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6호] 값 없이 의롭다 하심 — 로마서 3:21-26

로마서 3:21-26 — 주일 본문의 연구노트. 고발이 끝난 자리에서 하나님의 의가 나타납니다.

2026.10.15 | 조회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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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읽는 시간 약 5분.

  • 21절 "이제는"(νυνὶ δέ)은 1:18-3:20의 고발이 3:19 "모든 입을 막고"로 닫힌 바로 그 자리에서 열립니다. 사람 편의 말이 다 떨어진 데서 하나님이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 24절 "값 없이"(δωρεάν)는 요 15:25 "이유 없이"와 같은 낱말입니다. 그러나 같은 절은 곧바로 "속량으로 말미암아"를 붙입니다. 값없이 받은 것과 값이 치러지지 않은 것은 다릅니다.
  • 25-26절은 하나님이 죄를 "간과"하신 것이 어떻게 의로울 수 있는가에 답합니다. 미루어 두신 벌이 십자가에서 치러졌기에 하나님은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 하려 하심"이 됩니다.

본문의 자리

로마서의 큰 흐름에서 3:21-26은 경첩입니다. 1:18-3:20은 이방인과 유대인을 차례로 고발하고 3:19-20에서 율법의 행위로는 아무도 의롭다 하심을 얻지 못한다고 결론짓습니다. 3:21-26이 하나님의 의를 선포하고, 3:27-31이 자랑의 배제와 율법을 세움을 말하며, 4장이 아브라함을 증인으로 세웁니다.

단락 안에서 눈에 띄는 반복은 "의" 계열입니다. 하나님의 의(21, 22절), 의롭다 하심(24, 26절), 의로우심(25, 26절)이 짧은 여섯 절 안에서 거듭 나옵니다. 21절의 "하나님의 의"는 1:17에서 이미 선언된 주제가 고발 단락을 지나 돌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22절 끝 "차별이 없느니라"와 23절 "모든 사람이"는 고발 단락의 결론(3:9 "다 죄 아래에")을 그대로 받아 은혜의 보편성으로 뒤집습니다. 같은 줄에 선 사람들 위로 같은 은혜가 내려옵니다.

원어에서 짚을 지점

δωρεάν(값 없이, 24절). 부사로 "선물로, 대가 없이"입니다. 요 15:25(시 69:4 인용)에서는 "이유 없이" 미워했다는 말로 쓰였습니다. 같은 낱말이라는 것은 사실이고, 바울이 요한의 용례를 의식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강단에서는 "같은 낱말이 다른 자리에서 이렇게도 쓰였다"까지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확인: BDAG δωρεάν 항목.

ἱλαστήριον(화목제물, 25절). 칠십인역에서 언약궤 뚜껑, 곧 속죄소(כַּפֹּרֶת)를 가리킬 때 주로 쓰였고, 신약에서 이 절 밖에는 히 9:5에만 나오며 거기서는 속죄소를 뜻합니다. 그래서 속죄소 배경으로 읽는 주석가가 많지만, 바울이 그 기물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지 않는 주석가도 있습니다. 또 진노를 푸는 제물(propitiation)이냐 죄를 씻는 제물(expiation)이냐의 논쟁이 있습니다. 개혁주의 전통은 진노의 해소를 놓치지 않되, 25절의 주어가 하나님이라는 점, 곧 제물을 요구하신 분이 제물을 마련하셨다는 점을 함께 세웁니다. 확인: BDAG ἱλαστήριον, TDNT ἱλάσκομαι 계열 항목, 레 16:2·13-15 칠십인역.

πάρεσις(간과, 25절). 신약에 여기 한 번 나옵니다. 용서(ἄφεσις)와 다른 말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죄를 없던 일로 한 것이 아니라 처벌을 미루어 둔 것으로 읽는 것이 다수 견해입니다. 확인: BDAG πάρεσις.

구속사의 흐름

21절은 이 의가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4장에서 바울이 직접 창 15:6을 들고, 1:17에서 이미 합 2:4를 인용했으니 이 두 본문이 가장 안전한 증인입니다.

24절의 속량은 출애굽의 언어를 이어받습니다. 묶인 자를 값을 치르고 풀어 주는 일입니다. 25절은 레위기 16장의 대속죄일로 이어집니다. 대제사장 한 사람이 일 년에 한 번 휘장 안에서 피를 뿌리던 자리입니다. 25절 "세우셨으니"(προέθετο)를 "공개적으로 내놓으셨다"로 읽으면, 휘장 뒤의 자리가 모두가 보는 십자가 위로 나온 그림이 됩니다. 다만 같은 동사가 1:13에서는 "가고자 한"(계획했다는 뜻)으로 옮겨졌으므로 "미리 정하셨다"로 읽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히 10:19-20과 마 27:51이 열린 휘장을 따로 증언하니 결론은 지켜집니다.

26절이 이 흐름의 정점입니다. 구약 성도의 죄가 "간과"된 채 유보되어 있던 긴 시간이 "이 때에" 끝납니다. 하나님의 의로우심과 죄인을 의롭다 하심이 십자가에서 양립합니다.

강단으로 옮길 때

순서는 이렇게 잡아 보실 수 있습니다. 3:19 막힌 입 → 21-23절 율법 외에 나타난 의, 차별 없는 줄 → 24절 값 없이, 그러나 속량으로 → 25-26절 화목제물과 의로우신 하나님 → 27절 자랑할 데가 없는 자유.

도입의 다리로는 "증명하며 사는 삶"이 20-40대 회중에게 잘 닿았습니다. 지원서, 실적 평가, 남과 비교하는 습관을 하나님 앞에까지 들고 가는 모습입니다. 루터가 1:17의 "하나님의 의"를 두려워하다 선물로 깨달은 고백(1545년 라틴어 전집 서문)도 쓸 만합니다. 다만 "탑 체험"의 연도와 장소는 학자마다 달라 덧붙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함정 다섯입니다.

  • 믿음을 새 자격증으로 만드는 것. "믿음이라는 조건을 채우면"이라는 표현은 믿음을 공로로 바꿉니다. 믿음은 빈손이고, 그 손을 여시는 분도 성령이십니다.
  • "간과"를 "눈감아 주셨다"로 옮기는 것. 본문은 정반대입니다. 미뤄 둔 벌이 십자가에서 치러졌다는 것이 26절의 논리입니다.
  • 칭의와 성화를 섞는 것. 의롭다 하심은 법정의 선언입니다. 성품의 변화는 그 선언과 함께 시작되어 평생 이어지지만 칭의의 근거가 아닙니다.
  • 값싼 은혜로 닫는 것. "애쓰지 않아도 된다"가 아니라 "인정받으려고가 아니라 이미 인정받았기에 일한다"로 닫으십시오. 롬 6:1-2가 바로 그 질문을 다룹니다.
  • 22절 쟁점과 새 관점 논쟁을 강단에 올리는 것.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를 그리스도의 신실하심으로 읽는 견해, 27절의 자랑을 민족적 특권으로 읽는 견해가 있습니다. 준비 단계에서 알아 두시되 회중 앞에서는 개역개정의 흐름을 따라가셔도 본문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끝으로 하나 덧붙입니다. 이 본문에는 명령문이 없습니다. 21절부터 26절까지 전부 하나님이 하신 일의 직설법입니다. 적용은 그 직설법을 다 들은 회중에게, 27절의 질문 "자랑할 데가 어디냐"를 통해 가는 편이 본문의 결을 따릅니다.

다룬 본문

본문호발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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