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EH PLAYLIST #PRIDE!
슬
유월이다.
우리는 ’정체성’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나또한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을 때가 있다. 언젠가부터 고민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느낀 이유는 우리는 각자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 그 자체로 아름답기 때문에, 우리는 다르지만 함께 앞으로 나아갈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더 이상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다름에 상심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정상성’에서 벗어난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너와 내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아름다운 초여름이다. 무거운 고민들은 잠시 내려놓고 사랑하자. 서로를 위해, 함께 살아갈 세상이 누구에게나 평등할 수 있게.
윤
가능성이 낮거나 불가능한 일을 바라며 ‘…이면 좋겠다’고 생각함을 나타냄
‘wish’의 뜻을 포털 사이트의 검색 엔진을 통해 찾아보면 이런 사전적 의미가 첫 번째로 등장한다. 단순히 ‘소원’의 뉘앙스로 인지했던 단어인데 생각보다 디테일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가능성이 낮아도, 불가능한 일을 바라고 있어도, 소원은 함부로 바라게 되는 것. 그러니 일단 빌면 되는 것. 손바닥을 맞댄 순간에는 그 어떤 신도 내 편이다.
소년도 소녀도 아니었던 그 해 여름.* 내가 나일 수 없을 때조차 나일 수 있기를, 춤을 출 수 있기를, 사람들이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존재로서 존중 받는 사랑을 내뱉을 수 있기를, 그리고 종국에는 믿을 수 있기를 소원한다. 사랑은 결코 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황병승, 『여장남자 시코쿠』, 문학과지성사, 2005
상욱
“사랑이 이긴다”는 말은 다른 수많은 슬로건들이 그러하듯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상징성을 가진다.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랑이 졌는지 셀 수조차 없다.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단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잃은 사랑과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조금 나아진’ 세상이 오기까지 얼마나 얼마나 많은 사랑과 사람들이 다쳤는지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존재가 존재 자체로 존중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사랑이 정말로 이길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그리고 그런 세상은 지금 당장 도래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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