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편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저는 비슷한 평일과 주말을 반복하면서도 요 며칠은 '기대' 되는 밤을 지냈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을 재운 이후 책을 들지 않았고! 대신 한 편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있었는데요.
바로 '귀멸의 칼날' 이라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 아마 아시는 분은 확실히 아실 것 같기도 해요. 일본 전역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순식간에 극장가와 TV를 강타한 그야말로 명품 IP인데요. 저 또한 피해갈 수 없었어요. 며칠 만에 순식간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마음엔 이미 '탄지로' 의 열정과 뭉클한 가족애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아이들을 재우고 3일 동안 현재까지 나온 두 테마의 시리즈와 극장판까지 모두 섭렵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책을 덮고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귀멸의 칼날 속 주인공들과 주변인들 사이의 '서사' 는 두말 할 것 없었고 확실한 '감동' 과 '교훈' 이 너무 선명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간 뿐 아니라 보고 난 이후 조금 순화(?) 해서 아이들에게 각색하듯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내내.
행복했습니다...네 정말 행복했어요. 그 '감각' 은 분명 행복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귀멸의 칼날을 읽기 전에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나서 행복이 한편 일상 에서 정말 '별 것 아님' 의 영역에 들어가 있구나 라고 느꼈기 때문이었을까요..
행복의 감각, 마이크 비킹, 흐름출판, 2022, p.280
저자는 덴마크의 '행복 연구소' 소장입니다. 그런 연구소가 있는 나라가 새삼 부럽기도 했고 그런 나라의 자국민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읽어 내려간 이 책, '행복의 감각' 은 위트 있는 젊은 작가의 문장 속에 행복 연구소에서 각 설문이나 조사를 통해서 우리 인간의 일상 속에서 '행복' 이라는 감정, 감각을 일깨우는 요소들에 대해서 분류를 해 놓습니다.
사실 책은 쉽게 읽혀요. 가독성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사적으로 늘 믿고 읽는 출판사의 교양서라서 더더욱 믿음이 가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행복' 이라는 화두는 '사랑' 이라는 주제 만큼 잠시 돌아보게 되는 중요한 인생의 키워드라 볼 수 있으니. 이 책.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임감(?) 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편지에선 책 발췌를 해 드릴 만한 내용보다는 오히려 '행복' 에 대한 저 8가지 키워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잠시 해 보고 싶었습니다. 편지를 읽고 계신 당신의 마음 속 행복한 '기억' 에 대해서. 그것이 어떤 루트를 통해서 감각적으로 '전달' 되었었는지.
저는 기억과 기록이 굉장히 인생을 살면서 큰 영향을 준다고 믿고 사는 편인데요. 그야말로 한 시절을 관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기억' 이 혹시 있으셨을까요. 저는 사실 '행복의 감각' 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기억' 과 '서사' 에 대한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기억들은 불행과 행복을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삶에 다가오기 마련이겠지요. 생각해보면 예전엔 불행한 기억들 때문에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도 같아요
모든 기억이. 현재 만들어 내는 모든 '서사' 가 사실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나' 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되요. 물론 행복한 서사나 기억을 그럼 더 잘 만들어내야지! 라는 의식적 다짐을 하게도 되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마저 어느 순간부터는 잠시 접어 두게 되기도 합니다. 다짐은 때로 '집착' 과 '강박' 을 만들어 낸다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일지도요.
말이 두서가 없어서 오늘 편지도 너무 죄송스럽게 되었지만.
저자는 특유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문체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행복의 감각은 붙잡기 힘든 저 멀리서 생기거나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 '지금 이 순간' 의 생각. 내가 만들어 내는 사소한 경험들. 내가 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기억. 내 오감이 느꼈던 강렬했던 순간들. 그런 것들이 쌓여서 뇌에서 '행복' 하다는 신경감각을 자극해서 정말 '행복의 감각' 에 닿는 것...
저는 요즘. 아이들에게 '귀멸의 칼날' 에 대한 이야기를 각색해서 들려주는 그 시간이, 제 이야기에 호응을 하고 같이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과의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네... 정말 행복했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던 아침 몇 십분의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문득 알 것 같았습니다. 행복이 이런 것들이라는 것을.
말이 너무 무책임하게 쉬운 문장이라 참 그 앞에선 허탈해지지만 '마음먹기 나름' 이라는 것을 고심해보게 됩니다. '마음' 과 '행복' 의 관계에 대해서. '정신' 과 '몸' 의 '건강' 이 결국 '행복' 으로 닿게 만드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일 수 있음에 대해서....
오늘, 저는 제 정신과 몸을. 보다 가볍게 만들어 다가오는 모든 시간을 흘러가보려 합니다. 그리하여 제게 행복이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흐르는 강물처럼'
몸과 정신의 평온함을 지키며. 부디 제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잘 지키는 것에 감사할 것.
그 생각이 절 한결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여유 되실 때 이 책 읽으시면서 부디 좋은 '기억' 을 회상하기도, 혹은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시는 시간 갖게 되시길. 멀리서 응원 드려 봅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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