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가 심어놓은 보이지 않는 공포
우리는 매일 뉴스와 드라마, 영화 등 수많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나 미어가 비추는 세상이 언제나 객관적인 사실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신질환'을 다루는 미디어의 태도는 오랜 기간 심각한 왜곡과 편견을 양산해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극적인 강력범죄 보도의 헤드라인에는 어김없이 피의자의 정신과 치료 이력이 대대적으로 강조되며, 대중문화 콘텐츠 속 조현병이나 우울증 환자는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곤 한다. 이러한 프레이밍은 대중의 무의식 속에 '정신질환자는 곧 예비 범죄자 혹은 사회적 시한폭탄'이라는 대중적 낙인을 견고하게 정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신뢰성 있는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디어가 가공해 낸 공포가 실제 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명확히 짚어내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왜곡된 인식이 정신질환 당사자들의 사회적 고립을 어떻게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 구체적인 구조를 파헤쳐 볼 것이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이미지 vs 통계가 말하는 진실

대중이 정신질환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이들이 '일반인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그러나 공식 통계는 미디어가 조장하는 공포와 완전히 다른 진실을 보여준다.
경찰청에서 발간한 공식 자료인 2024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가진 인구 집단의 전체적인 범죄율은 전체 범죄율 중에서 극히 낮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의 범죄율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데이터를 살펴보았을 때, 범죄 피의자 1,273,921명 중 정신적 장애 피의자의 수는 12,482명으로 약 1% 수준에 그친다.[1] 2006년도부터 집계된 데이터를 살펴보아도 0.3-0.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이 생각하는 정신장애 이미지에 비하여 실제 범죄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의 경우에도 23,561명의 전체 피의자 중 정신적 장애 피의자는 736명으로 2.2%에 불과하다.[2] 즉, 대다수의 정신질환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들이며, 대중 매체가 전달하는 자극적인 묘사는 통계적 실체와 명백히 대조되는 가공된 공포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범죄의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정신질환
하지만 박지선 숙명여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 해 동안 범죄자들 가운데 정신질환자의 비율이 26.04%, 즉 약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 그렇다면 왜 대중은 정신질환을 그토록 위험하게 인식하게 되었을까? 그 원인은 언론 보도의 왜곡된 프레이밍에서 찾을 수 있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서 범죄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면 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6년 발생한 사건인 ‘강남역 살인 사건’을 예시로 보았을 때, 공영방송인 KBS에서 조현병의 범죄 위험성에 대해 다룬 보도는 무려 3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최기홍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와 같은 보도로 인해 사실이 확인되기 전에 마치 조현병이 범행의 원인인 것으로 부각되는 것이며, 명백한 사실인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매체에서 조현병이라는 단어가 강력범죄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것만으로 시청자는 그들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학습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또한 이를 심리학에서는 ‘고전적 조건형성’으로 설명하는데 매우 강력하며 한번 형성된 혐오적 조건형성은 추후 소거가 매우 어렵다는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다.[4]
낙인의 악순환: '자가 낙인'과 치료 기피로의 연결
미디어가 생산해 낸 대중적 낙인은 고스란히 당사자들의 내면으로 흘러들어 자가 낙인을 형성한다. 사회가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 혹은 부적격자로 바라본다고 믿게 된 당사자들은 질환 초기 단계에서 격심한 수치심과 거부감을 느끼며, 결국 치료를 숨기거나 미루는 파괴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대전 초등학생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들고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했다.[5]
실제로 중증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범죄를 일으키는 가해율이 아니라 오히려 자살 비율이 높다. 조현병 환자의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1위가 자살로 무려 64.7%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녹아 들어있는 여러 편견과 고정 관념들이 반영된 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건강의학적 질환은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외래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 충분히 통제 가능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들과 고정 관념들이 환자들이 마음 편히 병원에 방문하는 것을 막으며 질환을 만성화 시키고 끝내 극단적인 사회적 고립 상태로 몰고 가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언어의 전환과 공동체의 역할
정신건강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디어의 책임 있는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언론은 정신질환을 범죄의 유일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작성을 지양해야 하며,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에서는 정신질환과 사건·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기사는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분명히 언급하며 이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6]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보도를 위하여 정신질환은 여전히 조회수를 위한 미끼로 이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질환의 자극적인 소비 대신, 치료를 통해 사회로 복귀한 우수 사례나 복지 인프라의 확충 필요성을 다루는 구조적 보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정신건강은 개인의 취약성이나 도덕적 결함이 아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인 보건의료의 영역이다. 우리 사회가 통계적 진실을 바로 보고 미디어가 만든 왜곡된 거울을 깨뜨릴 때, 비로소 낙인 속에 숨어 있던 이들이 안전하게 공동체의 품으로 돌아와 진정한 회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참 고 문 헌
경찰청. (2025). 2024 경찰통계연보. 경찰청 혁신기획조정담당관실. p286
박지선. (2016). 공식 통계와 비교해 본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인식. 대한조현병학회지, 19(1), 25-31.
최기홍. (2017). 범죄와 정신질환의 관계, 사회적 편견은 어느정도인가. 헬스커뮤니케이션연구, 16(2), 19-28.
구윤모. (2025). “정신장애인=잠재적 범죄자?…전체 피의자의 ‘1%’”.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212516777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외. (2024). 정신건강 인식개선을 위한 정신질환 보도가이드라인 1.1.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01-08.
각주
- [1] 경찰청. (2025). 2024 경찰통계연보. 경찰청 혁신기획조정담당관실. p286
- [2] 경찰청. (2025). 2024 경찰통계연보. 경찰청 혁신기획조정담당관실.
- [3] 박지선. (2016). 공식 통계와 비교해 본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인식. 대한조현병학회지, 19(1), 25-31.
- [4] 최기홍. (2017). 범죄와 정신질환의 관계, 사회적 편견은 어느정도인가. 헬스커뮤니케이션연구, 16(2), 19-28.
- [5] 구윤모. (2025). “정신장애인=잠재적 범죄자?…전체 피의자의 ‘1%’”.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212516777
- [6]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외. (2024). 정신건강 인식개선을 위한 정신질환 보도가이드라인 1.1.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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