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TALK ABOUT #2 프로미스나인 <Unlock My World>

변화를 거친 그룹의 인상 깊은 첫 번째 정규 앨범.

2023.09.12 | 조회 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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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공연 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는 BOKEH입니다.

TALK ABOUT #2 프로미스나인 <Unlock My World>

<TALK ABOUT>은 BOKEH의 두 에디터가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문화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대담 기획입니다.   

대담을 시작하기 전에.

 프로미스나인은 2017년 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를 통해 결성되어 2018년 미니 1집 <To. Heart>로 데뷔한 8인조 걸그룹이다. 데뷔 당시는 9인조였지만, 22년 한 명의 멤버가 탈퇴하며 8인조 체제로 전환되었고, 지난 6월 5일 발매된 정규 1집 <Unlock My World>는 8인 체제 이후 프로미스나인의 (프로젝트 활동을 제외한)첫 활동이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 내의 멤버 변동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게는 단축 활동부터, 크게는 그룹의 팬덤과 음악적 기틀까지 흔들릴 수 있는 변화를 겪은 프로미스나인은 그 모든 팬들의 불안과 우려를 털어버리는 듯한 인상 깊은 정규 앨범과 함께 돌아왔다.

 BOKEH의 케이팝을 좋아하는 상욱 에디터, 그리고 케이팝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슬 에디터가 이런 프로미스나인의 특별한 정규 앨범 <Unlock My World>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프로미스나인의 특별한(?) 성취

이새롬, 노지선, 송하영, 이채영, 이서연, 이나경, 백지헌, 박지원으로 이루어진 8인조 걸그룹. 
이새롬, 노지선, 송하영, 이채영, 이서연, 이나경, 백지헌, 박지원으로 이루어진 8인조 걸그룹. 

상욱: 오늘 이야기 해 볼 앨범은 프로미스나인의 첫 번째 정규 앨범, <Unlock My World>다. 그간 BOKEH 안에서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는 기획이 많았는데, 워낙 흐름이 빠른 시장이다 보니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프로미스나인의 이번 앨범이 좀 특별한 성취를 거두며 '이때다!' 싶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웃음)?

슬: 유저들이 음반/영화 등에 점수를 매기는 사이트인 RYM(Rate Your Music)에서 2023년에 상반기에 발매된 케이팝 앨범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웃음).  

<Unlock My World>는 9월 12일 기준, RYM 2023년 K-pop 태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Unlock My World>는 9월 12일 기준, RYM 2023년 K-pop 태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욱: 사실 RYM의 차트가 아주 상업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지표가 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 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이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음반에 대해 리뷰를 하고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RYM을 애용하는 유저들의 '힙스터' 적인 면모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슬: 상반기에 나온 좋은 케이팝 음반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대중들의 좋은 평가는 그룹에게 당연히 좋은 소식이지 않은가. 우리도 그 소식을 들은 내가 이 앨범을 듣고 너에게 권해 이 대담을 하게 되었고.  


꾸준한 그룹의 이미지

<DM>이 수록되어 있는 프로미스나인의 미니 4집 <Midnight Guest>의 티저 이미지.
<DM>이 수록되어 있는 프로미스나인의 미니 4집 <Midnight Guest>의 티저 이미지.

슬: 먼저 프로미스나인이 그간 만들어온 이미지부터 이야기 해 보고 싶다. 프로미스나인은 이제까지 꾸준히 흔히 말하는 '인스타 여신', '갓반인' 느낌의(웃음) 친근하면서도 예쁜 그룹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곡 안에서도 '해시태그(#)', '피드' 같은 SNS의 용어들을 많이 사용했고, <DM>처럼 아예 곡 제목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유리구두> 같은 데뷔 초와는 컨셉이 좀 달라졌지만 그래도 꽤 뚝심있게 한 이미지를 밀고 온 셈이다. 기존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가 하이브에 인수합병 되며 나온 앨범들에서 더 공고해지기도 했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menow>에서도 그런 컨셉이 이어졌다.

상욱: 사실, 그런 이미지는 한번에 뇌리에 박힐 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컨셉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걸그룹들이 많이 선택했고, 특히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팀들이 한번씩 거쳐가는 컨셉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중 프로미스나인만큼 꾸준하게 같은 이미지를 밀어붙이면서 본인들의 위치를 굳힌 그룹은 많지 않다. 하이브에 인수합병 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겠지만, 이전의 플레디스가 아주 큰 소속사는 아니었던 만큼 애매할 수 있는 컨셉을 단단한 기획력으로 밀어붙여 그룹을 빛낸 예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서 예시로 든 SNS의 용어들을 가사와 제목에 차용하는 것처럼 프로미스나인이 보다 '신세대적인' 이미지들을 빠르게 그룹의 이미지에 적용 시키기도 했다. 

슬: 그렇다. 이번 앨범에서도 주목 할 만한 점은, 꾸준히 가져온 이미지가 이어지면서도 수록곡들의 만듦새 곳곳에서 음악적인 공을 새로운 방향으로 많이 들인 티가 난다는 것이다. 다양한 회사에서 굉장히 많은 수의 프로듀서들이 참가하기도 했고.

<WE GO>가 수록되어 있는 프로미스나인의 싱글 2집 <9 Way Ticket>
<WE GO>가 수록되어 있는 프로미스나인의 싱글 2집 <9 Way Ticket>

 물론 이 전에도 프로미스나인의 <WE GO>가 빌보드에서 선정한 2021년 최고의 케이팝 25곡에서 12위에 자리잡기도 했으니 (음악적인 성취를 얻은 것이)아주 놀라운 변화는 아니지만, 기존의 팝적인 음악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수록곡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인상 깊다. 

상욱:  앞서 잠깐 하이브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이브가 꽤 많은 레이블들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코의 레이블로 유명한 KOZ 엔터테인먼트, 뉴진스가 소속된 ADOR 등이 있고, 해외에도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가 있는 SB Projects나 힙합 트리오 미고스(Migos)가 소속된 Quality Control Music 같은 굵직한 레이블들이 하이브와 연결되어 있다. 독자적인 회사가 하이브의 자회사로 있는 것이기에 아주 활발한 교류가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프로듀서들을 섭외하는데 있어 장점으로 작용할만한 요소지 않을까. 

슬: 하이브 산하의 한국 레이블 중 쏘스 뮤직/플레디스/ADOR에는 각각 르세라핌, 프로미스나인, 뉴진스가 소속되어 있다. 각각의 걸그룹들의 개성이 뚜렷한 점이 재미있다(웃음). 자회사다 보니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상욱: 아무래도 데뷔 과정도 활동 방식도 다르다 보니 각자 독자적인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유니버셜스튜디오에 놀러 간 것처럼 상상해보는 건 즐겁긴 하다(웃음). 아무튼 프로미스나인의 이번 앨범, 연차가 어느정도 쌓이고, 그룹이 만들고자 했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기에 좋은 환경에서 인상 깊은 음악적 변화를 들고 돌아왔다고 할 수 있겠다.


#menow

프로미스나인 정규 1집 <Unlock My World>.
프로미스나인 정규 1집 <Unlock My World>.

슬: 앞서 말한 타이틀곡인 <#menow> 에 대해 좀 더 말해보고 싶다. #menow는 인스타그램에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포스팅을 할 때 사용하는 해시태그인데, 익숙한 프로미스나인의 컨셉 중 하나지만 이전보다 좀 더 곡에 잘 묻어난다. 신조어를 곡에 그대로 차용할 때 '유행어를 따라하려는 부장님'처럼 좀 촌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SNS의 유행어를 사용하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억지로 우겨 넣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아까 말한 컨셉의 꾸준함이 이에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상욱: 그룹이 뭘 하려 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방향이 확실하게 잡혀있다는 느낌이다. 한 우물만 오래 파 온 장인의 통찰력이 있다(웃음). 프로미스나인은 컨셉에 있어 사람들에게 익숙한 안전한 선택지를 가져가면서도 그 안에서 끊이지 않고 변주를 만들어 왔다. 유행을 만들어내는 트렌드세터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트렌드를 잘 소화하는 패셔니스타 같은 느낌. 

슬: 단순히 컨셉을 잘 소화해낸 타이틀곡만 있었다면 이번 앨범에 이 정도로 좋은 인상을 받진 못했을 것 같은데, 다른 수록곡들과 그 순서, 다시 말해 앨범의 구성도 좋았다. 특히 첫 트랙인 <Attitude>.

상욱: 나도 <Attitude>가 좋았다. 특히 벌스가 진행되며 클랩이 쌓이다가 브릿지로 넘어가며 완급조절을 주는 파트가 인상 깊었다. 앨범을 전부 다 듣게 하는, 확 끌어당기는 힘이 충분한 첫 트랙이었다. 

슬: 그렇지. 그보다 약간 뒷부분의 진행, 그러니까 보컬 파트가 치고 나오면서 비트의 분위기가 전환되며 멜로디컬하게 풀어가는 부분도 케이팝의 클리셰를 잘 따라가 익숙한 맛이 나서 좋았다(웃음). 악기들도 이전의 프로미스나인과는 다른 맛이 신선하다고 느꼈고. 

상욱: <Attitude>가 음악 방송 무대에 올린 곡이지만, 그래도 앨범의 타이틀곡 위주로 듣는 시대에서 <#menow>만 듣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까울 만큼 좋은 트랙이었다. 

슬: 클리셰 속에 프로미스나인이 그동안 쌓아온 장점들을 잘 녹여냈다. <#menow>도 음반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춰 나온 곡인 동시에 앨범의 구성에 있어서도 좋은 위치에 있다. 팬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의 프로미스나인을 볼 수 있는 곡으로서 의미도 있을 것이다. 

상욱: 맞다. 단순히 몇 개의 곡이 좋은 것이 아니라 앨범의 구성이 좋아 한번에 쭉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 것도 프로미스나인을 만든 좋은 기획력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TV 애니메이션의 극장 버전은 작화가 더 좋은 이치처럼 첫 정규 앨범에 많은 공이 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제작에 신경 쓴 '공'이 느껴지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마무리하며

슬: 마지막으로, 각자 프로미스나인의 첫 정규 앨범 <Unlock My World>에 대해 한줄평을 남겨보자. 상욱 먼저.

상욱: 한 줄이기만 하면 길어도 괜찮은거지(웃음)? '8인 체제 전환이라는 큰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그룹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정규 앨범'. 

슬: 다음부터는 한 줄 말고 20자평으로 바꿔야겠다. 나는 '상반기 막바지에 나온 주목할만한 수작'.

 

Spotify Link

 

 

BOKEH가 추천하는 <Unlock My World>의 트랙: 

상욱: Prom Night

슬: Attitude

야키: What I W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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