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보연입니다 :)
첫눈이 내렸지요. 첫눈이 내리고 이번 편지는 첫눈으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에 첫눈 내릴 때, 제가 있는 지역에는 첫눈이 내리지 않았는데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새벽에 짧게 왔더라고요. 아주 얕게 쌓여있었어요. 흰 땅을 보며 시리면서도 상쾌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구독자 님이 계신 곳에도 첫눈이 내렸나요? 이번엔 첫눈이 빨랐지요. 따뜻한 가을이라고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추워지더니 이렇게 눈도 빨리 보게 되었네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또 따뜻해져서 외투 입고 실내에 있으니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햇살이 순하네요.
아, 첫눈이 내리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아침에 나갔는데요. 아침이라서 놀이터에 쌓인 눈은 발길을 덜 탔더라고요. 그래서 놀이터에서 눈 구경하고 있었는데, 낯선 아이 한 명과 대화를 하게 됐어요. 처음 보는 저에게 “언니”라며 스스럼없이 다가오던 아이가 이번 첫눈과 함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들 따뜻하게 지내셔요. 온기와 평안함이 있는 하루 보내시길.
늘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밤중 버스는 투명한 살이 되어
걸음 소리를 듣는데
기어 오는 소릴 들었다
앙금앙금 걷던 기쁜 날들
하늘은 기어와 다른 날로 황량이
도착한다
오리를 화살로 맞히던,
생피가 흐르는 흙
핏줄은 잠시 멎어도
흙이 핏줄의 길을 그대로 기억하면
오리 날갯짓 소리
가슴에 날갯짓이 떨어졌다
굉음으로
내가 가진 칼에는
피와 근육 하나 묻지 않아서
소리 한가운데 서서….
찰랑, 저수지 수면 위로 오리들 낙하하면
버스 손잡이도 방지턱에 걸리는 꼴이다
저 먼 곳으로 버스가 환한 빛 내고 간다
몸속 환하게
비치는
동물처럼
바퀴 소리에 묻히는 소리
내부에 가득 차 있던
가지런한 속눈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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