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인프콘에서 주니어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의 성과 및 역량 향상을 위한 실전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발표합니다.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커리어 로드맵의 실전적 활용을 위해, 주니어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또는 그들을 이끄는 리더) 분들의 성과 및 역량 향상 시도 사례를 수집하여,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을 근거 기반으로 제안해드리는 세션을 기획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설문조사 링크)
벌써 2023년도 절반하고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새해 결심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안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하신 분들은 계획한 바의 절반 정도를 이루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꽤 오랫동안, 계획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를 잘 정당화하는 유형의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가을에 인생 계획을 다시 그려보고, 블로그도 다시 시작하면서 계획하기가 주는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죠. 계획에 집착하기보다는, 계획하는 행위 자체에서 배우는 게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개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OKR 형태로 만들어봤고 키워드는 직무, 건강, 영향력이었어요.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상반기 회고를 했습니다. 제게 지난 6개월은 아주 역동적이었고 큰 변화와 성장이 있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이 레터에서 상반기에 제가 어떤 변화를 했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간단히 요약하고, 하반기 계획을 어떤 형식으로 세웠는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2023년 상반기 주요 변화 및 성과
가족
아내가 둘째를 임신해서 이제 두 딸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출산 예정일은 11월이고 첫째 여은의 생일과 신기하게도 하루 차이입니다. 임신 초기 아내의 입덧 기간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외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익숙해지기도 하면서 다시 안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출산 후에는 또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독서
리디북스의 ‘듣기’ 기능을 이용해 책 듣기를 시작하면서 운전할 때 지루함도 사라지고 귀중한 지식도 많이 얻게 됐습니다. 매일매일 현명해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던 적도 있죠. 상반기에 리디북스로 읽은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김재현, 이건: <찰리 멍거 바이블> → 회사 동료 김영후님의 선물. 리디북스 듣기의 시초.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듣기 경험이 좋아서 뭘 들어볼까 하다가 n년 전에 사두었던 것 발견.
- 벤 호로위츠: <하드 씽> → 긱뉴스에서 2023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위한 필수 도서 목록 보고 고름. 소설 보듯 재미는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통찰은 별로 얻지 못함.
- 게리 클라인: <통찰 - 평범에서 비범으로> → 여기부터 제대로 공부하기 위한 선택적 독서 시작
- 존 휘트모어: <성과 향상을 위한 코칭 리더십>
- 조셉 그레니, 케리 피터슨, 론 맥밀런, 알 스위즐러: <결정적 순간의 대화>
- 대니얼 카네만: <생각에 관한 생각>
- 게리 클라인: <인튜이션>
책들은 모두 좋았지만 베스트 한 권을 꼽으라면 <생각에 관한 생각>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인간의 심리적 편향을 깊이 연구한 대니얼 카네만의 책입니다. 이 반대편에 있는, 인간의 위대한 직관을 연구하는 '자연주의 의사결정론'의 거장 게리 클라인이 쓴 <통찰>과 <인튜이션>도 아주 좋았는데 이 3권을 엮어 올 하반기에 글 하나를 써볼 예정입니다.
AC2와 학습
AC2 44기, 45기에 멘토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인연이 여럿 생겼고 몇몇 분들과는 특히 관계가 더 좋아졌습니다. AC2 디스코드에 상주하면서 김창준님을 비롯한 분들이 열어주시는 공유회에 자주 참여하여 그때마다 큰 배움이 있었죠. 저도 논문 읽고 공부해서 직접 공유회를 몇 번 열었습니다. 제가 익히려고 공유한 컨셉 맵은 완전히 제 삶에 유의미하게 녹아들었고, 블로그와 뉴스레터를 통해서도 한번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근 AC2 덕분에 학습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바로잡았습니다. 의문이 생겼을 때 책과 논문을 비롯한 강한 근거자료를 기초로 삼는 것인데요. 최근에는 창준님이 어떻게 1년에 1,000편 이상의 논문을 반자동적으로 읽으며 자신만의 통찰을 얻는 시스템을 구축했는지도 들었고, 거대한 충격이었습니다.
그에 힘입어 저도 목표 설정, 학습, 교육, 동기부여, 영향력, 코칭 등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여러 거대한 키워드에 대한 공부를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했고, 실제로 현업에도 써먹으며 효능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 삶에서 당장 필요한 것 또한 연구 재료로 삼게 됐는데 거기서 나온 게 여은이의 야뇨증에 대한 생활 연구였죠. 이 연구에서 받은 효능감이 엄청났습니다.
그 반대급부로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적어진 상태입니다. 뉴스레터 수십 개를 구독하고 있음에고, 저도 엄연히 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사람인데, 오는 뉴스레터는 거의 안 읽고 책과 논문 위주로만 보고 있어서… 뭐 새로운 균형은 언젠간 다시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딩은 여전히 재밌기도 하고요.
운동과 건강
Huberman이 권장한 건강 증진 습관 + Alpha를 매일 따르며 기록하는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매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균 달성률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기록을 계속 하고 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간중간 나의 상태 변화에 따라, 나를 더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기록 방식을 업데이트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지금은 완전히 습관으로 정착되었고 일기쓰기와 유사한 효과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약식이지만 매일/매주 회고가 되고 있고요.
3월부터는 허리가 아파져서 AC2에 도움 요청을 한 뒤에,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추천을 받아 안양 소재의 시너제틱스라는 곳에서 매주 자세 교정 피티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생체역학 박사가 차린 곳인데, 센터장 박상훈님에게는 ‘MRI 같은 고정된 스냅샷이 움직이는 인간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는 지론이 있더군요. 크게 공감이 갔는데, 정말로 CG 찍는 영화배우마냥 온몸에 뭘 달고 온갖 측정을 해서 그 기록을 바탕으로 운동 계획을 짜주었습니다. 제 상태에 맞게 코어 근육의 힘을 기르고 근육간 협응의 균형을 맞추는 운동들입니다.
이곳 트레이너들은 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나로 정해놓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복합적으로, 근거 기반으로 얘기해주고 진단해줘요. 편도 1시간 운전이 쉬운 건 아니지만, 실제로 일상에서의 자세도 좋아지고 몸 상태도 점차 나아지는 게 느껴져서 3개월 넘게 거의 안 빠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코칭과 멘토링
인프런을 통해 1월부터 개인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여유시간이 적어져서 특별히 개인적으로 연락오는 거 아니면 닫아놨지만, 코칭을 통해 꽤 많은 분들에게 괜찮은 도움을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AC2 분들을 대상으로 한 코칭도 제법 많았고요.
성과 향상과 문제 해결을 위한 코칭과 멘토링을 여러번 하면서 듣기와 말하기 역량, 코칭 역량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느낍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1:1은 월 30회가 넘고, 회사 바깥 분들과도 일주일에 평균 3-4번 코칭 또는 멘토링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함양하고 문제 해결 대화를 훈련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 갖춰진 셈이죠.
글쓰기와 발표
(상반기 회고 시점으로) 블로그에 새 글 25개를 발행했습니다. 올해 50개 발행이 목표였는데 묘하게 딱 절반이네요. 주제가 굉장히 다양해서(책읽기, 코칭, 직무, 즉흥연기, 삶, 커뮤니케이션, 생활 연구…)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지금 연구하고 공부중인 재료들도 다 글로 쓰고 싶어서 소재는 넘쳐나는데 시간이 참 부족합니다.
블로그와 뉴스레터 이외에 나의 이야기를 외부에 전할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 다양성 위원회를 통해 즉흥연기, 다양성, 개발자에 대한 글을 임프로그 멤버들과 함께 썼고, 모교에 가서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발표도 했는데 둘 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인프콘에서 발표 요청이 온 덕분에 하반기에도 하나가 생겼다. 작년 말에 썼던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커리어 로드맵과 지난 반년간의 배움을 엮어 ‘주니어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의 성과 및 역량 향상을 위한 실전 가이드’를 사례와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발표로 만들기 위해, 사례를 수집하는 설문 폼도 만들었죠. 이 레터에도 맨 위에 공지사항으로 넣어놨고요.
전반적으로
중간중간 무척 힘든 시기(허리 건강 악화와 힘겨운 육아)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 극복했고 더할나위 없이 즐겁습니다. 그러나 크게 만족스러운 개인적 성취와 별개로 회사에서 원했던 목표는 충분히 이루지 못했습니다. 목표 설계가 잘못됐을 수도 있고, 행동 계획을 잘못 세웠을 수도 있고, 실행 과정에서 제 노력과 역량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최선은 다했다고 봅니다. 배운 게 있으니 하반기에는 더 잘 할 수 있겠죠.
(개별 목표에 대한 상세 회고는 블로그에 있습니다.)
2023년 하반기 목표 설계: 직무, 연구, 활력
상반기 회고를 하면서 연초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인지하여 새로 계획을 짰습니다. 키워드는 직무, 연구, 활력으로 상반기와 좀 달라졌죠. 목표를 설계하는 프레임도, 이번에는 OKR 대신 직접 고안한 프레임을 사용해봤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 네 가지입니다.
- 이 키워드가 왜 중요한가
- 하반기가 끝났을 때 기대하는, 3가지 층위(Output, Outcome, Impact)에서의 결과
- 기대 결과를 위한 행동계획
- 계획대로 행동했지만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무엇 때문일까?
키워드별 세부사항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레터에는 각 키워드별 코멘트만 남겨둡니다.
직무
직무는 현재 나의 삶을 지탱하는 직장에서 큰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키워드니, 단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직무 목표는 회사에서 하반기 OKR을 설계한 뒤에 채워넣을 예정입니다.
연구
연구는 ‘영향력’ 대신 들어간 키워드입니다. ‘영향력’은 측정하기 어려운 키워드이기도 하고, 키워드로 가지고 있었던 지난 1년 반 동안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 즉 퍼스널 브랜드는 만들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제부터는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나의 모든 활동이 애초부터 나/타인/조직의 변화에 대한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뒤 아예 코치로 전업하거나 하게 된다면 또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요.
그러면 왜 하필 연구인가 하면, 회고에도 썼듯 요즘 공부하는 게 아주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어설프게 알고 있던 지식을 근거 기반으로 재조정하는 습관을 들이면 짧은 시간에 큰 성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많은 논문을 읽으며 근거 있는 자신감을 쌓고자 합니다.
물론 단순히 지식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삶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니 언제나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인튜이션>에서 읽었던, 합리적 근거가 생길 때까지 전혀 행동하지 않는 ‘초합리성’을 경계하라는 글귀도 생각나고요. 궁극적으로 삶을 위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연구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활력
활력은 ‘건강’ 대신 들어간 키워드입니다. 지난 6개월동안 꾸준히 기록해보면서, 건강을 챙기려고 하는 노력이 결국 삶에 활력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육체건강과 정신건강을 다 챙기려고 하기도 했었고요. 지난 반년간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활력이 생기는가’, ‘내가 느낀 삶의 활력과 만족감이 매일의 기록과 얼마나 합치되는가’를 관찰하며 기록 방식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왔기에, 매일매일의 행동에서는 크게는 달라질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연구’ 키워드를 돕기 위해, 그리고 유효한 지식을 습득하면 활력이 생기기 때문에 관련된 행동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간헐적 단식만 하는 건 완전히 삶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변별력 있는 습관 항목이 안 되더군요. 그래서 여기에는 영양제 섭취하는 걸 추가했다. 추가로, 일기를 매일 좀 더 자세히 쓰는 걸로 바꿨고요.
아래는 7월 8일 토요일 아침의 첫주차 시트입니다. 참고로 기록은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입니다.
맺으며
생각해보면 저 자신의 목표와 계획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이 뉴스레터에서는 처음 하는 거네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기긴 했지만, 이 레터를 구독하는 분들이 삶의 밀도를 높이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TMI를 잔뜩 담은 이번 레터를 보냅니다.
구독자님도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그리고 계획했든 안 했든 하반기에도 만사가 잘 풀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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