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의 재발견 6부

암시가 가득한 <지옥>은 웹툰과 책을 각각 접해보았다. 군데군데 영화나 드라마화를 지나치게 의식한 티가 적지 않다. 조금 더 내면의 소리가 들어갔으면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설명하지 말고 드러내라.”는 글쓰기의 방식은 웹툰이나 시나리오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텍스트와 그림의 합일체인 웹툰에서 자극적인 소재에 치우치다보니 서사도, 이미지도 안개에 쌓인 느낌이다.

🗻 속편 예정인 넷플릭스 : 지옥 

이제 <지옥>의 표현서사와 심층서사를 말할 차례다. <지옥>의 표현서사는 복잡하다. 때문에 서사에 몰입하고 싶은 독자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제목처럼 지옥이라는 표현서사가 전부일까. 아니면 죽음, 선과 악, 처단, 구원이라는 심층서사의 난무일까. 복수의 표면서사를 배치한 부분은 작가의 선택이다. 하지만 심층서사는 확장 가능한 부분이어야 하지 않을까.

작금의 현실이 지옥과 다름없다는 심층서사가 가능할 것이다. 지옥이라는 표현서사에 2023년 대한민국을 슬쩍 넣어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필요할지 알 수 없는 작금의 사태 또한 심층서사의 자격이 충분하다. 환경보존에 무관심했던 개발중독의 결과지인 코로나19 사태 또한 마찬가지다. 심층서사의 설득력이 강해질수록 대중성이 작품성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지옥>은 넷플릿스에서 시즌2를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의 투자기법은 한국의 영화판이랑 결이 다르다. 원작품의 영상화에 한국처럼 크게 관여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작품의 모든 것을 맡기지도 않는다. 비현실, 미래, 인공지능이라는 인간과는 조금 거리가 먼 소재에 촉을 세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옥>은 어쩌면 전 세계 영상 플랫폼을 지배하는 넷플릭스에 최적화된 웹툰이 아닐까 싶다.

👿 최규석 연상호 웹툰 : 지옥

웹툰은 영상이나 텍스트만으로 구현하기 애매한 현실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매체다. 무지막지한 제작비의 부담도, 텍스트의 한계인 이미지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여기에 구멍이 있다. 영상과 텍스트 모두를 뛰어넘을만한 공간이기에 감당하지 못할 서사를 그려내는 것이다. 상상이란 늘 현실에서 시작하는 소재에 불과하다.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상상도란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재차 질문을 던진다. 살려준다면 당신은 도대체 어떤 선을 행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재고해 보라고 말을 건다. 당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존재는 바로 당신 속에서 숨쉬는 욕망과 질투와 편견이 아닌가에 대해서 물음표를 건넨다. 이 모든 혼란이 인간이 자초한 비극이 아닌가를 캐묻는다.

독자로서 웹툰작가 최규석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 이제는 다시 <송곳> 이전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거창한 사회의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현실의 재고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거대서사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다. 작은 이야기가 작은 완성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규석도 그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 짐 캐리 주연영화 : 트루먼 쇼

다국적 기업의 특징은 문어발식 경영에 있다.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자본과 미디어다. 돈이 인간에게 총알 대신의 역할을 한다. 문화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영화 <트루먼 쇼>에 등장하는 장면이 미디어 화면에서 그대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의 삶은 휴대폰 속에 있고, 거대 미디어에 속속들이 지배당하고 있으니까. 여기서부터 최규석의 질문은 다시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서 있는 데가 다르다고 함부로 풍경을 갈아치지 않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