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믿는 인간에 대하여

믿음이 사라지는 시대, 그래도 믿는 그 마음에 대해서

2022.04.09 | 조회 5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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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헤븐의 오늘 이 책, 이 문장.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당신께 책편지를 씁니다.

#네 번째 책 편지

금세 여름이 다가올 것 같은 4월의 토요일입니다. 한 낮은 20도까지 올라가기도 했던 오늘. 가끔 날씨가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비를 좋아하지만 내내 비 내리는 하루는 조금 가라앉는 기분과 자주 마주하고. 한편 너무 더운 여름의 날씨들은 뭘 해도 지치게 만들기 일쑤이고. 그럼에도 좋은 공간에서 혼자 책 한 권을 읽는 호사를 부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모든 것들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고. 역시 인간의 변덕스러움은 끝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 

 

저는 최근 너무 오랜 감기를 심히 앓다 보니 (이것이 감기 맞겠죠;) 뭘 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묘하게 무력해져서 혼자 티 안 나게 끙끙 앓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다 이 한 권의 책을 손에 쥐고 한 문장 씩 읽어 나가다 보니 조금은 심난스러웠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 뜨릴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책 덕분이었는데요

 

믿는 인간에 대하여, 한동일, 흐름출판, 2021, p.288 

한동일 교수님은 전작 '라틴어 수업' 으로 참 유명하신 분이시죠. 먼 타국인 로마에서 법조인의 길을 걸어가시던 그 시절, 유학생 신분으로의 나날들이나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후세대에게 담담하면서도 진한 여운과 울림 깊은 강의도 하셨던 분의 이야기.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실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믿음' 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특별히 믿는 종교가 없지만 그렇다고 무신론자라고도 말할 수 없는 건 때때로 '신' 을 찾기도 하고 신의 존재를 믿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서두부터 상당히 인상깊었는데요 

"종교가 헛된 희망과 거짓된 기대로 과대 포장한 선물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종교인들이 스스로 자기 모습을 돌아보고 불안한 인간 존재에게 신실하고 진실한 말과 행동으로써 희망의 증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라는 문장. (p.15) 

총 19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목차의 주제들만 읽어봐도 기대감 벅차게 읽었던 책. 잠시 책 속으로 빠져 들어 보실까요- 

 

책 속으로 

어떤 실패는 내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했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린 대부분의 실패는 나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일 때가 더 많았습니다. 저는 힘들지만 그것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중략)  

이제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한 번에 잃을 수도 있는 많은 돈이 아니라 실패의 시간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태도와 정서일 것입니다. 실패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힘도 포함입니다. 그것을 해낸 사람은 자기가 약해졌을 때 오히려 강해질 수 있음을, 멈춰 섰을 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p. 64-5

인류의 역사와 인간 사회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아주 서서히 나선형 모양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인류의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딘 걸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으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작은 조직의 의사소통 체계를 바꾸는 데도 간단치 않은 절차가 필요한데, 사회와 국가 조직의 창조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일 수 없습니다. p. 147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전작의 교수님의 문체 스타일(?) 과 흡사해서 다시금 친절한 인문학 종교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책은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중세 유럽시대나 종교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도 함께 곁들여 알 수 있게 되는 책이어서 더욱 교양강의 느낌(?) 인 책이기도 했어요. 근심이 사라지는 약간의 기분에 빠지기도 하고요. 읽는 시간 만큼은 ^^; 

 

 

사실 무엇보다 책의 '교훈' 이 담담히 다가왔던 건 아무래도 지식을 이야기 하시지만 결국 읽는 독자로 하여금 현재, 현실의 삶에 대해 너무 비관하지 않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문장이 많았기 때문일지도요. 

교수님의 타국 생활 이야기 중 '사는 공간이 달라지면 거기에 맞춰 신경 써야 할 것도 달라지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라시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지 그들의 삶을 제삼자의 위치에서 보는 게 아니다' 라며. '그들 삶 속에 투영된 내 삶을 보는 일' 이라는 점에서 잠시 멈칫 하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삶을 통해 내 삶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의 답을 찾기도 하고 반면에 내 삶을 새삼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는 법이죠. 비교에서 오는 행복이 진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가 믿는 걸 믿는 인간으로 살지만 (확증편향적이라죠-인간이란 무릇)  그렇다고 마냥 내 믿음이 옳다는 생각 보다는 다만 그 믿음이 얼마나 건강하고 또 무해할 수 있는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도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자꾸 부정적인 믿음을 생각하게 되면 그게 습관이 된다는 것을 문득 떠올리니 아찔해지기도 했고요..

 

이런 믿음은 이제 버리고 싶고요...ㅠ
이런 믿음은 이제 버리고 싶고요...ㅠ

 

교수님도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사람' 이라고 하셨는데요. 고통스러운 시기에 잠시 기댈 가족이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고, 공부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믿음으로 인해 지금의 교수님이 계셨다는 일화. 

담담한 고백의 서사 속에서 잠시 내가 오늘 믿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얼마나 붙잡고 있지 않고 놓아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불평하기 보다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정녕 그러고 있는지. 

현재의 '믿음' 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오늘의 책 편지는 '믿는 인간에 대하여' 를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다시 심기 일전 하고, 건강 다시 회복하여 일상 복귀를 다시 잘 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 이 실현되기를 기원하고 있네요. 요즘은 정말 원하는 것들이, 정말 바라는 것들이, 정말 믿고 싶은 것들이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을 합니다 :) 

 

제가 늘 믿고 싶은 방향은 '사랑' 인 것 같아요. 
제가 늘 믿고 싶은 방향은 '사랑' 인 것 같아요. 

오늘의 믿음, 그것의 방향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우리는 내일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믿음에 큰 흔들림 없이 천천히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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