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그것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2022.04.01 | 조회 4.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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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헤븐의 오늘 이 책, 이 문장.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당신께 책편지를 씁니다.

#첫 번째 책 편지   

안녕하세요. 드디어 '처음' 인사 드립니다. 

천국의 책방을 '처음' 구독해주시는 그 마음도 참 귀하고 감사한데, 이렇게 '첫 번째 책 편지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감개무량 합니다. 사실 새로움을 주저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자 하는, 다소 피곤한 개인 성향이 저를 이렇게도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이 처음을 끝까지 오래 유지하고 싶은 소망과 함께.

 

앞으로 일주일에 1~2회, 현재로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아침과 저녁. 북모닝과 북나잇과도 같은 느낌으로! 이렇게 책 편지로 찾아뵙고자 합니다.

다만 큰 기대는 말아 주시면 안전(?) 하실 것도 같습니다. 사실 제가 좀 솔직한 편이어서 앞으로 '천국의 책방' 에서 건네 드릴 책 편지는 진솔하게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사실 조금 큰데요. 게다가 지극히 사적인 취향이 담긴 저의 책들과 읽고 난 이후의 사색은 어찌 보면 굉장히 거칠고 모나고 너무 솔직해서 탈일 수도 있는 한 인간의 생각을 접하게 되실지도 모른다는 점... 그리하여 충분한 양해를 이렇게 미리 구해봅니다...

 

(의외로 소심해서 별 거 아닌 것들에 상처를 받기 쉬운 순두부 멘탈 인증;) 

 

저로서는 아직 까지 울 일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얼마나 더 무감각해져야 눈물이 안 나는지 원;  
저로서는 아직 까지 울 일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얼마나 더 무감각해져야 눈물이 안 나는지 원;  

 

 

첫 번째 책 편지로 제가 이번 일주일 동안 읽었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샌델, 2012, 와이즈베리, p. 769 

여전히 명불허전
여전히 명불허전

 

네. 사실 제가 '마이클 샌델' 교수님의 '왕' 팬이 되어버린 첫 번째 책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가장 최신간이었던 '공정하다는 착각' 도 정말 대단할 수밖에 없었기에... (언젠가 한번 다루게 될 책이기도 하지만) 

첫 번째 책 편지는 단연코 이 분의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타이밍 좋게(?) 제가 요 일주일 간 읽은 책들 중 재독 했던 책이기도 했고요.  다시 읽어봐도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남겨지기도 했습니다. 

 

- 세상은 과연 좋아지고 있는가? 정말 확실하게 좋아지고 있는가? 

- 누구에게 좋은 세상인가.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 정녕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우리는 믿을까?

-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지는 시대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좀 생각하기 싫은(?) 진지하고도 심각한 화두이기도 하죠? 가뜩이나 삶도 순탄치 않은데 사실 저런 질문들. 이런 진지한 생각들. 실상 요즘 시대는 철학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더욱 살기 힘들어지는(?) 시대가 되는 것도 같아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대는 기술적으로 진보하고, 신기술은 연이어 갱신 중입니다. 각종 산업과 광고, 매스미디어는  '나' 라는 사용자/소비자/구매자를 언제나 겨냥합니다. 네. 그들은 확실히 언제나 그러했듯이 우리를 겨냥하죠.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소비와 우리의 감정과 궁극적으로 우리의 '지갑' 을 겨냥합니다.

 

사회적 소비와 선한 가치로 '겉' 을 포장한다 한들 궁극적으로 최후에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건 기업의 영리 추구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개인이라고 다르지 않죠. 투자의 목적도 마찬가지고요. 왜 아니겠어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 무한 경쟁 시대에서 태어나고 자라옵니다. 그러니 인정할 수 밖에요.

 

마이클 샌델 교수님이 이야기하는 화두들. 특히 그의 저서 속에서 말하는 핵심들은 바로 이런 생각들로부터 탄생합니다. 과연 '거래' 라는 것에 '윤리' 와 '도덕' 이 개입할 수 있는 것일까요? 사람을 거래한다는 것이 불쾌감을 조장하지만 아주 오랜 옛날엔 '노예시장' 이 엄밀히 존재했고, 그 형태만 달리 왔을 뿐 타자의 노동과 감정을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는 실상 현재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 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책은 '거래 만능 시대' 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묘한 불편함과 생각할 화두를 전해줍니다.

다만 마이클 샌델은 답은 가르쳐주지 않아요. 아마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느끼실테지만 저자는 우리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만들죠. 마치 그렇게 만드는 탁월한 글 재주를 갖고 계신 것도 같아요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교수님....) 

 

책 속으로 

"우리가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불평등과 부패다. 우선 불평등에 관해 생각해보자.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인 사회에서 생활하기란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힘들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부유한지 가난 한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 p. 26 

 

" 선착순이라는 줄서기 윤리가 돈을 낸 만큼 획득한다는 시장 윤리로 대체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한때 비 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돈과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 51

 

불륜은 단지 세상의 불행의 전체량을 증가 시켰다는 이유만으로는 불쾌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곳에서 고결하게 행동한다 하더라도 원래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는 잘못된 행위다. p. 115

 

책에서 말하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내재적 인센티브를 손상" 시킨다는 부분은 제게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컨대 아이에게 공부를 하는 보상으로 용돈을 쥐어주거나 게임 하는 시간을 늘리게 하는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돈을 주는 행위는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인센티브라고 말합니다. 경제학은 사람들이 인센티브에 반응한다고 말하죠. 물론 아이들 중에는 물론 배우는 과정을 정녕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데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할 테지만, 사실상 인간의 본성은 그 반대 아이들, 즉 인센티브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 태반일 지 모른다고 묘한 '경고' 를 주고 있습니다. 

 

자.......이쯤에서 머리가 좀 지끈거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담담히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넘어가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네. 사실 저도 여전히 이 책을 읽거나 다른 행동경제학이나 여러 철학, 심리책을 읽으면서도 느끼는 묘한 불편함과 말미에 남겨지는 질문은 역시 하나로 귀결되는 듯 싶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 어떻게 사는 것이 타자도 나도 해치지 않는 '잘 삶' 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어렵습니다........절대 쉽지 않은 생각들이고 질문들이죠. 네. 그러나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렵기 때문에. 답을 구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책을 읽고 사유를 나누고 이렇게 글도 써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마이클 샌델도 이 책 뿐 아니라 타 저서에서도 열심히 주창하는 건 '공적 담론' 과 '공공선' 에 대한 '생각' 을 의식적으로 해야 그나마 보다 '나은 오늘, 나은 내일'을 정책적으로, 사회적으로, 집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것인데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압권' 입니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p. 276

 

저로서는 하던 걸 잠시 멈추게 만드는 문장이었어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인 사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리 기사, 대리 가사 도우미, 대리 양육자, 대리 노동자, 대리 소비자... 뭐든 돈만 내면 타자의 노동이나 타자의 감정을 사서 나의 이익과 나의 편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 멋진가요? 과연 정말 멋지다고 편하다고 그래서 좋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는 더 기술적으로 편하고 좋아진다고. 멋져지고 굉장해진다고. 누구든지 노력만 하면 월 천 만원은 기본이라 하는 (가난은 병 이라면서요? .......그 광고를 지켜보며 경악 했습니다만) 자본만능주의라고는 하지만 생각과 바른 철학 없는 '자본' 이 과연 의미 있게 축적되고 소비될 수 있을까요? 그저 개 처럼 벌어서 정승 처럼 쓰면 정말 되는 것일까요. 요즘 사회는 때때로 그런 것도 같아 보여서 좀 슬퍼집니다만. 

 

이게 아닌데.....라고 긴가민가하다면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펭수보단 지혜로웠으면 합니다.
이게 아닌데.....라고 긴가민가하다면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펭수보단 지혜로웠으면 합니다.

 

여전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어떤 굉장히 소중한 가치가 있는데. 우리는 자칫 그 가치를 잃어버리기 쉬운 세상에 놓여있는 것만 같습니다. 

 

자식을 키우며 그들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부모의 인고. 그 영겁의 시간들.

연로한 부모의 고통스러운 병환을 지켜보며 애태워하는 자식의 연민. 

나보다 더 나의 아픔과 슬픔을 같이 짊어지려 하는 진정한 벗과의 우정 

무엇보다, 내 자신보다 상대를 생각하고 마는 지극한 사랑. 

건강한 체력. 

 

여전히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확실히 있죠. 그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진정성' 이라는 가치는 사실 정량적으로도 정성적으로도 뚜렷하게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여하튼 우리 인간이 느끼는 어떤 '정성스러움' 이나 '진짜' 라는 가치에 근접하는 것들은 여전히 돈을 주고도 사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라 생각되요. 

 

가족애, 동료애, 우정, 사랑, 그리고 건강.... 

 

아무리 돈을 준다 한 들 인간은 한 번 태어나면  한 번은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건강을 한번 잃어버리면 수명은 연장된다 한들 예전과 같지 않죠. 

상처는 늘 상흔을 남기는 법처럼 말입니다. (그건 마치 코로나가 지나간 흔적이 제 심신을 바닥나게 만든 것과도 같고요....ㅠ_ㅠ) 

 

첫번째 책 편지가 다소 무겁게 마무리 짓는 것 같아서 조금 죄송스럽기도 합니다만. 사실 제가 지난주말부터 코로나 폭격을 맞은 집에서 거주하면서 가족들을 돌보며 동시에 제 몸도 성치 않은 시간을 지내다보니. 더더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에 대한 생각을 참 자주 하며 살게 된 요즘인 것도 같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이 특별 양장본으로도 나왔네요. 

특히 '교육' 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님들께 강력 추천 드려 봅니다. 

 

 

이쯤으로 편지를 조용히 (어설프게) 마무리 지어 보면서

다음, 두 번째 책 편지에서는 조금 더 밝게(!) 제대로 인사를 드려 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네...차차 좋아지겠죠? 다음엔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ㅠ-ㅠ 
네...차차 좋아지겠죠? 다음엔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ㅠ-ㅠ 

 

지나가면 오지 않을 것들. 바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우리의 '시간' 들. 

오늘, 그 시간, 부디 평온하게 잘 흘러가시길 바라며. 

 

이상, 천국의 책방 첫번째 책편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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