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Rina님은 일하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특히 더 많이 마주하는 역할이잖아요. 그럴 때 Rina님은 감정 조절을 어떻게 하세요?"
여러 번 들은 질문이지만 아직도 이런 질문을 들으면 당황하곤 해요. 막상 저는 제가 감정 조절을 더 잘 해내야 하는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잘 하고 있나봐요. 감사한 일이죠.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감정 조절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감정이 창의력, 의사결정, 업무의 질에 영향을 준다는 건 무수히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어요. 굳이 연구 결과를 가져오지 않아도 경험적으로 우리는 감정이 일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 있어요.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판단을 흐려졌던 적이 있지 않나요? 반대로, 자신감과 자기 확신이 가득할 때 더 일을 잘 해냈던 적이 있지 않나요?
오늘은 제가 그동안 일하면서 터득한 마인드 컨트롤, 감정 조절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게요.
마인드 컨트롤의 시작, 인지하고 수용하기
첫번째 해야할 것은 나의 감정을 인지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내게 무례하게 감정을 던지면 나의 마음 안에서도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게 되어 있어요. 당혹감, 억울함, 수치심 등등의 감정이 일어나죠. 그런 감정들이 내 안에서 고개를 드는 걸 알아차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연습하냐구요? 저는 명상을 추천해요. 본인에게 맞는 루틴을 찾아 명상을 매일 해보세요. 매일이 어렵다면 2-3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 번도 괜찮아요. 빈도보다 더 중요한 건 될 때까지 반복하는 거니까요.
명상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우선 조용한 곳을 찾거나 조용한 환경을 만드세요. 명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일수록 조용한 곳에서 해야 명상을 하기 좋아요. 조용한 공간이 만들어졌다면, 이제 편안한 자세로 앉습니다. 가부좌를 할 필요도 없어요. 의자에 편안히 앉아도 괜찮습니다. 자기 전이라면 누워도 좋아요. 편안한 자세가 됐다면, 이제 눈을 감고 천천히 깊은 호흡을 합니다.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느끼는 거예요. 몸 안에 공기가 가득 차도록 깊이 들이 마셨다가, 남김 없이 끝까지 내뱉습니다.
처음에는 호흡에 집중하기가 참 어려워요. 한두번 호흡하다 보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스쳐지나가죠.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명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예요. 그럴 땐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호흡에 번호를 붙여서 세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집중도 조금 더 잘 되고, 내가 몇 번째 호흡 즈음에 생각이 흘렀는지를 알 수 있기도 해요. 다른 하나는 생각이 흘러갔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생각이 흘러갔음을 알아차릴 때, 나를 책망할 필요 없어요. 원래 우리의 뇌는 그런 성향을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 그냥 담담하게 '아,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구나' 하고 다시 호흡을 느끼는 데로 돌아오면 됩니다.
이 명상을 반복하다보면 나의 감정, 생각을 인식하는 능력이 점점 좋아져요. 그럼 일상 생활에서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부정적 감정이 튀어오르는 걸 빠르게 느끼고 잡아낼 수 있게 되죠.
정말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수용하기. 지금 내가 이 상황에서 느끼는 당황스러운 감정, 억울한 감정, 수치스러운 감정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해주는 거예요.
수용하는 건 그것으로 끝입니다. 정말 끝이예요.
그런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더라도 수용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저렇게 스스로에게 이야기만 해주면 되는데 그게 왜 어려울까요? 그건 아마도 나의 무의식 한켠에 있는 부정적 감정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 안에서 부정적 감정은 수용의 대상이라기보다 억압의 대상이었어요.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미숙하기 때문에 불편함 감정을 우는 걸로 대부분 표현하는데요,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의 훈육 방식에서는 아이들이 우는 건 금지하거나 혼내야 할 대상이었죠. 사실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인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나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내가 지금 당황스러운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억울한 마음이 충분히 들만 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불편해지는 거죠.
이성적으로 우리 모두는 알고 있어요. 부정적이고 불편함 감정들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되뇌이세요. "부정적이고 불편함 감정들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라구요.
그 다음, 전환하기
감정을 인지하고 수용했다면,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생각을 전환시키며 빠져나오는 거예요.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은 이거예요 :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기.
"상사 '때문에' 화가 나 죽겠어." : 상사의 행동이 못마땅할 수 있지만 정말로 그 사람 '때문에' 화가 나는가? 상사의 행동으로 기분이 나빠질 수는 있지만 그렇게 느끼라고 상사가 강요하지는 않는다.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중, by 에이미 모린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의 두번째 꼭지, "타인에게 휘둘리지 마라"에 있는 내용이예요.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행동으로 기분이 나빠질 수는 있지만 그 감정에 빠져 허우적댈지 담담히 나올지는 나에게 달려있어요. 그들의 행동이 내게 미친 영향력 안에 머무르는 것은 곧 타인에게 휘둘리는 것과 같아요. 타인이 나를 휘두르도록 내버려두지 마세요.
누군가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상황에서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자'는 문장을 되새기는 건 정말 효과가 있어요. 한번은 퇴사 예정인 동료 A가 불합리한 요구를 해서 제가 거절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깔끔하게 거절했다면 좋았겠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신 분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되지 못했죠. 처음엔 수용했다가 나중에 거절하게 된 거예요. A로서는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건 할 수 없었어요.
A는 그 상황이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던지, 제가 다른 동료 B와 1:1 면담을 하고 있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제게 면담을 요청했어요. 저는 지금 면담 중이니 조금 이따 하자고 했죠. 하지만 A는 지금 당장 해야 된다며 자리를 지키고 섰어요. 대치 상황을 보던 B는 제게 다녀오라고 했고, A와 저는 옆 회의실에서 면담을 했죠.
A는 아주 화가 나서 제게 무례한 표현을 가리지 않으며 항의를 했어요. 저는 A가 충분히 화날 만한 상황인 점을 이해하지만,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고 반복해서 설명했죠. 아마 A는 그런 방식으로 화를 내면 제가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뜻을 바꾸지 않자 A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고, 30분 가량을 화를 냈어요.
어지간한 상황에서 화가 나지 않는 저도, 그 때 A가 하는 말들에는 굉장히 화가 났어요. 하지만 A 입장이 이해도 갔기에 화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어렵게 면담을 정리하고 다시 B와의 면담 자리에 돌아온 저는 B에게 면담이 방해받게 되어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그리고 면담을 이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그 때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자는 문장이 번뜩 떠올랐고, 두세번 머릿속으로 'A에게 휘둘리지 말자'고 되뇌였어요. 그랬더니 순식간에 두근거림이 가라앉고 침착해지면서 B의 말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꼭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자'는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구독자 님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문장을 한번 찾아보세요.
Action Item
오늘 뉴스레터에서 나온 액션 아이템입니다. 앞으로 뉴스레터 안에서 나온 실천해볼 사항들을 이렇게 정리해서 마지막에 붙여 놓을게요. 일잘러가 될 때까지, 반복 또 반복. 아시죠? 저와 함께 해요!
1. 명상하기
나의 감정 인지하는 연습하기
2. 부정적 감정 수용하기
부정적이고 불편함 감정들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해주기
3. 전환을 위한 문장 찾기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자'처럼 감정을 전환시켜 줄 나만의 문장 찾기
4. 마인드 컨트롤 3단계 이어서 연습하기
인지하기 -> 수용하기 -> 전환하기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