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NEW-PIECE #1 tripleS <ASSEMBLE 24>

하나이자 스물넷. 우울과 불안을 뛰어넘어 '다시 해보자'

2024.06.13 | 조회 3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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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PIECE

<#NEW-PIECE>는 다양한 장르의 신보에 대한 BOKEH 에디터의 생각을 담은 비정기적 리뷰 기획입니다.



하나이자 스물 넷, 우울과 불안을 뛰어넘어 '다시 해보자'

글: 슬

<ASSEMBLE 24>
<ASSEMBLE 24>

<ASSEMBLE 24>, 그리고 tripleS에 대해

 

 2023 2 13 데뷔한 모드하우스 소속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

 흔치 않은 다인원 걸그룹인 tripleS(이하 트리플에스)는 새로운 조합의 유닛(DIMENSION)을 계속 만들어 가는 그룹이며, 팬 참여형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GRAVITY 에서 팬들의 투표로 방향성을 결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걸그룹이다. 2024년 5월 8일 공개된 트리플에스의 정규 1집 <ASSEMBLE 24>는 24인 완전체 활동으로서는 첫 앨범으로, 팬 투표를 통해 <Girls Never Die>가 타이틀로 선정되었다. 

 

 트리플에스의 첫 유닛, TripleS AAA(김나경, 공유빈, 김유연, 정혜린)의 타이틀 곡 <Generation>부터 쌓아 온 음악성을 바탕으로, 더욱 완성된 형태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컴백했다. <ASSEMBLE 24>는 타이틀 곡 <Girls Never Die>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불안과 우울로 점철된 10대의 소녀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정병기 대표가 생각하는 '소녀'란?

 

스무살 무렵인가. 진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한강 다리 가운데 쯤에서 올라설 용기가 없어서 난 이런 죽는 결심도 못하는 놈이라는 사실이 너무 비참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사 먹었던 컵라면은 왜 이렇게 맛있었는지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었다. 그때부터 용기를 내서 살아보게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냥 나는 세상에 없는 존재였고, 비참하기만 했다. 지금 스무살을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출처 :  tripleS [ASSEMBLE24]|작성자 Jaden Jeong

 

 트리플에스의 소속사 모드하우스의 정병기 대표는 위 앨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스무살'이란, '24명의 소녀들'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의 메세지를 <Girls Never Die>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군중 속에서 카메라를 향해 뒤를 돌아보는 소녀의 불안한 눈빛으로 시작되는 뮤직비디오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까마귀, 무덤, 개미 등의 장치를 통해 죽음을 암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죽음을 암시할 뿐, 결정적인 순간에서 소녀들은 죽지 않는다. 달려오는 차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어도, 물 속에 잠겨도, 심지어는 건물 밑으로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다. '쓰러져도 일어나'라는 가사처럼 소녀들은 위태롭고 곧 죽을 것처럼 나약하지만 "다시 해볼까?"라는 나레이션 후 죽음을 암시하는 매개체인 까마귀들이 비상하는 것을 통해 24인의 소녀들이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가사에서도 비슷한 메세지가 등장한다. 브릿지의 '날 따라와 달라진 날/하나가 되자/너의 꿈이 내가 되고/우리 함께 꾸는 꿈/두려움 따위 다/함께 있다면/이제 무서울 것 없지' 라는 가사처럼, 혼자일 때는 불안정 했던 소녀들이 서로 의지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룹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구상하고, 본 앨범의 제작을 맡은 정병기 대표는 앨범을 통해 본인이 생각하는 '소녀'의 이미지에 대해 묘사했다. 그가 생각하는 ‘소녀’란 미성숙하고 위태로운, 온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추락하기도, 물 속에 잠식하기도, 달려오는 차를 가만히 바라만 보기도, 내가 누군지조차 까먹은 채로 방황하고 불안에 떨고 있지만, 함께라면 무서울 것 없이 꿈을 꾸고 다시 해 볼* 용기가 생기는, 서로 의지하며 아픔을 공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tripleS <Girls Never Die>


트리플에스가 그리는 '소녀'

 근래 케이팝 걸그룹의 컨셉을 설명할 때 '소녀'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한다. '소녀'의 이미지를 차용한 동시대의 대표적인 걸그룹 아일릿과 뉴진스를 살펴보자. 아일릿의 무대를 보면 전형적인 일본 만화 속 소녀가 떠오른다. 프릴과 레이스가 달린 의상을 입고 스스로를 'Lucky Girl'이라고 부르며  만화 속에서 '소녀' 같은 인상을 준다. 반면 뉴진스의 '소녀'는 Y2K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미국 하이틴 드라마 속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케이팝에서의 '소녀'는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환상속의 소녀를 표방하거나, 우리와 어딘가 비슷하지만 다른 소녀를 표방한다.

 


 

 그러나 <Girls Never Die> 속 '소녀'는 다르다. 누구나 경험했던 불안정한 10대의 모습이다. 정병기는 마치 "너희 다 이랬었잖아, 아니야?"라는 말을 건네듯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소녀'를 표현했다.

 세 그룹 모두 '소녀'의 키워드를 각자 다르게, 또 매력적으로 해석했지만, 트리플에스는 이전 그룹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아일릿이 서브컬처 속 환상을 품은 '소녀'를 연상케하며 '오타쿠력'을 불러 일으키고, 뉴진스가 멋지게 꾸며놓은 '이케아 쇼룸' 처럼 우리가 동경하고 바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해준다면, 트리플에스는 끔찍하게도 현실적인, 그래서 아름다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화두를 던짐으로서 그동안 우리가 케이팝에서 느꼈던 묘한 괴리를 부숴버림과 동시에 소녀들이 포기하지 말고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담담한 위로를 전한다.

 

TripleS <Girls Never Die> M/V 중
TripleS <Girls Never Die> M/V 중

 

 이달의소녀를 프로듀싱하며 촘촘히 짜여진 세계관으로 호평을 받은 정병기 대표는 <Girls Never Die>를 통해 다시 한 번 능력을 증명했다. 자신의 '스무살'을 녹여낸 가사와 이미지들을 통해 '서로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세지를 타이틀 곡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다인원의 장점을 살린 메가크루 퍼포먼스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음악을 통해 '다시 해보자'는 메세지를 담은 <Girls Never Die>는 우리 모두의 현실에 한발짝 다가선 앨범이다. 삶은 우울하고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절대 죽지 않는' 24인의 소녀들과 함께라면 다시 일어 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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