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EH PLAYLIST #서울유토피아통신
윤
자우림의 <17171771>의 가사를 좋아한다. 내가 떠올리는 ‘낙원’의 이미지는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허무맹랑할 정도로 낭만적인 이야기가 주는 섬뜩함이 좋았다. 하지만 사실 그것이 터무니 없는 가사가 아니라면? 그런 현실도 실재한다면? 그게 더 공포스럽다.
‘마요이가’는 일본 설화 속 산 중의 주인 없는 환상의 집이다. ‘마요이가’를 찾은 사람에겐 복이 오지만 그 집을 다시 찾을 수는 없다. 정말로 길을 잃은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지만 결국 그것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것.
Sweet Trip의 <Dsco>에서는 ’Run away', 도망가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아주 끊임없이, 급하게 안식을 향해 (‘To the comfort') 도망가라고. 도망친 곳에도 낙원은 분명히 있다.
슬
현실과 대비되는 이상향에 대한 소망은 유구히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여러 예술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체험하기도 한다. 촘촘하게 짜여진 이달의소녀와 에스파의 세계관은 우리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잠시 아픔과 슬픔에서 멀어져 이상을 꿈꾸게 한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신기루* 같은 두 아티스트가 꾸며놓은 유토피아의 입구 같은 음악들이다. 누구에게나 에덴동산은 존재한다. 마치 다른 언어속에서도 같은 의미를 가진 너와 나**처럼.
*이달의 소녀 - Butterfly
**에스파 - Welcome To My World
상욱
사람마다 각자의 유토피아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살아가며 한번쯤 떠올리는 ‘다다를 수 없지만 다다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지나가 버린 과거일 것이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깔끔하게 잊어버리지 않고 개중 좋았던 순간만 골라내어 남겨두는 나쁜 습성이 있는 동물이다.
길게 보면 특별할 것이 아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비 온 직후 초여름 흙내음, 그 해 처음 맞은 눈, 실없는 농담에 오래 웃었던 일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종종 이렇게 이상할만큼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사소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오길 바랄 때가 있다. 그러나 과거야 말로 그 누구도 도달 할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돌아갈 수 없는 좋은 과거를 떠올리며, 오늘의 플레이리스트에서는 아름다운 과거의 플래시백을 담은 음악을 뽑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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