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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편견이 치료를 가로막는 현실

정신건강장애분과 분과원 김진섭

2026.06.20 | 조회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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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신건강 문제 경험률 및 치료 기피 현황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4)
정신건강 문제 경험률 및 치료 기피 현황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4)

 주변에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닌다고 하면 돌아오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의지가 부족한 거지, 뭘 병원까지 가." 대놓고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배워왔고, 그렇게 알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병원행을 수년씩 늦춘다는 데 있다.

 2024년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대답한 비율은 73.6%에 이르렀다국민 4명 중 3명이 우울감, 스트레스, 불면 등 무언가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도 병원을 찾지 않은 비율은 73.0%였다. 대부분이 혼자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왜일까. 몰라서? 돈이 없어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들키면 안된다"는 공포

 2023, 서울신문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환자들이 왜 치료 사실을 숨기려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신과 의사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렸다. 결과는 꽤 명확했다. '사회적 평판 하락''직장에서의 불이익'이 각각 60%로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진료 기록 하나가 사람의 경력이나 평판을 흔들 수 있다는 걸 환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설문에 응한 의사 20명 중 19, 95%"사회적 편견 때문에 환자 치료에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답했다. 의사들이 진료실 안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두려움이 단순한 피해의식이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보험 가입 심사에서 정신과 이력이 걸리는 경우가 있고, 특정 직군에선 관련 기록이 실제로 문제가 된다. 무서운 게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무서울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치료를 미루는 선택이 어떤 면에선 이해가 가기도 한다. 문제는 그 선택의 결과를 오롯이 환자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치료 기피 원인 및 편견의 영향 (서울신문X대한신경정신의학회, 2023)
치료 기피 원인 및 편견의 영향 (서울신문X대한신경정신의학회, 2023)

 

편견은 어디서 오는가?

 가장 큰 공범은 미디어다. 범죄 관련 보도에서 정신질환이 등장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된다. 범인이 "조현병 전력"이 있다는 식의 묘사가 반복되면서 "정신질환자 = 위험인물"이라는 도식이 굳어진다. 실제로는 정신질환자가 일반인보다 범죄를 더 자주 저지른다는 근거가 없다. 오히려 당사자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더 많다는 연구도 있다.
 이해우·정인원(2016)의 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 사건과 연루되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된다. 편견이 치료 기피를 낳고, 치료 기피가 증상 악화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편견을 강화하는 구조다. 누군가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계속 돌아간다.

 2024년 조사에서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라고 막연히 응답한 비율은 64.6%에 달했지만, 실제 특정 사례(우울증, 자살 사고 등)를 제시했을 때 위험하다고 답한 비율은 11~32%로 크게 낮아졌다추상적인 "정신질환자"는 위험하지만, 내 옆에 앉아 있는 우울증인 친구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편견이 얼마나 실체 없는 공포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보건복지부는 202411월 정신건강 보도 권고기준을 새로 제정했다. 언론이 정신질환을 범죄·위험과 연결 짓는 방식의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치료율을 낮추고 당사자의 낙인을 심화시킨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다. 제도적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권고기준이 실제 보도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제도 외에도 바꿔야 할 것이 있다. 정신건강 교육이 학교나 회사와 같은 단체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취업·보험 과정에서 정신과 이력이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가 치료를 선택했을 때 불이익이 따른다면, 그 선택을 권장하는 캠페인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성격이 나약해서 생기는 것도,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뇌와 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치료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용기만이 아니라, 그것을 가로막지 않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도 달려 있다.

 

 

 

 

참 고 문 헌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4).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 보고서.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2023).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3. 보건복지부. https://www.ncmh.go.kr

보건복지부. (2024, November 21). 정신질환 편견과 낙인 해소 위한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제정 [보도자료]. https://www.mohw.go.kr

서울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2023, December 13). 정신과 의사 20인 설문조사.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plan/mental-health-report/2023/12/14/20231214006001

이해우, 정인원. (2016).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신경정신의학, 55(4), 299309. https://doi.org/10.4306/jknpa.2016.55.4.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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