 기회조차 갖지 못한 세대의 등장. 저는 진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걱정스럽습니다.

🤔 왜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부족한가
AI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인지적 비용을 안겨준다면, 학습 과정에서는 적절한 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를 제안하기 위한 것이 바로 가이드라인입니다. 그런데 가이드라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앞에서도 언급했지요. 또 하나의 문제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부터가 아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Mah와 Walker(2025)의 연구에서 단서를 찾아보겠습니다.
Mah와 Walker(2025)는 고등학생 12명과 교사 16명에게 네 가지 ChatGPT 사용 사례를 보여주고 물었습니다. 누가 가장 많이 배웠고, 누가 가장 많이 부정행위를 했을까요? 다음은 가상의 네 학생이 ChatGPT를 사용한 방식입니다.
학생 A: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복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에세이에서 쓸 수 있는 첫 문장 두 가지를 알려줘.
학생 B: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복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에세이를 작성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목과 소제목만 포함한 개요를 작성해줘.
학생 C: (작성이 끝난 글을 제시하고) 학교 교복이 학생의 개성을 억압한다는 주장을 담은 이 단락을 고쳐줘.
학생 D: 학교 교복 의무화를 반대하는 글을 작성하려고 하는데 어려워. 선택과 입장에서 반박 논점을 목록으로 알려줘.
누가 가장 많이 배웠고, 누가 가장 많이 부정행위를 했나요? 교사들의 생각도, 학생들의 생각도 하나로 모이지 않고 다양한 응답이 나왔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웠으리라 생각 됩니다. 쉬운 질문이 아니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연구팀은 세 가지 긴장 관계를 찾았습니다.
- ChatGPT를 지름길(딸깍)로 썼는가, 학습의 도구로 썼는가
- ChatGPT를 아이디어 생성 도구로 썼는가, 언어(text) 생성 도구로 썼는가
- ChatGPT를 인용하는 것과 다른 출처를 인용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셋 다 명확한 경계가 있는 질문은 아니어 보입니다. 같은 행위라도 학습 목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도 하지요.
만약 학습 목표가 '주장하는 글을 구조화하는 방법을 배우기'라면, AI에게 “개요 짜줘”라고 하는 건 명백한 부정행위입니다. 하지만 학습 목표가 '리서치 보고서 완성하기'라면, 개요를 AI에게 도움을 받는 건 허용 가능한 발판일 수도 있습니다.
또 만약 학습 목표가 '글을 퇴고하는 법 배우기'라면, 고쳐달라고 하는 건 학습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습 목표가 '복잡한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주장 전개하기'라면, 문법과 표현 수정을 AI에게 맡기는 건 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교사가 글을 퇴고하는 법을 가르칠 때 AI의 퇴고를 보고 어떻게 고쳤는지 분석해보도록 하는 방식. 가능하지 않을까요?
결국 AI 사용이 부정행위냐 아니냐를 가르는 게 결코 단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에 이런 복잡한 맥락을 다 담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울퉁불퉁한 길을 선택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가이드라인으로 모든 맥락을 담을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처음에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학생들은 왜 매끄러운 길을 선택하는가?”하는 질문이었습니다.
Timothy Montalvo는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내용이 학생들에게 관련이 없거나 가치가 없다고 느껴질 때, 학문적 무결성·신뢰·관계 구축이 부족할 때, 학습보다 성적에 더 초점을 맞출 때,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압박·불안이 높을 때, 그리고 평가에서 학생의 주도성이 없을 때입니다.
결국 학생들이 매끄러운 길을 선택하는 건 단순히 AI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과제가 의미 없고, 평가가 두렵고(인생에서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규칙을 위반했는지 AI 디텍터를 돌려 잡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기꺼이 울퉁불퉁한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데 있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AI 디텍터를 돌리는 일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분명 ‘우리나라 입시 제도부터 바뀌어야지’라고 생각을 하시겠지요. 너무 큰 걸림돌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분명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미 있는 시도들을 소개합니다. 단, 이것들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곳에서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 시도해 보고 있는 일들일 뿐입니다.
1. 투명성: AI 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안내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기
학생들도 AI로 인해 자신의 학습이 방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학생들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Attewell, 2025). 가이드라인만으로 충분하진 않지만, 유의미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합니다.
피츠버그 지역 학교들과 델라웨어 교육부 등은 AI 사용 범위를 안내하기 위해 '신호등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빨간불은 AI 활용 불가, 노란불은 일정 수준의 감독하에 AI 활용 가능, 초록불은 AI 활용 장려입니다(참고).
중요한 건 교사가 각 과제마다 신호등을 명확히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AI 사용을 허용하는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학생의 상황을 이해하고 학습 목표를 정의한 교사입니다.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지요. 교사가 이러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학생 상황, 학습 목표뿐만 아니라 AI 사용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합니다.
ABC 통합학군(ABCUSD)은 더 나아가 'AI 신뢰 및 투명성 배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참고). 특정 과제에서 AI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0~100%까지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시스템이죠.
재미 있는 사실은 학생뿐 아니라 교육감, 교사, 관리자 모두가 자신의 프레젠테이션, 수업 자료, 과제에 AI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을 AI 시대에 준비시킨다면, 우리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투명성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2. 주도성: 학생과 함께 규칙 만들기
실리콘밸리의 한 학군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AI 정책을 만들었습니다(참고). 첫 워크숍은 AI 관련 가상 상황을 숙고하는 카드 게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고, 규칙을 만들어간 것입니다.
학생들이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 그 규칙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됩니다. 탑다운 방식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가이드라인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 참여했던 6학년 학생은 어른들만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3. 진화하는 가이드라인: 살아있는 문서로 계속 업데이트하기
Arlington Public Schools는 고정된 정책 대신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이를 '살아있는 문서'로 계속 업데이트합니다(참조). AI 운영위원회는 학부모와 교직원 피드백을 수집하고, 최소 격주로 회의를 열어 의견을 검토하고 문서를 업데이트합니다. 누구나 웹사이트에서 최신 버전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에 대한 정책을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계속 배우고, 계속 수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4. 학습을 유도하는 평가: 과정에 의도적 마찰 설계하기
Tyler Rablin은 "AI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AI는 단지 문제를 드러낼 뿐이다"라고 하면서, 학생이 AI로 부정행위를 하는 이유는 목표가 학습이 아니라 점수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Timothy Montalvo와 같은 생각이죠). 그는 평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했는데요. 학습 과정에 의도적 마찰을 설계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소개해 드렸습니다).
과제에 학습 메모를 첨부하도록 하라
과제와 함께 학생들에게 "이 과제에서 학습 목표를 어떻게 달성했는지" 설명하도록 요청합니다. 자신의 작업에서 예시를 찾아내고, 해결한 문제를 상세히 설명하거나, 목표 달성 근거를 제시하도록 합니다. AI가 과제를 대신 했더라도, 학생은 여전히 그 결과물의 특성에 대해 명확히 생각해야 합니다.
이해 수준을 명확히 하도록 평가를 재설계하라
평가를 설계할 때 학습 진도와 연결합니다. 각 섹션이 학생이 성공을 향해 취할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단계에 대응하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음에 집중해야 할 것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Rablin은 이것이 학생들을 학습에 집중하게 만들 뿐 아니라, AI 대신 스스로 과제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합니다.
학습에 대한 의도적 성찰을 구축하라
숙달도 점검, 토론, 프로젝트 후 학생에게 성찰을 작성하도록 합니다. 지속적으로 성찰을 활용하면 점수나 성적이 아닌 학습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학습에 관한 대화를 우선시하라
Rablin은 '다음에 이룰 작은 성공은 무엇이니?'와 같은 대화를 통해, 학생은 자신의 이해 수준을 점검하며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긍정적인 프레이밍이 학생들을 더 수용적으로 만들었고, 자신의 이해 수준을 생각하고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설정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목표가 항상 점수와 성적이 아니라 학습이라는 이해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5. 참 과제: 배움의 불꽃을 켜기
가장 어려운 방법이 하나 남았습니다.
어느 대학생 Joseph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업에 ChatGPT를 사용하는 데 문제의식이 없지만, 한 가지 예외로 아프리카 문학 수업은 나의 유산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진짜로 경험하고 싶다."(참조).
결국 가장 강력한 전략은, 학생들이 스스로 매끄러운 길을 거부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선택하고 싶어지는 과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의미 있고,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되고, 진짜 배우고 싶은 과제 말입니다. 가장 본질적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할 테지요.

💡마무리: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매끄러운 길은 유혹적입니다. 클릭 한 번이면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그런데 세 편의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그 길을 따라가면 뇌 활동은 약해지고, 학습은 얕아지고, 우리는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합니다.
울퉁불퉁한 길은 힘듭니다. 정보를 찾고, 읽고, 비교하고, 종합하고, 쓰고, 고치는 과정은 번거롭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번거로움이 깊은 학습을 만듭니다.
우리는 학생이 매끄러운 길의 유혹 앞에서 울퉁불퉁한 길을 선택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AI 시대에도 어떻게 깊이 배우게 할 것인가?"
각 과제에서, 각 맥락에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이 과제의 학습 목표는 무엇인가? AI를 사용하는 것이 그 목표를 돕는가, 우회하는가?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과제마다, 맥락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2026년을 준비하며 저희는 AI 교육을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Education with AI, Education about AI, Education beyond AI.
AI를 활용한 교육(Education with AI), AI에 대한 교육(Education about AI)도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AI 시대에 다시 묻게 되는 교육의 본질(Education beyond AI)이 무엇인가도 고민해야 합니다.
AI와 교육의 교차점에서 진짜 학습을 고민하는 여정을 함께 하실 분은 AskEdTech를 계속 살펴봐 주세요. 고민이 성숙될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알려 드릴게요.

※ 이 글은 AI 파트너와 함께 썼습니다. 내용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윤성혜에게 있습니다.

윤성혜: 방향 설정, 인용할 문헌 선정, 핵심 프레임/구조 설정, 문장 작성 및 수정, 최종 편집
AI (클로드, 구글 NotebookLM): 일부 문장 초안 작성, 윤문 제안, 참고 인포그래픽 생성, 참고문헌 정리
참고문헌
세계일보. (2025. 10. 27). 고교생 96% 수행평가에 ‘AI’ 사용…“그대로는 안써” [입시톡톡].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026504283
연합뉴스. (2025. 11. 9). 600명 시험서 190명이 커닝?…캠퍼스에 닥친 'AI 카오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11010484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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