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인할 수 있을까?
‘누군가 죽어야 끝난다는 간병지옥’, ‘“제가 어머니를 살해했습니다”… 간병 부담에 무너지는 서민들’, ‘10년 간병 아내 살해한 뒤 한강 투신한 부자 …“생활고 겪었다.”’
믿을 수 없이 참혹한 이 문장들은 모두 지난 3월 4일,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간병 살인을 다룬 기사들의 제목이다.
이날 10년간 80대 여성 A 씨를 간병하던 그녀의 남편 B 씨와 아들 C 씨는 결국 간병에 지쳐 A 씨를 살해한 후, 동반 자살을 시도하였다.
사랑해서 죽일 수밖에 없었던 모순적이고 비극적인 간병 살인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노년부양비가 치솟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비극은 더 이상 외면하거나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이 비극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간병 생활에 지친 간병인이 피간병인을 살해하는 행위를 이르는 간병 살인은 2021년 이래로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며,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부상하였다.
박숙완 경상국립대학교 법학과 강사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한‘노인 간병범죄 원인분석과 대책방안에 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간병 살인의 주요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48%), 순간적 격정 분노(38.9%), 장기간 간병 스트레스(38%), 난폭한 치매증세(32.4%), 처지 비관(24.1%), 다른 가족 부담 완화(20.4%), 동반 자살 시도(20.4%), 환자 고통 경감(13%), 가정불화(13%)였다.
한편, 대검찰청의 ‘2024년 범죄분석’에서 분석한 살인 범죄의 범행동기는 우발적(29.1%), 기타(26.5%), 미상(24.1%), 가정불화(8.0%), 현실 불만(7.4%)으로 나타났다.
만약 범행동기 미상인 경우를 제외하면, 우발적(38.3%), 기타(34.9%), 가정불화(10.6%), 현실 불만(9.8%)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때, 우발적 범행이 많다는 점에서는 일면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요인들을 살펴보았을 때 간병 살인이라는 문제를 일반적인 살인 사건과는 다르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문제는 결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간병 문제 중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이른바 ‘노노간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환자와 간병인이 겪는 고통의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러한 간병 문제의 심화는 더욱 빠른 해결책을 요구하는 가운데, 여전히 간병 살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며, 대중의 관심도 일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지원함으로써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내는 데 기여하는 핵심 대안으로 거론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마저도 많은 한계점이 지적되며 사회의 혼란 종식에 대한 기여는 미미한 실정이다.
해당 복지서비스는 노후의 건강 증진 및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는 있으나,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 대상자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둘째, 지역마다 등급 판정 기준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있다.
셋째,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아예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그 지적의 주된 이유이다.
결국 이러한 한계에 따라 많은 가족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신청 절차 개편 및 접근성 개선, 홍보 및 인지도 제고를 통하여 기존에 제공되고 있던 복지서비스의 실수요층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지친 간병인을 위해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인 복지서비스까지 제공하여야 한다. 많은 간병 살인의 원인이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만큼, 간병에 지친 간병인에게 정서적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간병 살인을 예방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미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경제적, 심리적 지원을 포함한 복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간병 살인은 단순한 가족 간의 비극을 넘어, 사회가 외면한 현실에서 비롯된 참혹한 사건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해쳐야만 했던 이 절망적인 현실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간병 살인을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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