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향의 재발견 7부

‘만화’를 보면 ‘인간’이 보인다. 길창덕의 <꺼벙이>에서는 천진난만한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떠오른다. 고우영의 <대야망>에서는 집념과 결기에 가득 찬 승부사 최배달이 등장한다. 김진태의 <시민 쾌걸>에서는 재기발랄한 등장인물들이 활개를 친다.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에서는 사랑에 휘둘리는 현대인의 초상이 보인다. 모든 콘텐츠의 기원은 인간이다. 

💚 강도하 작가 : 위대한 캣츠비

작가 남무성은 어떨까. 그는 음악만화라는, 블루 오션이라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를 개척한다. 그림체는 부드럽지만 선명하다. 음악지식은 덕후의 경지임이 틀림없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차고 넘치는 음악이야기에 정신줄을 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가 재즈에 관한 만화를 설계한다. 이름하여 <재즈 라이프(JAZZ LIFE)>. 부제는 ‘만화로 보는 재즈음악 재즈음반'. 믿고 읽는 남무성인지라 2019년 여름 책이 나오기가 무섭게 구입신청을 했다.

한국에서 재즈음악이 빛을 발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발점은 TV드라마였다. 제목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때는 바야흐로 1994년, 다행스럽게도 LP와 CD로 불리던 레코드시장이 사자후를 뿜어내던 시절이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차인표 역)은 클린턴 대통령처럼 색서펀을 호방하게 연주한다. ‘따라라 따라~’로 시작하는 배경음악 역시 드라마 열풍에 일조를 한다.

🚻 차인표 주연 드라마 : 사랑을 그대 품안에

프랑스 출신 배우 알랭 들롱을 기억하는가. 그가 영화촬영을 할 때 어색한 몸동작을 보완하려고 감독이 담배를 피우라고 권했다는 설이 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주인공의 연기는 어땠을까. 어색해 보이기도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그 애매한 틈을 자연스레 매워주는 장면이 주인공이 열정적으로 재즈를 연주하는 장면이더라. 

<사랑은 그대 품안에> 덕분이었다. 당시 서울 시내 레코드점에서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빌 에반스의 음반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진다. 그제서야 음지에서 기생하던 재즈음악이 활개를 치는 반가운 시간이 도래한 것이었다. ~라는 믿음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설의 고향으로 회귀한다. 대중은 드라마에서 느낀 재즈의 매력에 오랜 시간 마음을 주지 않는다. 아쉽게도 재즈붐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유행이었다. 

🎃 지금은 사라진 재즈음반 전문점 : 홍대 레코드 포럼

클래식과 함께 음악시장의 마이너리그에 속하는 재즈는 팝이나 록을 접한 후에서야 접근이 가능한 가깝고도 먼 나라의 음악이다. 때문에 음악적 특권의식에 빠진 재즈광이 적지 않았다. 이른 바 신흥 음악계급의 탄생이었다. 1940년대까지는 미국 댄스홀의 유흥음악으로, 1950년대 이후에는 예술가의 음악으로, 1980년대에는 팝재즈라는 대중음악으로 변신을 거듭하던 재즈를 남무성 작가가 주목한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