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을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값을 내리는 것입니다. 쿠팡이라면 더 그렇죠. 다들 아시듯 한 상품 페이지에 판매자가 여럿 붙으면 구매 버튼은 아이템위너 한 명에게 돌아가고, 그 자리는 대개 가장 싸게 내놓은 판매자가 가져갑니다.
문제는 인수하는 쪽입니다. 스토어 인수를 검토하는 사람 앞에 가장 먼저 놓이는 숫자는 매출입니다. 근데 그 매출이 값을 내려서 만든 것이라면, 인수자는 돈을 내고 무엇을 사는 걸까요?
싸게 팔아 만든 매출은 인수자에게 무엇을 남길까요? 그리고 인수자는 그 매출을 어떻게 가려내야 할까요? 이커머스 M&A 전문 플랫폼 이숲에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숲메님! 이숲 뉴스레터 에디터 남채연입니다 👋
〽️ THIS WEEK 비즈레터 목차
• 🏷️ 아이템위너로 번 매출, 인수하면 무엇이 따라올까?
• 📊 값을 내려 붙잡은 매출, 무엇을 남겼을까?
• 💎 그래서 인수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1. 🏷️ 아이템위너로 번 매출, 인수하면 무엇이 따라올까?
아이템위너에 오른 매물이 주는 착각
쿠팡은 아이템위너를 고를 때 배송·재고·서비스도 함께 본다고 안내합니다. 하지만 같은 안내에서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은, 하한가만 정해두면 경쟁자 가격에 맞춰 값을 알아서 내려주는 '판매자 자동 가격 조정' 기능입니다. 이 자리의 첫 번째 조건은 결국 값이라는 뜻이죠.
실제 화면도 그랬습니다. 9월 27일 판매자가 둘 이상 붙은 쿠팡 상품 21개를 열어 보니, 17개에서 구매 버튼을 가진 판매자가 가장 싼 판매자였습니다. 그중 14개는 구매 버튼의 주인이 쿠팡 자신, 곧 쿠팡이 직접 사들여 파는 직매입 상품이었습니다. 셀러가 이 자리를 얻으려면 다른 셀러는 물론 쿠팡보다도 싸게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값을 내리면 검색 순위도 따라 올라갈까요? 같은 날 쿠팡에서 검색어 20개의 첫 화면에 뜬 상품 1,199개를 옮겨 적고, 100ml당·1매당처럼 같은 양으로 따진 가격을 비교해 봤습니다. 광고를 빼고 보니 1~10위 가운데 그 검색어의 보통 수준보다 싼 상품은 딱 절반이었고, 11위 아래도 절반이었습니다. 싸다고 위에 뜨지는 않은 것이죠. 순위와 함께 움직인 것은 그동안 쌓인 리뷰 수였습니다.

그런데 쿠팡의 리뷰는 판매자를 가리지 않고 한 상품 페이지에 합쳐서 보입니다. 리뷰 칸에도 "동일한 상품에 대해 작성된 상품 리뷰로, 판매자는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붙어 있죠. 아이템위너로 올린 매출은 남이 쌓은 리뷰와 순위를 잠시 빌려서 올린 매출인 셈입니다.
인수자에게 이 말은 이렇게 바뀝니다. 그 스토어를 사도 리뷰와 순위는 따라오지 않습니다. 따라오는 것은 '남보다 싸게 파는 능력' 하나이고, 그것은 옆 판매자가 내일이라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값을 내려 차지한 아이템위너 자리에서 나온 매출은, 인수자가 값을 쳐줄 근거가 거의 없는 매출입니다.
#2. 📊 값을 내려 붙잡은 매출, 무엇을 남겼을까?
매출만 보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숫자로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같은 상품을 파는 두 스토어가 있습니다. 한 개 원가가 5,000원이고, 배송비와 포장비가 2,000원, 수수료와 광고비로 판매가의 20%가 빠진다고 해보죠.
A 스토어는 이 상품을 1만 원에 팝니다. 한 개를 팔면 1,000원이 남습니다. 1년에 10만 개를 팔아낸다면 매출 10억 원에 이익 1억 원입니다.
B 스토어는 아이템위너 자리를 지키려고 10% 싼 9,000원에 팝니다. 값이 싸니 A보다 1만 개쯤 더 팔려야 매출은 똑같이 10억 원이 나올 것입니다. 우선 똑같은 매출을 벌여들였다 쳐보겠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한 개를 팔아 남는 돈이 200원입니다. 원가와 배송비는 그대로인데 판매가가 1,000원 줄었기 때문이죠. 1년 이익은 약 2,200만 원입니다.
값을 10% 내렸을 뿐인데 남는 돈은 5분의 1이 됐습니다. 장부 맨 윗줄의 매출은 두 스토어가 똑같습니다.
인수자는 매출이 아니라 남는 돈에 값을 매깁니다. 두 스토어 모두 이익의 3배에 팔린다고 해보면 A는 3억 원, B는 6,700만 원쯤입니다. 매출이 같은 두 스토어의 몸값이 네 배 넘게 벌어지는 것이죠.
B를 산 인수자가 값을 A만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얼마 안가 아이템위너 버튼이 그날로 옆 판매자에게 넘어갑니다. 인수자가 산 것은 매출 10억이 아니라, 계속 싸게 팔아야만 유지되는 매출 10억입니다. 그만큼 M&A에서도 이 단가 분석이 중요합니다.

매출이 같아도, 남는 몫이 줄어드는 쪽은 싸게 팔립니다
큰 브랜드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온라인 스토어 매매를 돕는 자문사들이 올해 내놓은 평가 기준도 같은 말을 합니다. 매출이 같은 두 스토어가 같은 값을 받는 일은 드물고, 인수자는 매출이 얼마나 느는지보다 남는 몫을 지키는지를 더 따진다는 것이죠.
한 자문사는 이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매출이 똑같다면, 남는 몫 30%를 꾸준히 지킨 브랜드가 35%에서 28%로 미끄러진 브랜드보다 비싸게 팔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남는 몫은 원가에 배송비·결제수수료·광고비까지 모두 빼고 남은 돈이죠. 한때 더 많이 남겼더라도 남는 몫이 줄어드는 쪽이 더 싸게 팔립니다.
무엇이 그 몫을 줄이는지도 적혀 있습니다. 또 다른 자문사는 할인 행사를 인수자가 경계하는 신호로 꼽았고, 매출의 절반 넘게 아마존에서 나오는 사업은 몸값을 깎는다고 했습니다. 경쟁자가 값을 내려 구매 버튼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유였죠. 남과 다를 것 없는 상품은 매출이 얼마든 몸값이 눌려진다는 기준도 나옵니다. #1에서 본 쿠팡 아이템위너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매출은 좋아도 남는 게 없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국내에서는 이 이야기가 판매자 쪽에서 먼저 들려옵니다. 지난해 12월 경향신문 보도에서 쿠팡에 세제를 납품해 온 한 업체는, 정가의 75%였던 납품가를 60%로 낮추고 광고비와 판촉비까지 15% 수준으로 맞추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매출은 좋아도 남는 게 없었다"고 했습니다.
올해 1월 중앙일보는 쿠팡이 다른 쇼핑몰의 더 싼 값에 맞춰 판매가를 자동으로 내리고, 그 차액을 판매자가 물어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판매자는 한 달 2,000만 원어치를 팔면서 차액으로만 250만 원을 냈다고 했죠. 쿠팡은 공급가 협상을 위한 일반적인 절차라는 입장입니다.

판매가에서 먼저 빠져나가는 돈도 적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온라인쇼핑몰 입점업체가 수수료·광고비 등으로 플랫폼에 내는 돈은 매출의 20.6%, 쿠팡은 22%였습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성격이 다른 비용을 한데 묶었다고 반박했지만, 수수료와 광고비가 먼저 빠진다는 구조는 같습니다. 할인도 기본이 됐습니다. 앞서 본 쿠팡 첫 화면 상품 10개 중 8개가 원래 가격에 줄을 긋고 할인가를 달고 있었습니다.
이 위에서 값을 몇 % 더 내리면, 그 몇 %는 고스란히 이익에서 빠집니다. 이런 매출은 장부에 그대로 찍히지만, 거기서 얼마가 남을지는 판매자가 정하지 못합니다. 인수자가 스토어를 사도 값을 정하는 손까지 사 오지는 못하는 것이죠.
#3. 💎 이 온도가 매수자에게 의미하는 것
매출을 볼 때는 단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연매출 10억짜리 스토어 두 곳 가운데 어느 쪽이 값을 내려 만든 매출인지 어떻게 가려낼까요? 매출 숫자만 보지 말고, 그 매출이 얼마짜리로 팔려서 나왔는지를 함께 보면 됩니다.
| 무엇을 보나 | 값을 내려 만든 매출이라면 |
|---|---|
| 개당 판매가의 흐름 | 판매 수량은 느는데 개당 판매가가 계속 내려간다 |
| 같은 상품에 붙은 판매자 수 | 주력 상품마다 '다른 판매자'가 줄지어 있고, 판매자가 늘 때마다 판매가가 따라 내려간다 |
| 할인을 뺀 매출 | 쿠폰·즉시할인이 빠진 달에 매출이 크게 꺾인다 |
| 마진 수준 | 시장의 평균적인 수준과 비교하여 적절한 마진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
네 가지는 결국 같은 질문입니다, 그래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냐는 것이죠. 해외 인수 실사도 같은 곳을 봅니다. 미국의 한 이커머스 자문사는 실사 점검표에서, 최근 1년 사이 매출에서 원가를 빼고 남는 몫이 줄었다면 몸값을 깎거나 거래를 접을 수 있는 신호로 꼽습니다.
단가를 지킨 매출에는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날 쿠팡 첫 화면에는 같은 양으로 따지면 남들보다 몇 배 비싼데도 멀쩡히 올라 있는 상품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직접 만든 상품이라 같은 페이지에 붙을 판매자가 없거나, 브랜드 이름을 검색해 찾아오는 손님이 있거나, 자사몰처럼 플랫폼 밖에 고객이 남아 있는 경우입니다.
공식몰로 찾아오는 고객은 옆 판매자가 몇십 원 싸다고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인수자가 확인할 것은 단가가 높은지 낮은지가 아니라 그 단가가 적절한지, 곧 그 값을 떠받치는 이유가 무엇이고 그 이유가 인수한 다음 날에도 남아 있는지입니다.
🏆 Takeaway
매출은 가장 먼저 보이는 숫자이고, 그래서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그 매출을 만든 셀러를 탓할 일은 아닙니다. 구조가 그렇게 짜여 있고, 대부분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왔으니까요.
다만 인수자에게 매출은 결과일 뿐이고, 실제로 사는 것은 그 매출을 만든 이유입니다. 그 이유가 '남보다 싸게 판다' 하나뿐이라면, 그 매출은 인수한 다음 날부터 누구의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매물에 통하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며, 원가 구조가 좋아 싸게 팔아도 넉넉히 남는 사업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셀러들은 값을 지키는 매출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보는 인수자는 누가 될까요? 이숲은 언제나 이커머스 브랜드 M&A 시장의 중심에서 함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