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3주간 건강하고 평안하셨나요? 내용의 고민도 많았고, 월 2회 발송하기로 했으니 괜찮겠지 라는 변명으로 한 주 건너뛰었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
지난 레터에서는 이직 대상이 될 만한 회사로부터 어떤 정보를 어떻게 확보했고, 그를 통해 XL8로 이직을 결심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이직과 채용'을 다룬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구직자 입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했으니, 이제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의 경험을 공유해보겠습니다.
채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긴 했으나 실제로 제가 채용의 의사결정권자였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스타트업 두 군데에서 (주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채용해본 정도죠. 지금까지의 뉴스레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하는 게 옳다'기보다는 ‘내가 개발자 채용해보니 이렇더라’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채용의 5단계
한국신용데이터에 재직중이었던 2021년 8월에 한 요청을 받았습니다. 9월 전사회의에서 “2021년 가장 빠른 속도로 벌크업한 팀으로서 팀 빌딩 / 신규 팀원 온보딩 노하우를 공유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죠. 2020년 11월 기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저 혼자였는데, 2021년 7월에 7명이 됐으니 스타트업 치고 꽤 빠르게 커진 셈입니다. 그리고 프론트엔드 팀이 참 만족스럽게 일하는 걸로 보인다는 말도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터라 비교적 자신있게 발표를 했습니다.
발표는 제가 했었지만, 사실 빠르고 만족스러운 채용이 팀 리드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채용이 떠올라요. 한 사람을 채용하려면 온 회사가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당시 발표하면서 구상했던 채용의 다섯 단계도 ‘온 회사의 도움'을 염두에 두면서 만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 좋은 후보자를 많이 늘린다.
- 더 좋은 후보자를 잘 가려낸다.
- 좋은 후보자를 잘 설득해서 뽑는다.
- 뽑은 사람을 회사, 팀, 제품에 잘 온보딩시킨다.
-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만족스럽게 회사에 다니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여기서 5번은 어찌보면 채용의 개념을 넘어서는 일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라서 채용의 과정 안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면서 기대하는 효과는 다양합니다. 과중된 업무를 위임하거나, 새로운 영역으로 기술과 사업을 확장하거나, 다양성을 확보하거나... 이 효과들은 대부분 그 사람이 회사, 팀, 제품에 점차 적응하면서 드러나게 됩니다. 사실 그 사람이 충분히 적응해서 역량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늘어난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비용으로 인해 기존 조직의 생산성은 오히려 낮아져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적응시켜서 슬슬 달려보자 싶은 시점에 그 사람이 떠나면 굉장히 허탈할 것이고, 다시 1번부터 시작해야겠죠. 퇴사율이 높은 회사들이 1~3번에만 리소스를 열심히 투입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오히려 그럴수록 5번에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렵고, 오래 걸리는 단계지만요.
왜 이렇게 5단계로 설계했는지는 충분히 구구절절 설명했으니 이번 레터는 그중에서도 첫 번째인 ‘좋은 후보자 늘리기’에 집중해보죠. 일반적으로 채용 후보자는 세 가지 경로로 들어옵니다. 채용 플랫폼, 회사의 채용 페이지, 그리고 재직자의 추천을 통한 직접 연락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채용 플랫폼
요즘은 채용을 돕는 플랫폼이 정말 많습니다. 원티드나 사람인처럼 전통적인 구인/구직 플랫폼도 있고, 프로그래머스(개발자 교육 → 개발자 채용)나 리멤버 커리어(명함 및 인맥관리 → 이직/채용)처럼 다른 영역에서 시작해서 외연을 넓힌 플랫폼도 있으니까요. 여기에 채용 공고를 올려두면 인바운드 지원자의 양은 쉽게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특히 개발자에 대해서는 채용 플랫폼의 공고를 통한 인바운드 지원자 중 뛰어난 역량을 가진 분을 가려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신용데이터 재직 당시 원티드에 2년차 이상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뽑으려고 공고를 올렸었는데, 적어도 100개 넘는 이력서를 봤지만 서류통과 후 한번 얘기라도 해볼까 싶었던 사람은 한자릿수였습니다. 그 중 실제로 본격적인 채용 프로세스에 들어간 케이스는 하나도 없었고요. 이런 현상이 벌어진 데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당시 들었던 생각을 몇가지 꼽아보자면:
- ‘2년차 이상'으로 조건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쌩 신입에 가까워 보이는 이력서가 많았습니다.
- 대부분이 한국신용데이터를 특정해서 왔다기보다는 그냥 ‘다 찔러본' 걸로 보이는 이력서였습니다.
- 당시 한국신용데이터는 우리와 핏이 맞고, 기본적인 협업 능력과 개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원티드 플랫폼상의 이력서만으로는 역량을 판단하기에 정보의 양과 질 모두 부족해서, 후보자의 블로그든 링크드인이든 깃헙이든 다른 소스를 더 봐야만 했죠.
- 1과 2가 합쳐지니 검토할 서류는 너무 많은데, 3 때문에 일일이 자세히 살펴보기에는 너무 품이 많이 들고(그래서 점점 대충 보게 되고), 혹시나 싶어서 자세히 보더라도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역시나 너무 적었습니다.
- 그나마 조건을 통과한 소수에게 연락을 해봤을 때조차 (아마도 2 때문에) 응답이 없거나, 다른 회사에 이미 합격했다는 응답을 받았습니다.
결국은 검토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아예 공고를 내렸습니다. 우리가 필터링 조건을 더 잘 걸었어야 했을 수도 있고 뭔가 플랫폼을 더 잘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겠지만, 잠정적인 결론은 ‘플랫폼에 공고를 올려두면 좋은 개발자가 알아서 지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게, 요즘같이 개발자를 구하기 힘든 시대에는 역량 있는 경력 개발자를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이직 의사가 생기더라도 채용 플랫폼에 등록하기보다는 일단 만나자고 하는 지인을 먼저 만나보기 마련이죠.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채용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를 뽑을 때는, 경력자보다는 성장 욕구와 가능성이 있는 신입을 타겟팅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입을 성장시킬 여유가 있을 때의 얘기지만요.
시선을 신입 개발자로 돌려보면 회사가 해볼 수 있는 게 꽤 많아집니다. 프로그래머스는 자체적인 코딩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을 제시(데브매칭)해주기도 하고, 아예 한 회사만을 위한 일종의 공채를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더군요. 또한 엄밀히는 채용 ‘플랫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채용과 연계된 교육 또는 멘토링 서비스도 우후죽순 많이 생겨나고 있죠. 저도 주니어 개발자 이력서를 검토하고 피드백해주는 In!t라는 서비스에 멘토로 참여한 적 있는데, 여기서 괜찮아 보이는 주니어 개발자를 몇 분 만났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지인의 회사에 추천해줘서 채용까지 이어졌고요.
회사로서는 부트캠프를 비롯한 교육 서비스에 후원/참여하고, 개인으로서는 멘토링에 참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면 좋은 주니어 개발자를 만날 기회가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XL8도 아직은 여유가 없어서 신입 개발자를 뽑고 있지 않지만, 추후 팀을 더 확장시킬 때는 이런 방법을 써볼 계획입니다.
회사 채용 페이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채용이 거의 재직자의 추천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채용 페이지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회사가 조금만 커져도 재직자의 지인만으로는 풀이 부족해지죠. XL8도 이 뉴스레터가 나가는 시점에는 아직 채용 페이지가 없는데 곧 하나 만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채용 플랫폼 공고와 마찬가지로, 채용 페이지를 만들어만 둔다고 해서 갑자기 좋은 지원자가 많이 늘어날 리는 없습니다.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 채용 페이지에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정보를 담기: 우리가 어떤 회사고, 어떤 문제를 풀고 있으며,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원한다. 우리와 함께 하면 이렇게 재밌게 일할 수 있다.
- 다양하고 지속적인 시도로 회사 인지도를 높이기: 투자유치 기사를 비롯한 각종 언론 홍보, 교육 서비스 연계, 컨퍼런스 지원, 기술 블로그 운영, 그리고 이 모든 시도를 통해 생긴 트래픽이 채용페이지로 연결되도록 설계.
채용 페이지가 있으면 지인들에게 링크를 던져주기도 쉬워지지만, 그보다 더 큰 의의는 우리가 제작하는 모든 컨텐츠를 채용의 홍보수단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봅니다. 기술 블로그가 대표적입니다. 실 사용자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정리하여, 인사이트를 담은 양질의 기술 블로그 글을 쓰고 SNS에 홍보하면 생각보다 정말 많은 노출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기술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술 블로그는 최하단에 채용 페이지로의 링크가 걸려 있습니다. 저도 매력적인 글을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여기서 일해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 적이 종종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짝만 더 나아가면 이직 의사가 생겼을 때 컨택할 만한 회사 목록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여담으로 제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은 기술 블로그 글은 Cloudflare의 장애 회고였습니다. 어떤 실수를 해서 어떤 문제가 생겼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문제 원인을 파악/테스트/해결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모두 굉장히 투명하게 담겨있는 글이었어요. 장애에 대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뢰가 더 생길 정도였고 이런 데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기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것은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는 굉장히 부담이 가는 일입니다. 팀 리드나 CTO급의 누군가가 아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거나, 팀 안에서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하도록 노력하거나, 글쓰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거나...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왕도는 없습니다. 저는 기술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게 ‘회사 및 개발팀의 인지도를 높이고, 좋은 인바운드 후보자를 늘린다'는 목적 외에도 개발자 개개인에게 큰 성장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신용데이터에서 열심히 추진했었습니다만, 제가 퇴사 예정자가 되면서 흐지부지되어 무척 아쉽네요. XL8에서도 지금은 여유가 잘 나지는 않는데 다시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재직자 추천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매력적인 회사로 이직한 뒤 이전 직장의 동료들에게 연락하여 새 회사로 모셔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회사 규모가 어느정도 커진 후라도, 뛰어난 역량을 가진 동료가 추천한다면 그 사람도 역량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으니 재직자 추천은 언제나 굉장히 중요한 채용 채널입니다. 저 역시도 어찌보면 지금까지 다녔던 모든 회사가 지인 추천으로 들어간 셈이고, XL8에서도 여러 지인에게 연락하여 동료가 되도록 꼬시고 있죠. 재직자 추천을 늘리기 위해 개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회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습니다.
개인 입장
내가 우리 회사로 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모셔오고 싶다면,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당연히 ‘우리 회사에 여러 지인을 모셔오고 싶으니 평판을 쌓아야겠다' 같이 행동하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본인의 매력이 있어야 동료를 모셔올 수 있다는, 어찌보면 뻔한 얘기입니다.
다른 모든 요소를 차치하고라도 이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직 의사가 생기는 사람들이 있죠. 이런 매력적인 사람들은 이직 소식이 들리면 왜 그 회사를 선택했는지 궁금해지고, 회사와 팀에 관심이 생깁니다. 저는 직장에서, 커뮤니티 내에서 매력을 보이고 신뢰를 쌓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 ‘본인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도움을 거리낌없이 청하고, 도움받은 만큼 진정으로 감사하며 보답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피드백을 받아 성장하고, 욕을 먹을 것 같아도 목소리를 높이고 도전하는 등 많은 행동이 여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이유로 다른 여러 선택지들 대신 이 회사를 선택했는지를 진솔하게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신의 내면을 많이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게 굉장히 중요한 설득의 소재가 됩니다. 이전 레터에서도 언급했듯 저는 이전 직장을 나가면서 많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왜 이 회사를 떠나고 XL8을 선택했는지 물어보시더군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제 얘기를 풀어놓음으로서 대부분의 동료들은 제 선택을 응원하면서 XL8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이직할 의사가 생기신 분에게 다시 연락해서 XL8에 대해 설명하기도 무척 쉬워졌죠.
회사 입장
저는 많은 사람들을 추천해본 직원이기도 하며, 회사의 프로세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리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기꺼이 개인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인을 모셔오게 하는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점이 부족해서 불편했는지 돌이켜봤습니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회사가 매력적인 경험과 훌륭한 보상을 줄 수 있다는 확신: 회사, 팀, 제품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재직자가 잘 이해하고, 여기서 일하는 것이 경험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좋은 선택이리라는 확신이 있으니 제가 신뢰하는 지인에게 자신있게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매출 및 투자 상황, 앞으로의 채용 계획까지 알 수 있다면 더 좋죠.
- 잘 정리된 채용 페이지 또는 JD: 위 섹션에서도 언급했듯 우리가 어떤 회사고, 어떤 문제를 풀고 있으며,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두면 그런 역량을 가진 지인을 모셔오기 좋습니다. 특히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더군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면 제가 알아서 썰을 풀 수 있는데 다른 영역이면 상대방의 시간을 뺏게 될 위험 때문에 조심스러워졌습니다.
- 추천 이후 진행상황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주기: 재직자는 본인이 추천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가교 역할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제가 추천한 분이 회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가 항상 궁금하더군요. 이걸 알아야 후보자 분에게 연락해서 온도 체크를 할지, 추가적인 정보를 양쪽에 제공할지 등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 체계적인 채용 프로세스 및 인하우스 리쿠르터의 도움: 채용 프로세스 자체가 체계적으로 잘 잡혀 있거나, 인하우스 리쿠르터가 있어서 추천 이후 채용 진행을 도와준다면 추천자의 부담이 한결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것의 유무가 저의 동료 추천 여부에 주요한 요인은 아니었습니다. 면접, 오퍼, 온보딩 등 이후 단계에서는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 동료 추천 보상금의 존재: 한국신용데이터에도, XL8에도 동료 추천 보상금이 있지만 이것이 저에게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보상금의 크기에 비례해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도 아니었고요. 이런 보상금은 대개 후보자가 회사에 입사한 시점에 주어지기 마련이니, 보상금이 너무 크다면 오히려 그 사람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효과를 내는 데 주의를 기울이기보다는 입사하는 데까지만 노력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봅니다. 큰 외재적 보상이 잘못된 시점에 주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추천하면서 들인 노고에 대해 회사가 감사를 표한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요약
제가 생각하는 채용의 다섯 단계는 1) 좋은 후보자를 많이 늘리고 2) 더 좋은 후보자를 잘 가려내고 3) 좋은 후보자를 잘 설득해서 뽑고 4) 뽑은 사람을 회사, 팀, 제품에 잘 온보딩시키고 5)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만족스럽게 회사에 다니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채용에서 입사 단계, 즉 3번까지만 집중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4, 5번이 부족하여 기껏 뽑은 사람이 얼마 뒤 나간다면 너무 손실이 크겠죠.
좋은 후보자를 늘리기 위해 채용 플랫폼, 회사 채용 페이지, 재직자 추천을 이용하는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 채용 플랫폼에 공고만 올린다고 좋은 후보자가 알아서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특히 개발자를 뽑는다면 역량 있는 신입으로 눈을 돌려서, 한번 검증된 신입에게 접근할 수 있는 여러 경로를 모색해보면 좋습니다.
-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정보를 채용 페이지에 올려두고, 기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면서 모든 트래픽을 채용 페이지로 연결시킵니다. 기-승-전-채용.
- 개인으로서는, 나의 존재만으로 동료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생기기 위한 매력을 키웁니다. 이직할 때는 왜 그 회사를 선택했는지 솔직하게 정리해두면 유용합니다. 회사로서는, 회사가 매력적인 경험과 훌륭한 보상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재직자들에게 구체적 자료를 통해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든 후보자가 많이 생겼다면 그중 더 좋은 후보자를 가려내고, 또 모셔와야겠죠. 다음 레터에서는 면접과 설득에 대해 다룹니다. 2주 뒤에 봬요.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좋은 동료를 구하는 건 항상 어렵습니다. 저는 이번 레터를 쓰면서 나는 어떤 동료였고, 어떻게 동료를 모셔왔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여러분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Q. 구독자님은 이전 직장의 동료로부터 꼬심을 당한 적이 있나요? 그 동료는 구독자님의 어떤 점이 그 회사와 잘 맞다고 생각했었나요? 구독자님의 마음이 흔들린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 가장 컸나요?
Q. 구독자님이, 그리고 구독자님의 회사에서 새로운 좋은 동료를 모셔오기 위해 취하고 있는 전략들은 무엇인가요? 그 중 어떤 전략이 효과적이었나요? 구독자님의 팀 동료들은 어떤 경로로 팀에 합류하게 됐는지를 살펴봐도 좋습니다.
댓글 4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개발초보
이번 레터 되게 좋네요 ㅎㅎ 액션 아이템을 몇개 뽑을 수 있었습니다.
삶의 밀도를 높이는 여정 (341)
상완님 감사합니다! 힘이 나는군요.
의견을 남겨주세요
앰버
제가 일단 저 연차의 사람들을 뽑을 때 주로 강조하는 것은, 본인이 가장 흥미있어하며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방법은 빠르게 다양한것을 경험(혹은 실패)해보는 것이라는 점이긴 해요. 그러려면 주어진 2-3년의 시간 동안 그런 환경이 지원되는 곳에 가야한다고요. 여기에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는 도메인에 대한 시장 상황, 회사가 가진 전략, 투자금, hiring manager의 역량과 권한, 회사 내 팀원의 성격과 능력, 이런 것들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오퍼나 이직을 추천을 통해 하긴 했었는데요, 막상 돌이켜보니 추천자들이 저와 함께 일한 적은 없었어요. 이상하게 회사 밖에서 쌓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된 추천이나 오퍼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저도 적극적 꼬심er로서 테드의 글 아주 재미나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ㅎㅎ
삶의 밀도를 높이는 여정 (341)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