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부할 권리

내 삶의 품위를 지키는 건 역시 '배움' 입니다

2022.04.22 | 조회 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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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책방

헤븐의 오늘 이 책, 이 문장.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당신께 책편지를 씁니다.

#다섯번째 책 편지

 

지난 한 주는 편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어찌나 일주일 내내 연하게 마음에 자리하던지요. 기다리셨다면 너무 죄송스럽고 그럼에도 이번주 책 편지를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 합니다. 핑계라 생각되곤 해요. 몸이 아프고 마음의 여유가 없고 일상도 숨가삐 지나가다 보니 쓸 세가 없었다는 것은. 그럼에도 핑계를 뚫고 다시 나아가게 만드는 건 역시 의지가 아닐까 싶고요

 

공부의 세계는 역시나 의식적인 '의지' 가 한 몫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지난주부터 천천히 손에 잡고 있었던 책은 다름 아닌 이 책이었습니다. 

 

공부할 권리, 정여울, 민음사, 2016. p. 350 

 

사실 저는 이 작가님의 '팬' 입니다. 하하 그러고보니 팬이 꽤 많은 갈대 같은(?) 독자일 수도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책' 이라는 물성을 지닌 이 물건(?) 을 대할 때 언제나 저는 작가의 말이나 작가 프로필을 먼저 보곤 합니다. 책보다 작가에게 관심이 많아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그것이 인기가 있든 적든 제게는 '믿고 읽는' 그런 취향이랄까요.

 

그런면에서 정여울 작가님은 원래 '심리' 쪽 책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단숨에 그녀의 문장과 친절하고도 연약한, 깨질듯하면서도 의외로 깨지지 않는 단단한 내면이 느껴지는 글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줄곧 작가님의 책을 모조리! 읽곤 합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꽤 되는 책이예요. 그리고 저로서는 재독이기도 하고요. 재독을 하려던 이유는 사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너무 반가워서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는 너무 부끄럽지만 단순한(!) 이유였네요. 재독할만큼 좋았던 책이었단 생각도 들고요. (사실.... 이 책만 소장하고 있지 않아서 문득 책 내용이 다시금 생각이 났다는 이유도 한 몫 했겠고요) 

 

.저에게도 다시 읽고 다시 기운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극한 책이었어요 ㅠ_ㅠ 
.저에게도 다시 읽고 다시 기운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극한 책이었어요 ㅠ_ㅠ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 있습니다. 목차 제목들도 모두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각 챕터 별로 작가님이 읽으셨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어요. 소위 책에 대한 책들의 교본(?!) 같은 책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데요. 읽었던 반가운 책들도 나오기도 하고, 제가 미처 몰랐던 책들을 이 책을 통해서 접하게 되면 또 읽어야 할 책이 늘어나는 즐거움! 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인문' 과 '사람' 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헤르만 헤세부터 오딧세우스, 프로이트와 융의 이야기, 수전손택과 이방인의 카뮈, 버지니아 울프, 소로우의 월든 등등. 책을 아마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이유로 찾기 보다는 정말 책 자체가 좋아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는 분들이라면 단연코 '공부할 권리' 는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간추리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작가의 삶을 진정으로 만들어나가고 성장시키며 자신을 지켜주는 책들에 대한 내용, 그것들을 읽고 느꼈던 정여울 작가님만의 시선, 생각, 사유들.... 저로서는 참 느껴지는 구절들이 너무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책속으로 - 

나로부터 시작되는 자발적 윤리가 구원의 희망이 됩니다. 나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에 신경 쓰느라 진정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을 등한시하는 문화는 결코 서로의 다름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지요. p. 64-5

 

나무는 위로도 자라지만 아래로도 자랍니다. 아니 아래로 자라야만 위로도 자랄 수 있습니다. 외적인 성장만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아래로 자라는 법, 내면으로 자라는 법, 무의식 깊숙이 영혼의 닻을 내리는 법을 망각해 버렸습니다. 위로, 더 빨리, 더 많이 자라기만 하느라 우리 내면의 뿌리가 얼마나 자라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삶의 자양분을 필요로 하는지 미처 돌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p. 147

 

틴 루터 킹 주니어는 말했지요. 역사의 가장 끔찍한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짜증 나는 아우성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오싹한 침묵 때문에 일어난다고 p. 187

 

끊임없이 배우고 끊임없이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축복 중 하나입니다. 열심히 배운 지식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고, 그 배움의 결과물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것이야말로 노년의 무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축복일 것입니다. p. 301

아 작가님...문장들이 하나같이 너무 영롱합니다..... 부러워요. 질투납니다. 글 잘 쓰시는 분들- 
아 작가님...문장들이 하나같이 너무 영롱합니다..... 부러워요. 질투납니다. 글 잘 쓰시는 분들- 

 

여러분은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실까요. 수험생이라면 학교 공부 학원 공부 기타 여러 학적부에 올라가는 '스펙' 을 기르기 위한 공부를 하시느라 힘드실 듯 합니다. 직장인도 공부를 하죠. 네 저도 요새 한창 공부에 매진 중입니다. 사실 회사 다니면서는 공부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일을 잘 하려면 우선 해당 필드의 '지력' 이 없으면 일터에서 생존하기가 사실 쉽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회사에서 쓰는 '용어' 에 대한 기초 지식에서부터 비즈니스 관련된 공부들도 틈틈히 해야 될 것 같아서 그런 습관을 좀 길렀던 것 같아요. 초년생떈 그랬고 30세에 진입해서는 자연스럽게(?) 인문을 접했는데 사실 그게 너무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철학, 인문쪽 책들을 모조리 읽어나가면서 소크라테스나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 기타 인문이나 심리 책들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장르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공부는 끊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불행(?) 인지 다행(?) 인지 내내 공부를 했지만 솔직히 가장 즐거운 공부는 제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그야말로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자발적으로 찾아서 배우는 공부들 이었어요. 

 

스스로 배우는 것들이 결국 '나' 를 지키고 더 좋은 나를 만들어 낸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인문학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을 정도고 그것과 연결된 지식들, 지혜들도 계속해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저는 생각하고 맙니다.

 

배우는 것 그 이상의 것은 역시 '살아냄' 이라는 것.

'인생' 이라는 것 자체가 배움의 수련장이라는 것.... 

 

공부해서 뭐할까 라는 생각, 여전히 솔직히 가끔 하기도 합니다. 어쩌다 보니 일을 하면서 혹은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모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이나 IT 트렌드를 자가학습하곤 하는데요. AI, NFT, 메타버스, 버추얼 휴먼, 기타 마케팅 관련된 숱한 레퍼런스들.... 한편 지식 쌓고 생각 기록할 겸 혼자 아카이빙하며 정리해 나가다가도 문득 '이 나이에 이런 거 배워서 어디에 써먹지' 오늘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허무주의자(?)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여전히 있어요.... (너무 부끄럽지만...네 아직까지 배움의 그릇은 부족한 듯 합니다) 

 

그럼에도 뭔가 지력+1 상승했다는 유저(!) 의 느낌으로 다시 돌아가고 스스로 다독여주고 '나아지고 있다!' 고 생각을 하려 노력하면. 그제서야 좀 뿌듯해지기도 하고 또 괜찮아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으쓱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저는 칭찬해주곤 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려고 하는 나 자신을. 잘 하고 있다고.... 읽고 쓰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계속 아웃풋이 확실하게 남지 못해도,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려는 그런 공부들이 언젠가 빛을 발할 날이 올 것이라고. 그 언제가 언젠지는 알 수 없지만 보이지 않게 이미 '나' 를 보다 괜찮은 인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을 것이라고... 

 

네 저란 인간...사실 이렇게 셀프 위로. 상당히 하면서 삽니다. 그러지 않으면 못 버텨요 ㅋㅋ
네 저란 인간...사실 이렇게 셀프 위로. 상당히 하면서 삽니다. 그러지 않으면 못 버텨요 ㅋㅋ

 

공부하는 힘을 믿고 싶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 만들려 하는 의지, 무언가 배우려는 의지, 결국 '나' 와 '너' 를 잘 지키려고 배우는 이런 순수한 마음가짐들.... 언젠가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죠 :) 

무엇보다 작가님의 '공부할 권리' 를 읽으면서 많은 응원과 위로와 동시대를 살아가며 같이 '공부' 하면서 나아가려는 '읽고 쓰는 사람' 의 입장에서도 충분한 힘과 위로가 된 책이었어요. 

 

품위 있게 나를 지키는 행동강령 중 하나인 '공부' 

오늘도 공부하는 '우리' 를 응원해 봅니다. 

이번주 책 편지 읽어주시고, 또 한 주 걸렀지만 기다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네...저는 이 책 편지를 끝까지 잘 해내고 싶기도 합니다.. 밀리지 말고 ㅠ_ㅠ 
네...저는 이 책 편지를 끝까지 잘 해내고 싶기도 합니다.. 밀리지 말고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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