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라면?
여기, <스위치>(칩 치스 & 댄 히스 지음)라는 책에 나온 흥미로운 일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제리 스터닌'은 빈곤 아동들을 돕는 국제기구인 Save the Children에서 근무할 당시인 1990년에, 베트남으로 파견을 가게 됐습니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베트남 아동들의 영양실조를 퇴치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소의 인력만을 꾸려 베트남에 도착했지만, 6개월 내에 무언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자원도 지원도 모두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스터닌은 영양실조 문제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읽어보았는데, 영양실조는 다양한 문제들이 뒤엉킨 결과였습니다. 당시 베트남은 위생 설비가 열악하고 깨끗한 물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시골 사람들은 영양실조에 대해서 무지했습니다. 베트남 정부의 재정 지원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6개월 만에 아동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퇴치해야 한다니!! 만약 스터닌이 바로 여러분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하시겠습니까?😟 (잠시 생각해 볼까?)
자, 여러분은 어떻게 접근하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코칭 워크숍에서 이 사례를 다루면 대체로 아래와 같은 답변들을 하십니다. 여러분의 생각도 이 중에 포함되나요? 😊
-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정화시설을 만든다.
- 위생 설비를 구축한다.
- 영양실조에 대해 무지한 부모들을 교육 시킨다.
-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므로 전세계에 베트남의 영양실조 문제를 알리기 위한 홍보를 해서 모금, 지원을 받는다.
어떤가요?
물론 이 모든 것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맞다, 틀리다/좋다, 싫다 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책으로써 집중하고 있는 것들의 관점입니다. 즉, 우리는 무언가 해결하려고 할 때 문제로 바라보고 그 문제를 일으킨 원인에 집중합니다. 깨끗하지 않은 물, 위생 설비, 부모들의 무지, 정부의 지원 부족 등등.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위 방법들은 모두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스터닌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영양실조와 관련해 분석한 많은 자료들에서도 위와 같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었지만, 스터닌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현지 사정에는 맞지 않는 '사실이지만 쓸모없는' 방법이었던 거죠.
그렇다면 스터닌은 이 이슈를 어떻게 접근했을까요?
✨ Bright Spot을 본다는 것
스터닌은 더 적절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질문을 전환했습니다.
즉,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긍정적 특이성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동일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고 오히려 비교적 건강한 아이들이 있다면, 그 아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해당 지역 사회의 그들만의 'bright spot'을 찾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들의 맥락 안에서 성공적인 요인과 가능성을 찾는 것이었죠. '근본적인 원인들'은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bright spot이 있다면 단기간 내에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스터닌은 엄마들에게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식사를 먹이는 횟수와 양이 일반 가정과는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어른들의 음식으로 인식되어졌던 음식들,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먹을거리였지만 단백질과 비타민 보충에 좋았던 현지의 재료들을 섞여서 먹이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스터닌은 마을 사람들의 경험에서 나온 이 고유의 해결책이 현실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했고 Learning Group을 만들어 매일 오두막에 모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해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외부에서 들여온 해결책이라면 현지 상황에 맞지 않아 지속가능하지 않았거나,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영양 실조 퇴치를 위한 5가지 규칙을 전파하고 가르치는 방법' 역시 효과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실행은 결국 그들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자,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이 사례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문제가 아닌, 이슈로 바라보기
어떤 일을 해결하려고 할 때에는 2가지 접근 방법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원인'에 집중하고 그것을 fixing하거나 제거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하는 'Problem Solving approach' 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솔루션'에 집중해 가능성과 활용 가능한 자원들을 찾아 해결하려는 'Solution Focused approach'입니다. 코칭 워크숍을 진행할 때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는 이것을 왼쪽의 날개와 오른쪽의 날개로 비유하곤 하는데요, 2가지 접근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Problem Solving approach : 문제의 원인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근본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이 발생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접근법입니다. 이 접근법은 문제를 세분화하고 문제 발생의 원인과 영향 받은 요소 등 모든 측면을 분석, 조사 해 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원인 분석이 중요하므로 '과거 지향적인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접근법을 대화로 옮겨오면 대체로, '무엇인 원인인지', '무엇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지?', '무엇이 잘못되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건지?' 등의 대화로 원인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Solution Focused approach : 문제 자체보다는 가능한 해결책에 집중하는 접근법입니다. 과거의 문제나 실패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문제를 분석하기 보다는 원하는 결과를 정의하고 달성 방법을 고민하면 솔루션에 집중합니다. 이 접근법은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 자원, 성공 사례 등에 집중하고 가능성을 찾습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깊이 파고들지 않고도, 빠르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아 적용하고 수정하면서 신속하게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관점입니다. '가능성'은 '미래'에 있고 미지의 세계이므로 질문을 통해서 다양한 가능성과 지원, 활용가능한 자원을 탐색하는데 집중합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 목표는 무엇인가?', '활용가능한 자원은 무엇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것을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 역량은 어떤 것이 있는가?' 등의 질문으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두 방식 모두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무엇이 더 맞다, 좋다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혹은 일상 생활에서 무언가 이슈를 마주하면 무의식적으로 '문제'로 바라보고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파악해서 개선점을 찾으려는 것에 집중하곤 합니다. 그래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고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fixing의 방법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지고 더욱 복잡해진 VUCA 시대에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쉽지 않지만, 원인을 알게 되더라도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Solution에 집중하는 접근 방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이 오른쪽 날개를 사용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익숙하지 않습니다.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은 이미 부정적인 관점이 깔려 있으므로 좀더 중립적으로 '이슈'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우리의 의식적인 선택에 따라 왼쪽의 날개를 꺼낼 수도, 오른쪽의 날개를 꺼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히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양쪽의 근육을 어느 정도 밸런스 있게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른쪽 날개의 근육은 거의 써 본적이 없는데에서 코칭대화의 어려움에 부딪히곤 합니다.
코칭 대화에서는 스터닌의 사례처럼 호기심의 방향이, 과거와 원인보다는 'Bright spot'을 보고 상대방의 맥락에서 가능한 자원을 찾는 Solution Focused의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의 원인을 파헤치기 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대화가 기본적인 코칭대화의 방향입니다. 설사 이렇게 도출된 해결책들이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고, 기존에 없던 방법일 수 있지만 그렇기에 창의적인 해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실행의 주체는 상대방,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 리더가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리더의 경험과 정보의 바운더리 안에서 조언하려 한다면 이런 해답을 찾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동안 여러분은 주로 어느 쪽 날개의 대화를 해 오셨나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잘못한 부분, 부족한 부분만 보고, 노력한 점이나 잘 하고 있는 점보다는 완벽하게 메꾸기 위한 지적이나 아쉬운 점만 이야기하지는 않았나요? 내 중심으로 답을 주려고 하지는 않았나요? 둘 다 모두 선한 의도였겠지만, 의식적으로 선택을 했는가가 중요합니다. 이제 알았으니 오른쪽 날개의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bright spot을 보고 가능성을 함께 찾는 대화의 노력을 해 보는 하루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이 글을 쓰면서 당장 저는..... 집에 있는 저희 아이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특히 중3 우리 아들. 이번 주에는 다시 마음을 부여잡고 코칭대화를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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