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집

산책객29. 저수지 물이 불어나 밤이 반사된다

고저가 다른 두 새가 날아간다

2023.11.14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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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객 선보연

매주 화요일 시와 편지

안녕하세요. 선보연입니다.

깨어나 보니 갑자기 겨울이 된 듯한 요즘입니다. 며칠 전에 따뜻하게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감기에 걸릴 뻔했으나, 바로 약 먹고 푹 쉰 덕분에 다행히 감기가 스쳐 지나간 일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 가을옷이 있는 옷장은 열어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겨울을 무척 좋아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창문을 두드리며 찬 바람이 부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네요.

계절이 계절인 만큼 하늘에 철새도 많이 보입니다. 참새들은 털이 찌고 나뭇잎의 바스락거림이 더 선명하게 들려요. 제 안에는 계절이 단단히 쌓여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계절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 계절을 겪지 않고 지나간 적이 없으니 모두 제 안에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겨울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요즘엔 캐럴을 듣거나 잔잔하고 속삭이는 음악을 자주 듣습니다. 찬 바람이 불면 창문을 열어서 피부에 쐬어주기도 하고요. 밤 산책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은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결혼식 내내 조금 울었는데요. 제 주위에 우시는 분들이 꽤 있어서 민망하진 않았어요. 식이 끝난 뒤, 친구에게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내놓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감동을 몇 번 더 겪어야 하겠구나. 

어쩌면 올해 마무리는 전제 없이 친구의 행복을 빌었던 마음으로 매듭지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보내셔요. 오늘이 평안하시길.

 


 

  저수지 물이 불어나 밤이 반사된다

 

  하늘을 다녀오고

  땅에 머물다

  헤엄치는 일

 

  저수지에는 씨앗과

  오리들 둥둥 떠 있다

 

  오리 많이 왔다는 소식에

  사람들 모두 나와

  오리 숫자를 세며

  안부를 확인한다

 

  도서관에서 책 읽던 오리는

  부리로 책을 집어 순식간에

  맛본다 푸드득

  적을 수도 있었다

 

  고개 꼿꼿이

  펴서 날아가는 오리 아래에

  차에 치여 죽는 동물이 있었고

  사람들은 얼른 가야 한다고 했다

 

  경쾌한 소리가 들리면

  빗방울에 부딪힌 낙엽이

  부들부들 떨었다

  나무는 휘청였다

 

  이만큼 하나의 밤중에

  고저가 다른 두 새가 날아간다

  아래는 검고

  위는 희다

 

  작은 구름을 놓고

  넓은 땅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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